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아버지 사랑은 택배로 옵니다!

 ‘딩 동!’ 우리 집 초인종 소리입니다. 번호 키를 설치한 뒤로 식구들은 초인종을 누를 필요 없으니 십중팔구는 택배 도착소식입니다. 쇼핑을 인터넷 쇼핑으로 해결하는 딸에게 온 택배거나, 내가 주문한 책, 아니면 시골 아버지가 보내주신 커다란 상자가 대부분입니다. 규격화된 예쁜 상자로 오는 것들과는 달리 아버지의 택배는 투박하고, 나 혼자서는 들 수 없을 만큼 무겁습니다. 그 무게가 미안해서 택배기사에게 감사하다는 인사소리가 저절로 커집니다.

 아버지가 보낸 상자를 열어보면 친정집 앞마당을 보지 않고도 눈에 환합니다. 늙은 오이, 가지, 풋고추, 토마토, 상추, 부추들이 다투며 자라고 있을 겁니다. 택배비 정도면 마트에서 사먹을 수 있으니 보내시지 말라는 내게, 거기서 파는 것 하고는 다르다며 ‘앞마당 농산물’을 끊임없이 보내주십니다. 하긴, 농약은커녕 농약 냄새도 못 맡게 아버지가 지키고 키우신 것을 값으로 따지는 건 좀 그렇습니다. 그렇게, 아버지의 사랑은 택배로 옵니다. 

 아버지는 정말 말이 없으신 분입니다. 꼭 필요한 일상 언어 말고는 아버지 목소리도 듣기 힘든 어린 시절이었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마술에 걸린 듯 변하시는 때가 있었습니다. 술을 좀 드시고 들어오시는 날이면, 손에 간식거리를 들고 5남매를 불러 앉히십니다. 조용하던 아버지는 간데없고 재미있는 아버지의 얘기는 간식보다 더 우리를 웃게 해줬습니다. 없는 살림에 술값 낭비한다고 핀잔하는 엄마와 달리, 나는 은근히 아버지의 술 드시는 날을 기다리곤 했습니다.

 질병관리본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음주자 10명 중 3명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폭음을 한다고 발표했습니다. 2005년 WHO통계의 3배 수준입니다. 또 운전자 5명 중 한 명이 음주운전 경험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모정당의 수석 전문위원은 술에 만취해 경찰에게 행패를 부리고, 탈북자에게 막말을 했던 국회의원은 술김에 그랬다는 변명으로 명예가 추락했습니다. 서울경찰청은 ‘주폭’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한 달 사이 100명을 검거했다고 합니다. 

 ‘신비의 묘약’이라 불리던 술, 절제와 도가 없는 음주는 취하기보다 추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개인의 즐거움>을 벗어나 <사회의 악>이 될 위험성도 크지요. 그렇다고 술 마시는 자격증을 발행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인간의 ‘희로애락’과 함께 해야 할 ‘술’이라면 지켜줘야 합니다. 이젠 ‘주격(酒格)’이 ‘인격(人格)’입니다. 지금도 아주 가끔은 아버지의 ‘주설(酒說)’과 손에 들려 있던 간식이 그립습니다.
<김윤숙 coool66@daum.net>

공감소통연구원 대표, 대전혜천대학 겸임교수로 활동중이며, '행복 인생 만들기'란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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