스내커

유로화 문제의 본질

      유로화가 역내 국가들의 경상적자 누적과 재정적자 심화로 자꾸 흔들리고 있다. 세계경제전망을 어둡게 하며, 국제금융시장을 출렁거리게 하는 유로화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가?
   오랜 진통 끝에 ’99년 1월 유로화가 출범하자 역내 금융거래가 활발해지며 안정적 경제성장이 기대되었었다. 10년이 지난 ‘09년 12월에는 유로화를 사용하는 3억 2천만 인구가 「미니 헌법」인 “리스본 조약”을 체결하여 하나의 유럽합중국(United States of Europe)을 향한 서곡이 울리는듯 했다.
  달러 대비 1:1.8로 출범한 유로화는 ’01년 초에는 유로 당 0.8달러 수준으로 하락하였으나 차츰 반등하여 ’08년 초에는 1.6달러에 육박하기도 하였다. 이후 하락세를 보이다 ’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안전자산 선호 경향으로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남유럽 국가들의 경상적자, 재정적자가 노출도면서 단기간에 유로당 1.2 달러 수준까지 급락하였다. (전 세계적) 금융위기 극복 대책에 따라 재정적자 규모가 급격히 확대되어 일부국가의 지불불능 위험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표와 같이 그리스, 포르투깔, 스페인의 ’09년 현재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적자가 10%를 넘어서고 그리스와 이태리의 정부부채는  GDP의 115%를 넘어섰다. 많이 이야기되는 것과는 달리 과다복지지출보다는, 유로화 출범에 따라 대부분 남유럽 국가들의 환율이 고평가된 결과 낮은 생산성에 비해 높은 소비생활을 해온 것이 더 큰 탈이었다. 더구나  ’02년부터 ‘07년 중반까지 부동산시장 거품이 형성되었다가 ’08년 후반부터 소멸되면서 충격이 차츰 더해지기 시작하였다.  유로화라는 공동우산이 없었더라면 이미 오래전에 큰 소동이 벌어졌을 터이다. (’97년 외환금융위기 당시 우리나라는 재정수지는 비교적 탄탄한 편이었고, 경상수지 적자가 GDP의 4% 후반에 이르자, 여기저기서 위험경고를 보내며 법석을 떨었다.) 

            유럽 주요국 경상수지·재정수지·정부부채 추이

구 분

 

2005

2006

2007

2008

2009

포르투갈

경상수지

-10.4

-10.7

-10.1

-12.6

-10.3

재정수지

-6.1

-3.9

-2.6

-2.8

-9.4

정부부채

63.6

64.7

63.6

66.3

76.8

이탈리아

경상수지

-1.7

-2.6

-0.2

-3.6

-3.4

재정수지

-4.3

-3.3

-1.5

-2.7

-5.3

정부부채

105.8

106.5

103.5

106.1

115.8

그리스

경상수지

-7.3

-11.3

-14.4

-14.6

-11.2

재정수지

-5.2

-3.6

-5.1

-7.7

-13.6

정부부채

100.0

97.8

95.7

99.2

115.1

스페인

경상수지

-7.4

-9.0

-10.0

-9.7

-5.3

재정수지

1.0

2.0

1.9

-4.1

-11.2

정부부채

43.0

39.6

36.2

39.7

53.2

독일

경상수지

5.1

6.5

7.6

6.7

5.0

재정수지

-3.3

-1.6

0.2

0.0

-3.3

정부부채

68.0

67.6

65.0

66.0

73.2

프랑스

경상수지

-0.4

-0.5

-1.0

-2.3

-2.0

재정수지

-2.9

-2.3

-2.7

-3.3

-7.5

정부부채

66.4

63.7

63.8

67.5

77.6(단위: GDP 대비 %)
     
  유로화가 과거 10년간의 “행복한 유년기”를 지나 이제는  “혼돈스러운 사춘기(chaotic adolescence)”에 접어들었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동안 잠복해 있던 역내 불균형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표면화되기 시작하였다는 이야기다. 프리드먼(M. Friedman) 펠데슈타인(M. Feldestein) 같은 학자들은 애초부터 유로화 붕괴에 대비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 단일국가가 아닌데다 산업구조가 다른 국가들을 단일통화로 묶었기 때문에 (특히 위기에 대한) 정책 대응이 복잡하고 어려워졌다. 거시경제의 안정을 위해서는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은 보완되고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단일화 된 통화정책과 별도로 재정정책은 국가별로 수행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생기고 또 이를 조율(fine tuning)하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다.
  역내 국가의 경상수지 균형 대책 마련이 단순하지 않다는 점이다. 유로 지역 국가들 중에는 통화가치가 저평가되어 있는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같은 국가가 있는 반면, 남유럽 국가들처럼 고평가되어 있는 국가가 있다. 이와 같은 국가 간 경제여건 차이를 극복하고 역내 불균형을 조화시키는 일이 쉽지 않다. 경제구조가 서로 다르고 생산성과 물가수준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정책변경에 대한 그 충격이 각각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독일, 프랑스 같은 국가는 제조업 경쟁력이 크지만, 남유럽국가들은 풍부한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다. 만약 유로화를 평가 절하할 경우 독일 프랑스 같은 국가들은 가격경쟁력을 더 크게 확보하게 된다. 일부 남유럽 국가들 경제는 유로화 평가절하보다 세계 경기회복으로 관광객이 많아지는 데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 재정건전성은 한 번 무너지기 시작하면 이를 되돌리기가 상당히 어렵다. 세수증대와 세출감소가 동반하여야 하는데, 세수를 늘이려면 경기확장 대책이 필요하여 재정지출이 늘어나야 한다. 세출을 줄이면 경기긴축 효과로 세수가 줄어들게 마련이다. 생산성 향상 없이 이 상반된 경로를 극복하는 묘수를 찾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개발 초기단계에 벌어진 외채나 재정적자는 경제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으나 남유럽경제는 성숙단계를 지나 저성장기에 접어들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또 세계적 경기침체 상황이 회복될 기미도 뚜렷하지 않다. 더군다나 이들 국가의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정부채의 금리가 오르면 이자 갚기도 점점 더 힘겹게 된다.
   마지막 수단으로써, 부채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줄이는 극약처방을 쓰기도 어렵다. 독자적 통화체계라면 큰 부작용을 무릅쓰고라도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여 재정적자를 차츰 희석시킬 수 있다. 그러나 외화표시 부채를 지고 있기 때문에 설사 어느 나라가 유로공동체를 탈퇴하여도 근본적 문제 해결이 어렵다. 

  유로화는 “통합 유럽”이라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한 결인 만큼 쉽게 붕괴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상당하다. 유럽통화기금(EMF)의 창설과, 유럽투자은행(EIB)의 기능을 확대와 공동유로채권(common eurobond)을 발행 같은 위기관리방안이 강구되었다.
  그러나, 그때그때 급한 불은 끄고 있지만 재정적자는 계속 늘어나게 되있어 남유럽 국가들의  모라토리엄(moratorium) 그리고 유로화 붕괴 위험은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커지고 있다. 배의 철판이 낡아 녹이 슬고 구멍이 나고 있는데, 배를 새로 만들거나 통채로 철판을 갈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여기저기 돌아가며 땜질을 하는데 그칠뿐이다. “통합 유럽”이라는 정치적 이상과  경제적 현실의 괴리를 극복할 비책이 과연 있을까?

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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