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야신 남편과 사는 법.

“뭐 좀 없어?” 남편이 늦은 밤에 냉장고를 뒤지며 묻습니다. “저녁 많이 먹고 뭘 또 먹어요!” 또 핀잔이 나옵니다. 제가 붙여준 남편의 별명은 ‘야신’입니다. 야구의 신이 아니라 야식(夜食)의 신(神)이라는 뜻이지요. 아무리 저녁을 거하게 먹어도 늦은 밤에 마른 오징어나 떡, 과자 같은 주전부리를 찾습니다.

 야식이 몸에 좋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간단히 과일 한쪽도 아니고, 한 끼 식사를 맘먹는 칼로리를 섭취하니 문제가 있지요. ‘밤 9시 넘어서 먹는 사람하고는 돈거래 하지 말라’는 검증되지 않은 말까지 꺼내며 말려 보지만, ‘야신’의 기세를 꺾기 힘듭니다. 속이 좋은 건지 습관이 되어 그런 건지, 야식 후 다음날 불편을 겪는 저와는 달리, 남편의 속은 멀쩡합니다. 술‧담배를 안 하니 야식정도는 눈감아 줘야 한다고 주장하며 지금까지 그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야식을 입에 대지 않는 저와 ‘야신’의 만남은 불협화음이지요. 그래서 살면서 좀 다투었습니다. 먹기 싫어하는 제게 억지로 먹이려 하고, 그러잖아도 살이 통통히 오른 애들도 야식에 길들여지고, 비용도 만만치 않고. 남편은 남편대로 좋아하는 것도 못 먹게 한다고 서운해 하고. 도대체 서로 납득이 안 갔지요, 납득이~.

 곰곰이 생각 해 보다가 우리 부부의 야식습관이 다른 이유를 알게 됐어요. 사업을 하셨던 시아버님은 늦은 시간 귀가 하셨고, 그때마다 간식거리를 사 오셔서 남편은 자연스레 야식 먹는 습관이 생긴 겁니다. 반면에 교직에 계셨던 저희 친정아버지는 일찍 귀가하셨고, 저녁식사 후엔 일찍 잠자리에 드는 습관에 길들여진 저였습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한 번 길들여진 습관을 버리기가 어려웠을 텐데 의지력도 없다고 닦달했던 게 좀 마음에 걸리더군요. 그래서 이젠 오이나 고구마, 호박죽같이 덜 해로운 야식을 준비해 놓기도 합니다.

 옛날에 사자와 소가 서로 사랑을 했습니다. 사자는 사랑하는 소에게 주려고 어렵게 사냥한 고기의 제일 맛있는 부위를 골라 소에게 주었지요. 그런데 소는 먹을 수 없는 고기를 준 사자의 사랑을 의심했고, 사자는 정성들여 마련한 고기를 입에도 대지 않는 소를 원망했대요. 서로 다르다는 걸 알지도 못하고, 인정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지요. 부부간에도 연인 간에도 서로 습관과 취향이 다를 수 있어요. 그럴 때 비난하지 말고 인정해주도록 노력해 보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냉장고를 뒤질 남편을 위해 군고구마를 준비하며,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고 1마일을 걷기 전에는, 그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지 말라”는 인디언의 격언을 마음에 적어 봅니다.

<김윤숙 coool66@daum.net>

공감소통연구원 대표, 대전혜천대학 겸임교수로 활동중이며, '행복 인생 만들기'란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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