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하는 언니를 도우려고 아침부터 언니네로 향했습니다. 치솟는 전세 값을 못 이겨, 작은 집을 얻어 가느라 ‘짐 싸기’가 아니라 ‘버리기’에 더 치중합니다. 요즘 무주택자가 상팔자라는데, 꼭 그런 거 같지는 않습니다. 부동산중개소에 가 잔금을 치르고 이사할 집에 가보니, 사람 없는 빈집에 쓰레기들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아휴~ 쓰레기는 좀 치우고 떠나지, 너무한다!” 빗자루를 손에 든 언니가 투덜거립니다. 욕실도 베란다도 전 거주자의 배려 없는 마지막 매너를 드러내 보여줍니다.

 건축회사에 다니던 직원이 퇴직을 앞두고, 사장으로부터 “마지막으로 집 하나 잘 지어 주게!”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얼마 안 있으면 회사도, 하는 일도 그만 두게 된다고 생각한 이 직원은 일을 대충대충 했습니다. 재료도 좋은 것을 쓰지 않고 감독과 시공도 엉성했습니다. 겨우 준공검사를 넘길 정도로 지어놓은 집이 완성되자, 사장이 직원을 찾아와 말했습니다. “이 집은 그동안 수고한 자네를 위한 집이네. 자네의 은퇴를 위한 선물이네”라고.

 옛날 어떤 부잣집 주인이 “내일 종들을 다 해방시켜 주겠다”고 하자 종들은 노비문서를 태우며 기뻐했습니다. 주인은 종들에게 “오늘 밤새도록 새끼줄을 꼬아라. 될 수 있는 대로 가늘고 길게 꼬아라”라고 말했습니다. 종들은 “마지막 날까지 부려먹는 군!”이라고 불평하며 대충 굵게 새끼줄을 꼬았습니다. 그러나 한 종은 “오늘이 마지막이니 정성껏 일하자!”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가늘게 새끼줄을 꼬았습니다. 다음날 주인이 광문을 열어 놓고 “꼰 새끼줄에 엽전을 꿸 수 있는 만큼 가지고 가라!”고 했습니다. 대충 굵게 꼰 종들은 간신히 몇 개의 엽전만 꿰었지만, 마지막까지 열심히 가늘게 꼰 종은 많은 엽전을 꿰어 가지고 갈 수 있었습니다.
 ‘로마의 휴일’을 통해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오드리 햅번은, 뛰어난 미모를 자랑한 전성기보다 마지막이 아름다운 배우입니다. 약물중독과 자살이 많은 톱스타들과는 다른 삶을 선택합니다. 유니세프의 대사로 극빈국을 돌며 기아에 고통당하는 아이들을 돕는데 자신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아들에게 남긴 유언은 지금도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아름다운 입술을 가지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해라,
날씬한 몸을 갖고 싶으면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어라,
네가 더 나이가 들면 손이 두 개 라는 걸 발견하게 된다,
한 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우리의 인생과,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일과 관계에는 마지막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유난히 대통령들의 마지막이 아름답지 못했습니다. 덕망 있다고 여겨졌던 분들의 마지막도 실망스러운 모습일 때가 많았던 반면에, 이름 없이 아름다운 마지막 모습을 보여주신 분들도 있습니다. 많은 심리학자들이 첫인상의 중요성을 얘기합니다. 그렇지만 진짜 ‘결정타’는 마지막 모습이 아닐까요?

 마지막이 아름다운 사람이 아름답습니다!

<김윤숙 coool66@daum.net>
공감소통연구원 대표, 대전혜천대학 겸임교수로 활동중이며, '행복 인생 만들기'란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