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다행입니다.

입력 2013-01-22 11:56 수정 2013-01-22 11:56


눈길 두는 곳마다 시멘트구조물뿐인 아파트촌, 곳곳에 심겨진 나무가 있어 숨통이 트입니다. 눈송이를 얹고 서있는 나무군락은, 어릴 적 흠모했던 서양의 그림엽서처럼 좋은 그림을 만들어냅니다. 바람의 손길 없이는 손 한번 흔들지 않는 태생적 과묵함은 나무의 자랑인지 미련함일 런지요. 일생에 전혀 비대함을 허락지 않는 나무들의 절제는 배우고 싶은 덕목입니다. 설거지하는 주방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제법입니다.



 1층에 살아서 좋은 점 몇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는 음식물쓰레기 버리기 좋고, 엘리베이터 신경 안 써서 좋습니다. 무엇보다 제일 좋은 건 나무들과 가까이 있다는 겁니다. 덕분에 계절의 변화도 빨리 알고, 눈도 즐겁습니다. 물론 1층에 살아서 안 좋은 점도 많습니다만.



 나무의 생명력은 놀랍습니다. 뿌리에서 물과 영양분을 흡수해서 나무 끝까지 쉼 없이 펌프(?)를 가동합니다. 몇 미터에서 백 미터정도 되는 높이까지 말입니다. 한 해 동안 나무가 끌어올리는 물의 양은 어마어마합니다. 그렇게 몇 백 년을 거뜬히 지냅니다.


 또, 좋은 일의 선두주자입니다. 해로운 이산화탄소를 집어 삼키고는 맑은 산소를 배출 해 줍니다. 온 몸에 물을 가두어 홍수를 막아주기도 합니다. 새들과 곤충의 아늑한 집이 되어주기도 하구요. 최고 절정은, 각종 맛있는 열매를 제공해 주는 나무의 헌신입니다.



 말이 길었습니다. 모든 게 나무의 타고난 생리작용이었다고 하셔도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런데 ‘나무 같은 사람이 있으면 어떨까’ 생각이 듭니다. 과묵하고, 절제하며, 부지런하고, 많은 걸 내어주는 나무 같은 사람. 아마 그런 사람을 세상은 바보라고 부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나무 같은 사람을 보기 힘든 가 봅니다. 그래도 우리 곁에 나무가 있어 참 다행입니다.



<김윤숙 coool66@daum.net>




공감소통연구원 대표, 대전혜천대학 겸임교수로 활동중이며, '행복 인생 만들기'란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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