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쯤의 일입니다. 운전을 시작하고 자가운전의 맛을 들일 무렵, 한적한 길의 신호대기중에 옆 차선의 냉동차가 창문을 내리고 빵빵 거립니다. 길을 묻나 싶어 창문을 내렸더니, ‘옥돔’을 싸게 줄 테니 사라는 것이었습니다. 구경이나 해보라며 차를 대고는, 백화점에 납품하고 돌아가는 길인데 한 상자가 남았으니 15만원 짜리를 5만원에 준다며 ‘○○수산’이라는 명함을 내밀었습니다. 옥돔을 본적은 없지만, 고급생선이라는 말은 들었던 터라 싼값에 맛을 볼 요량으로 덜컹 구입했습니다.

 그동안 밑반찬이며 김치까지 얻어먹은 신세를 갚을 겸, 언니와 나누어 먹으려고 옥돔을 가지고 언니네로 향했습니다. 귀한 생선을 싸게 산 걸 자랑하는 내게 생선을 살펴보던 언니 왈, “야, 이거 옥돔 아니야! 완전 못 먹을 거 속아서 샀구만.” “그럴 리가 없는데, 또 필요하면 주문하라고 명함까지 줬는데.” 석연치 않은 마음으로 명함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없는 번호라는 응답만 들렸습니다. 5만원의 돈도 아깝지만, 쉽게 속아버린 내가 바보 같아 며칠을 아주 우울하게 보냈습니다.
 시골에 계신 친정엄마와 통화하면서 옥돔에 속은 얘기를 꺼냈습니다. 당시로서는 꽤 큰돈이었던 5만원의 아까움도 하소연 했습니다. 너무 속상해서 그렇게 좋아하던 생선도 보기 싫다고 했더니 엄마가 말씀하십니다. “얘, 그래도 10만원에 안 산게 어디냐! 5만원 벌었잖니~” 엄마의 황당한 계산법이 효험이 있어서, 그나마 마음을 풀고 웃을 수 있었습니다.

 반백년 가까이 살다보니 속는 일도, 생각지 않게 손해 보는 일도 생깁니다. 그럴 때마다 억울하기도 하고 속상한 마음이 어쩔 수 없이 따라옵니다. 큰 범죄로 여길 만큼의 사건은 법과 경찰의 도움을 요청해야 하지만 그러기에도 곤란한 내용이라면, 온전히 내가 해결해야할 몫입니다. 그런데 뾰족히 해결할 방법이 없다면, 억울하고 속상한 내 마음부터 위로해 줘야 합니다. 내가 입은 손해 보다 나 자신이 더 소중하니까요.

 그 뒤로도 가끔 친정엄마의 황당한 계산법을 써 먹었습니다. 금전적인 손해나 손실뿐만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나 모든 상황에도 이 계산법은 유용합니다. 작은 불행을 큰 불행과 비교하면 별거 아닌 게 되는 이치라고 할까요. 그래서 작은 접촉 사고로 생긴 차의 상처 때문에 속상해 하는 남편에게 “그래도 사람 안 다친게 어디야!”라고 웃어 보입니다. 물론 속으로 ‘운전 좀 잘하지’라고 올라오는 녀석을 누르고 하는 말이긴 하지만….

<김윤숙 coool66@daum.net>
공감소통연구원 대표, 대전혜천대학 겸임교수로 활동중이며, '행복 인생 만들기'란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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