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3년차에, 아직은 새신랑 소리가 어색하지 않은 지인(知人)을 만났습니다. 오랜만의 만남인지라 서로의 안부가 오고갔습니다. 신혼의 재미가 어떠냐는 저의 상투적인 질문에, 저와 상담 좀 해야겠다며 반색을 하고 나섭니다. 그러고 보니 언제나 생글생글, 잘 웃던 얼굴이 좀 무거워진 것 같습니다. 세월 탓인가 했더니, 꼭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닌 가 봅니다.

연애할 땐, 시시한 유머에도 잘 웃어주고 애교도 많던 그녀가 결혼 후에는 쌈닭이 되었다고 하소연 합니다. 여자들은 결혼하면 호르몬변화라도 있는 모양이라며, 자기가 하는 일에 사사건건 못마땅해 하는 와이프 때문에 피곤하다는 내용입니다. 친구들 모임에서 분위기 띄우려고 농담이라도 하면 남자가 왜 그리 가볍냐고 타박이고, 사다주는 선물을 보고는 안목이 없다고 구박이고, 아기 봐주는 것도 어설프다는 소리 듣기가 일쑤랍니다. 그래서 자기는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미안하다는 말이 입에 붙었답니다. 결혼 전엔 유머가 있어 좋다던 그녀, 별 거 아닌 선물에 감동하던 그녀, 오빠는 못하는 게 없다던 그녀였다는데요.

와이프가 임신, 출산, 양육으로 날카로워졌을 거라고 말해줬습니다. 그게 다 잘해보자고 하는 거지 미워서 그런 건 아니다. 여자들은 원래 디테일 한 부분에 마음을 쓴다. 결혼생활에 연륜이 좀 쌓이면 이해심도 많아질 거라고 위로의 말을 한 수 띄웠지요. 제 의도가 잘 전달됐는지, 그녀도 애기하고 고생하느라 그렇기도 할 거라고 부드럽게 말을 맺었습니다.
지인의 말처럼 결혼 후에 호르몬의 변화가 생기는지는 모르겠으나, 누구나 변하는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그 원인 중에 하나가 관계를 소유로 여기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상대방’으로 대할 때와, ‘내 소유’로 대할 때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상대방’일 땐 객관적으로 보지만, ‘내 소유’일 땐 주관적으로 보게 됩니다. ‘상대방’일 땐 특징으로 보이던 것이, ‘내 소유’일 땐 허점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부부간에도 ‘상대방’으로 인정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내 소유’가 되면, 부족한 면이나 맘에 들지 않는 면을 내가 고칠 수 있는 것처럼 지적하고 안타까워합니다. 결과적으로는 서로가 피곤해지겠죠. 물건은 적정한 가격만 지불하면 ‘내꺼’가 되지만, 사람은 ‘내꺼’가 될 수 없습니다. “좋은 아내와 남편이 되라고 강요하기보다, 좋은 아내와 남편이 되도록 노력하라”는 어느 결혼식의 주례사가 생각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20년이란 시간이 지나서야 깨달았습니다. 그랬더니 남편이 너무 늦게 깨달았다고 하네요. 그렇게 말하는 자기는 아직도 멀었으면서….

김윤숙의 행복 테라피 <김윤숙 coool66@daum.net>

 
공감소통연구원 대표, 대전혜천대학 겸임교수로 활동중이며, '행복 인생 만들기'란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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