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꽃

입력 2010-09-01 09:13 수정 2010-09-01 14:36


  뜨거운 태양아래 푸른 바다위에 떠있는 여러 척의 초대형 크루즈 선은 "유럽의 꽃"이라 불리는 바르셀로나가 지중해 관광의 중심임을 말하는 듯했다. 나도 이 세상 하찮은 명리를 남김없이 뒤로 하고 저 발코니에서 먼 바다를 바라보며 동시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건축의 시인"이라 불리는 가우디(Antonio Gaudi Cornet)가 1,882년부터 짓기 시작하여 지금도 짓고 앞으로도 상당기간 계속하여 지을 "성가정 성당(Temlpe Expiatory de la Sagrada familia)"은 우리에게 두 가지 메시지를 주고 있다.
  먼저, 거대하게 하늘로 치솟은 그 장엄한 외관이 감히 근접하기 어려운 초월자에 대한 외경심을 가지게 하는 듯하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분 부분이 치밀하게 설계되고 제작되어 작업에 참여한 인간에 대한 존경심이 저절로 우러나온다. 이처럼 거대하고도 정교한 작품을 만든 원동력은 어디에 있을까? 깊은 신앙심일까 아니면 자기 일에 대한 그치지 않는 자부심일까? 아마도 깊은 신앙심과 일에 대한 애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어쩌면 이 성당은 신과 인간의 합작품인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얼핏 지나갔다.
  다음, 가우디는 그 대역사를 단기간에 자기 손으로 완성하려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다음 세대 그 다음세대로 넘기는 먼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저 힘만 있으면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단박에 모든 것을 다 해 내겠다는 욕심을 내며 조바심을 가지기 쉬운 것이 어리석은 우리들 인간의 모습이다. 씨앗은 뿌리지 않고 그저 열매만 따려다가 결국에는 자신도 망치고 사회에도 큰 짐을 지우려는 사람들을 데려다가 견학시키고 싶은 생각이 든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689곳 중에서 최초로 지정되었다는 구엘 공원(Parc Guell)은 처음 와보는 곳인데도 무엇인가 친근하고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꿈속 어디선가 가본듯한 느낌이 들게 하였다. 아마도 천재의 번뜩이는 섬광과 같은 영감이 오랜 인내 끝에 자연 그대로의 모습, 인간적인 모습으로 나타난 것은 아닐까?
  구엘 공원은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라는 명언을 실감나게 하였다. 처음에는 가우디의 후원자인 대부호 구엘이 상류계급이 모여 사는 호화 주택단지를 따로 조성하려 하였다고 한다. “자연주의, 자유주의 건축가” 가우디가 집이며 거리를 예술적으로 만들다보니 건축비용이 많이 들었다. 외진데다 비싼 집에 이주하려는 사람들이 없어 구엘의 후손들이 바르셀로나 시에 이를 기증하고 공원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구엘은 후세에 돈을 남기지 않고 이름을 길게 남긴 셈이다.

  비록 당시에는 손해나는 사업이었는지 몰라도 후세의 스페인 사람들에게는 몇 백 년이고 그치지 않을 관광수입을 안겨 주고 있다. 도래하고 있는 공급과잉사회에서 휴일이 지금보다 더 늘어 날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세월이 갈수록 가우디의 작품들은 더 큰 관광수입을 얻게 할 것이다. 돈은 모였다 흩어졌다 하지만 예술은 날이 갈수록 점점 가치를 더하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다.

  스페인의 제1도시 마드리드와 제2도시 바르셀로나는 독재자 프랑코 총통이 스페인 내전부터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굳히려 지역차별을 조장하면서 서로 앙숙이 되었다고 한다. 오죽하면 국가대표 팀에 마드리드 출신 축구선수들이 편파적으로 더 많이 선발되었다고 오해(?)하는 바르셀로나 시민들은 마드리드 선수가 골을 넣으면 야유를 보내겠는가? 
  심술궂은 독재자의 야심 때문에 같은 나라에서 적군인지 아군인지 모르는 적대적 상황이 연출된 셈이다. 최근에야 화해무드가 조성되기 시작하고 2010 월드컵에는 양쪽 지방 선수들을 실력에 따라 균형 있게 선발하였다고 한다. 앞으로 두 지방이 힘을 합쳐 이사벨 여왕시대 스페인이 자랑하던 “무적함대”의 위용을 재현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에도 동서간의 앙금, 보수와 진보의 대립, 빈부갈등 등을 조화시키려는 노력보다는 오히려 이를 이용하여 사익을 취하려는 모리배(謀利輩)들은 없는가?
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

투표보험설계사·택배기사 등 노동3권 보장, 어떻게 생각하세요?

  • 특수형태 근로자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교섭을 통해 권익을 보호받을 것 259명 36%
  • 4대 보험 적용 등 고용주의 부담이 늘어나면 일자리가 되레 줄 수도 우려 455명 64%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