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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시장 이야기 (4) - '환율전쟁'의 이면

  내 것이 남의 것보다 나쁘거나 모자라기를 바라는 사람이 과연 이 세상에 있을까? 아무리 부처님 사촌 동생이라 하더라도 제 과수원의 사과가 남의 사과보다 헐값에 팔리기를 바라는 사람은 정녕 없을 것이다. 그런데 많은 나라들이 자기나라 돈의 (시장)가치를 남의 나라 돈에 비하여 떨어지기를 경쟁적으로 바라고 있다.

  이와 같은 환율갈등은 ’73년 일명 닉슨 충격(Nixon Shock)으로 불리는 금태환(金兌換)정지 조치 이후 내연하여 왔다. 무역적자 누적과 베트남 전비지출로 특히 유럽에 달러범람(dollar glut)현상이 일어나자, 미국은 다른 나라 중앙은행이 달러를 제시하면 금과 교환하여 주던 금태환을 중지시켰다. 그리하여 국제결제가 고정환율제에서 변동환율제로 바뀌면서, 각국은 가격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수시로 자국 통화가치 절하를 시도하고 있다. 설사 이를 억지로 봉합하더라도 그저 미봉책에 지나지 않을 뿐이고 순식간에 재연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아야 한다.

  소위 “제1차 환율대전”은 미국의 쌍둥이적자 심화와는 반대로 독일, 일본의 경상수지 흑자폭이 커지면서 불붙었다. ‘85.9 플라자합의(Plaza Accord)를 통하여 국제수지 불균형을 시정하려 하였다. 강대국 미국이 자유무역(free trade)을 주창하다가 적자가 심화되자 공정무역(fair trade)으로 선회한 것이다. 그 후 엔화는 불과 1년 만에 약 53%, 3년 동안에는 무려 92%나 평가 절상되었다. (그런데도 아래 그림과 같이 일본은 그 후에도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가 지속되었다. 엔화절상이 뒤늦었고 또 기술혁신의 촉진제로 작용하였음을 시사하고 있다.)

  “제2차 환율대전”은 ’08년 국제금융위기 이후 유동성 확대와 재정확대로 세계경제의 경기회복 기미가 보이는듯하다 재차 경기침체 위험이 있으면서 가열되고 있다. 이와 같은 배경은 말할 것도 없이 중국의 값싼 노동력에 의존한 값싼 상품이 전 세계에 넘쳐나고 결과적으로 글로벌 불균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은 내수 진작에 한계가 있자, 해외부분에서 경기부양을 도모하려, 자국 통화가치를 자꾸 떨어트리려 하고 있다. 그런데 모든 나라가 서로 수입은 하지 않고 수출만 하려고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지금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환율갈등은 ’80년대와는 몇 가지  다른 국면이 전개되고 있는데 그 까닭을 들여다보자.

  # “제1차 환율대전” 당시에는 극심한 스태그플레이션을 가까스로 극복한 직후여서 인플레이션의 위협이 남아 있었다. 지금은 세계경제가 특히 공산품을 중심으로 공급과잉에 상태에 있고 경기침체에 직면하고 있다. 세계의 소비시장인 미국은 극심한 내수부진으로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다시 말하면, 통화가치가 절하되어도 상당기간 물가상승 압력이 없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경상적자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는 일이 물가안정보다 더 시급하기에 자국통화가치 하락을 강하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

  # 미국이나 일본이나 금리가 영에 가까운 초저금리 상태에 있어 금리정책을 통한 평가절하(환율인상) 정책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외환시장 직접적 개입 나아가 상대국에 대한 관세 비관세 압력을 가할 가능성도 크다. 일각에서 미국경제가 이미 파산상태에 돌입하였다는 시각도 있듯이, 미국으로서는 이미 한계를 넘어선 국제수지 적자가 더 이상 확대될 경우 불가피하게 보호무역 체제로 전환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만약 이래도 저래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국제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

  # 중국의 경우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되어 외화가 넘치는데도 위안화의 대외가치는 큰 변화가 없다. 그리하여 수출기업은 큰 이익을 내지만, 소비자들의 소득은 저평가되고 후생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중국은 상위 1%가 보유한 자산이 국민총생산의 40%를 넘어설 정도로 빈부격차가 극심하다는 보도가 있는데 이는 (성장과정에서) 저금리정책 그리고 저환율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그 중국이 17기 5중전회에서 “공평과 정의”를 표명하였다. 이는 질적성장도 도모하여 국민들의 후생과 복지도 고려하겠다는 의미로, 앞으로 환율의 지나친 저평가 그리고 저금리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 달러 가치 하락은 미국의 부채를 삭감시키는 효과가 있다. 경상적자는 물론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 전비를 지출한 결과 특히 아시아 지역에 달러가 넘쳐나고 있다. ’10. 9 현재 아시아 제국이 보유한 외화보유고는 중국 2조 5천억 달러를 포함하여 약 5조 달러 이상이 된다. 그 중 70% 정도가 달러라고 가정하면 달러가 20% 정도 하락하여도 미국은 7천억 달러의 부채를 삭감 받는 효과를 얻는다. 거기다가 아시아권에서 민간부분 장롱 속에 보유한 달러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추축된다.

  세계는 자꾸 좁아져 가며 상호의존(相互依存) 관계가 커가고 있는데,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 불균형이 장기화되면 문제가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국민경제의 순환과정에서 국민저축률의 결과가 경상수지로 나타난다. 예컨대,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결국 낮은 저축률 때문인데 이는 오랫동안의 “강한 달러”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경상수지 흑자가 계속되는 나라에서는 “환율이 국가경쟁력의 결과”이기 이전에 가격경쟁력의 원천이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졸고 외환시장 이야기 (1) – 환율주권 참조

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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