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구성의 오류 - 나무와 숲

  # 4.19 혁명 두어 해 전으로 기억된다. 당시 “국부”로 지칭되었던 이승만 대통령이 녹 쓴 헌 못을 줍는 사진이 신문에 크게 실린 적이 있었다. 물론 이 기사에는 어려운 환경에서 물자를 아끼고 절약하자는 뜻과 “어르신”의 마음 씀씀이가 자상하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나 어린 나의 소견은 달랐다. 대통령께서는 자질구레한 일에 신경 쓰시기보다 민심을 읽고 안아주고 나라를 지키는 일에 진력하여야 했다. 대통령도 사람이어서 능력에 한계가 있는데 시간과 정열을 엉뚱한 곳에 빼앗기면 정작 해야 할 일을 못하게 된다. 큰 어른들이 못이나 줍고 있어서야 어찌 나라 꼴이 제대로 되겠는가? 장군이 전략과 전술을 연구하기보다 활쏘기 솜씨를 더 자랑한다면 어떻게 명장이 될 수 있겠는가? 또 윗사람이 이것저것 다 챙기면 아랫 사람은 일은 하지 않고 그냥 눈치만 보는 풍토가 조성되기 쉽다.

  # 며칠 전 택시를 타고 가다가 보니 어느 아파트 단지에 걸린 “축 안전진단 통과” 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언뜻 생각하듯 건물이 안전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 아니다. 아파트가 노후화 되어 무너질 위험이 있다는 진단이 내렸으니 축하하자는 이야기다.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사는 집이 붕괴될 위험이 있다고 축하를 한다니 어리둥절한 이야기일 것이다.
  아파트를 다시 지으면 시멘트 등 원자재 소모와 함께 건축폐기물이 대량 발생한다. 개인은 시세차익으로 재건축이 수지맞는 일이 될지 모른다. 그러나 사회 전체적으로는 자원낭비와 공해배출에 따른 사회적비용(social cost)을 지출하여야 한다.

  # 우리나라는 식민지와 전쟁의 상처를 딛고 괄목할 경제성장을 이룬 세계에서 보기 드문 나라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빙상 속도 경기에서 여러 선수가 최정상에 오른 일은 우리 청소년들의 체력과 의지가 세계적 수준을 뛰어 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슴 벅찬 장면이었다.
  그 함성이 아직도 귓전에 남아 있는데, 캄보디아 정부는 한국을 캄보디아 여성의 국제결혼금지 국가로 지정하였다고 한다. 불법 중개업체들이 인신매매 방법으로 결혼을 주선하는 일이 있는데다, 결혼 이후에도 일방적 이혼과 임산부 구타 등 비인간적 대우를 하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자랑스러운 대한한국이 인권유린이 자행되는 세계 최빈국으로부터 국제결혼 기피 대상국이 된 사실을 어떻게 설명하여야 할 지 모르겠다.

  위의 몇 가지 대칭되는 예와 같이 부분적으로 옳더라도 전체적으로는 옳지 못한 구성의 오류(fallacy of composition)는 사회 곳곳에서 자주 발생한다. 그러기에 거시경제 문제를 단순히 미시경제 문제의 연장이나 확대로 미루어 짐작하다가는 잘못을 크게 저지를 수 있다. 예컨대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는 경제구조에서, 명품점 매출이 늘어났다고 해서 경기가 좋아졌다고 짐작하는 일이다. 미시경제 부분, 부분에 집착하다가는 거시경제 전체를 오판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그러니 경제를 들여다 볼 때는 나무를 보는 시각과 숲을 보는 시각을 조화시키는 균형이 필요하다.

  불교설화 중에 눈감고 코끼리를 더듬어 보고 제각기 다른 말을 했다는 군맹무상(群盲撫象)은 “중생”들이 부처의 깊은 뜻을 다 헤아리지 못하고 부분적으로만 이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한다. 생각건대, 코끼리 다리만을 만져본 사람이 코끼리를 통나무 같다고 하는 것을 나무랄 수 없다. 코끼리 코만을 더듬어 본 사람이 코끼리를 호스 같다고 말한다고 하여 꾸짖을 수는 없다. 꼬리만을 더듬어 본 사람이 코끼리가 새끼줄 같다고 하더라도 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코끼리의 일부분만을 더듬어 보고 코끼리의 모습이 어떻다고 우기는 좁은 소견을 가진 사람에게 코끼리 농장을 맡기면 농장이 망가지는 불상사가 초래되는 것은 뻔한 일이다.  그 편협한 생각을 막무가내로 밀어 붙일 경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피곤하게 하겠는가? 

 


 

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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