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좋은 기억 줄까, 나쁜 기억 줄까!

“가난한 남자 만나서….” 친정엄마의 인생스토리는 항상 이렇게 시작됩니다. 옆에서 아무 말도 못하고 계시는 아버지가 들으라는 듯이, 고생한 얘기들을 ‘보따리 보따리’ 풀어놓으십니다. 결혼 후 밥 한 번 양껏 못 먹은 얘기며, 아버지가 실직하셨을 때 젖먹이들을 떼어 놓고 옷감을 팔러 오지(奧地)로 다니신 얘기 등등. 마지막 멘트로 “내 인생 책으로 쓰면, 10권은 나올 거여”를 빼놓지 않으십니다.

 친정아버지는, 지금도 하루에 버스가 3번만 들어가는 충청도 시골에서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셨지요. 공부는 잘하셔서 사범학교는 졸업하셨지만, 결혼적령기까지 기반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학교에 근무하시고, 워낙 성격이 유순하신지라 외할머니가 적극 결혼을 밀고 나가셨다고 합니다. 외할머니의 도움으로 작은 방을 얻어 시작한 결혼생활이 넉넉할 수 없었겠지요. 그 시절엔 다들 그렇게 사시지 않으셨을까 생각이 들지만, 그렇게 말씀드리면 “모르는 소리 말어”라고 면박을 주십니다.

 친정엄마는, 황해도에서 부유한 사업가의 집에서 태어나셨답니다. 1940년대에 모피코트와 부츠까지 신고 지내셨다는, 전설 같이 부유한 어린 시절을 보내셨다는 엄마. 하긴 북에 고향을 두고 오신 분들은 모두 부유하셨다죠. 두 분의 결혼은 6.25전쟁이 중매했습니다. 전쟁 후 엄마는 가족과 함께 충청도, 그것도 아버지의 고향 근처로 피난을 오신 겁니다.

 만약 엄마가 책을 쓰신다면 부유했던 고향얘기는 작은 부분만 차지 할 겁니다. 7~80%는 “가난한 남자 만나서…”로 시작되는 결혼생활 얘기일 것 같습니다. 어디에 그렇게 많은 기억을 저장하셨는지, 고생담은 끝이 없으니까요. 아무런 반박도 못하시고 듣고 만 계시는 아버지가 안쓰러워 평생 화도 안 내시고, 연탄불도 갈아주시고, 쓰레기도 손수 버려주시던 아버지의 좋은 점을 말씀드려봅니다. 그제서야 “그건 그렇지만…” 한마디 띄우십니다.

 사람은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 중에서, 선택적으로 나쁜 기억을 더 많이 기억한다고 합니다. 나쁜 기억을 많이 하면서 “내 인생에 즐거운 일이 있었나? 힘든 일 만 많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답니다. 남편이나 시댁에 서운했던 기억들이 좀처럼 없어지지 않은 걸 보면 저도 별 반 다르지 않네요. 나쁜 기억을 선택하듯이, 훈련으로 좋은 기억을 가질 수 있다고 합니다. 습관처럼 좋은 기억들을 떠올리라는데 잘 될지 모르겠지만, 노력 해 볼 만한 일입니다.

 이번 명절에 많은 분들을 만나실텐데, 그분들에 대한 좋은 기억을 떠올려보세요~. 아무리 떠올려도 좋은 기억이 없다면, 만드시거나!!

<김윤숙 coool66@daum.net>

공감소통연구원 대표, 대전혜천대학 겸임교수로 활동중이며, '행복 인생 만들기'란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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