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부격차의 두 얼굴

입력 2010-04-30 09:00 수정 2010-05-03 09:18


  빈부격차는 인류문명과 함께 시작되어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할 인류가 영원히 풀지 못할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설사 똑같은 능력을 타고 났어도 살아가면서 굴곡이 있기 마련인 인간이 언제나 똑같은 노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제성장과 관련하여 빈부격차에 대한 시각은 크게 보아 상반된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어느 정도의 빈부격차는 경제적 동기와 유인을 제공하여 경제성장의 동력이 된다는 시각이다.

  봉건왕조와 달리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능력이나 그 수용 태세에 따라 빈부격차가 발생한다. 능력에 따른 합리적 차별이 열심히 일할 동기와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기 때문에 빈부격차는 피해가기 보다는 오히려 능동적으로 수용해야만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선진사회를 관찰하면 자본주의 윤리를 지켜가며 깨끗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제2차 분배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누구나 알 수 있다. 그리하여 열심히 일하고 자선사업도 활발히 하는 건강한 부자를 존경하는 풍토가 자연스럽게 조성되어 간다. 일하는 보람과 베푸는 기쁨이 상승작용(相乘作用)하여 건강하고 여유 있는 사회로 발전한다는 이야기다.

  다음, 빈부격차가 지나치게 확대되거나 장기화되면 빈곤의 사슬(poverty chain)이 형성되어 성장잠재력과 더불어 인간의 존엄성이 손상될 우려가 있다.

  빈자가 아무리 노력해도 빈곤을 탈출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 신분이동이 제약되어 경제적 유인을 제공하지 못하는 봉건국가와 다름 없는 사회가 된다. 이와 같은 빈곤의 대물림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성장잠재력을 잠식시키는 문제이기도 하다.

  빈부격차가 과대하고 장기화할 때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 극빈층의 경우 개인의 능력 개발을 위한 교육훈련 비용부담 능력 부족으로 새로운 사회, 보다나은 계층으로의 접근이 불가능해진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인적자본 축적이 지연되거나 골고루 확산되지 못하여 기술 정체는 물론 산업간 불균형이 벌어져 성장잠재력을 훼손시킬 가능성이 있다. 최근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09년 현재 우리나라의 하위 5분위(20%) 가구의 경우, 평균 가구원수는 2.69명, 월소득은 92만원이라고 한다. 이렇듯 하루 벌어 하루 살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앞날을 생각하고 미래를 위한 교육투자 여력을 어떻게 확보하겠는가? 어쩔 수 없이 나라의 성장잠재력은 저하될 수밖에 없다.

  # 가계 부실은 개인의 문제로 국한되는 것이 아니고 그 사회의 수요기반 약화로 연결된다. 기업이 아무리 좋은 상품을 개발하여 공급하여도 가계의 구매력이 취약하다면 생산활동의 의미가 줄어든다. 과거에는 공급이 수요를 창조였지만, 공급과잉사회에서는 수요가 공급을 유도한다. 오늘날 우리나라 수출과 내수의 양극화가 자꾸 벌어지고 있는데 그 큰 원인의 하나가 빈부격차임에 있음은 강조할 필요도 없다. 빈부격차는 내수부진의 원인이 되는 동시에 결과도 되는 셈이다.

  # 빈곤의 대물림, 즉 신분이동이 제약된 사회는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지 않는 봉건사회와 다름 없다. 어느 누구에게도 빼앗길 수 없으며, 누구의 것도 빼앗을 수도 없는 소중한 것이 인간의 존엄성이다. 이는 루즈벨트가 지적한 바와 같이 최소한 네 가지 요소인 종교 및 표현의 자유, 공포와 빈곤으로부터의 자유가 있어야 지켜질 수 있다. 나아가 그 사회의 더 높은 계층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가능성이 누구에게나 주어질 때 비로소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된 사회라고 할 수 있다.

  칼로리 섭취량이 충분하다 하여도 신분이동의 장벽이 가로 놓인 사회를 탄력 있는 공동체(共同體)라고 할 수 없다. 한마디로 누구에게도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 누구나 열심히 하면 가능성이 있는 사회라야 기업가정신도 그리고 근로의욕도 돋아난다. 미래사회 부가가치 창출의 원동력인 상상력 내지 창의력도 죄다 가능성 있는 사회 분위기에서 발휘될 수 있다.

  날이 갈수록 불확실성이 커가는 환경에서 자신은 몰라도 자식들까지도 빈곤층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나라의 미래를 위하여 빈부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은 교육과 더불어 국가백년대계 차원에서 먼 생각으로 연구되고 실천되어야 할 과제다.
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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