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정으로 봉사하러 다닐 때가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노인정은 남, 녀가 분리된 구조가 대부분입니다. 방이 두 개거나 층을 따로 쓰는 경우가 많지요. 방이나 층은 달라도 내부의 시설은 비슷하게 꾸며져 있습니다. 간단한 조리대와 소파, 그리고 TV가 놓여 있습니다. 간혹 시설 좋은 곳은 노래방설비도 있더군요.

그런데 방의 구조는 비슷해도 분위기는 180도 다릅니다. 할머니들이 계신 방에선 연신 소란스런 대화소리와 웃음소리가 문 밖에 까지 들립니다. 윷놀이를 하시거나 화투를 가지고 노시더라도 뭐가 그리 재밌는지 왁자지껄 합니다. 시시때때로 군것질 거리를 서로 나누시며 세상사는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누구네 손녀가 몇 년만에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도, 누구네 김장이 짜게 됐다는 것도 노인정 뉴스가 됩니다.

반면에 할아버지들이 계신 방은 TV소리와 어르신들의 헛기침 소리만 들립니다. 몇 분 안되는 할아버지들이 우두커니 앉아서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십니다. 분위기로 보면 서로 오늘 처음 만나셨는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셨는지 분별이 안갑니다. 호칭도 교장선생님으로 퇴직한 분은 ‘교장선생님’으로, 사업을 하셨던 분은 ‘사장님’으로, 평범한 분들은 ‘○씨’로 불리니 서로 터놓고 친해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남자들의 공감능력이 여자보다 떨어진다는 사실이 맞는 것 같습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그레이스 마틴’에 의하면, 거의 모든 사람은 공감능력을 갖고 태어난다고 합니다. 신생아부터 유년기 까지는 남 녀 간에 큰 차이 없이 공감능력을 발휘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격차가 벌어집니다. 먼저는 과묵하고 용감함을 남자다움으로 교육받는 이유가 있고요, 또한 권력을 갖게 되면 공감능력을 잃게 되는데 그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권력은 세상을 자기중심적으로 보게 만들어서 다른 사람의 관점을 고려하는 공감을 방해한다는 것입니다. 권력도 있고, 공감능력도 가진 남자 어디 없나요?

공감과 소통이 있는 곳은 분위기가 긍정적이고 행복합니다. 조직이 만들어지고 원활하게 운영되는데도 정서적인 공감대가 큰 역할을 합니다. 교육에 ‘눈높이 교육’이 필요하듯, 공감능력에도 ‘눈높이 공감대’가 필요합니다. 나의 생각과 이야기가 아닌, 상대방의 생각과 이야기를 인정하고 들어주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남자들은 목적지까지 빨리 가는 걸 좋아하고, 여자들은 주변 구경도 하고 친구들이랑 즐겁게 같이 가는 걸 좋아한답니다. 그래서 여자들이 이 땅에서 오래 사는 가 봐요.

김윤숙의 행복 테라피  <김윤숙 coool66@daum.net>

 
공감소통연구원 대표, 대전혜천대학 겸임교수로 활동중이며, '행복 인생 만들기'란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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