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바벨탑과 금자탑

  우리사회에서도 아껴 모은 큰 재산을 대학에 뭉텅 뭉텅 희사하는 분들이 늘어나 미래의 등불이 밝아질 것이 예고되고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빈곤층, 막바지에 있는 이들에 대한 기부활동은 더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어김없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얼마 전 서울 맹학교에서 펼쳐진 한글점자 기념일 행사에서는 참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졌다. 이웃에 사시는 90대의 윤 할머니께서 골동품 감정 일을 하면서 모아온 5억원을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선뜻 회사하였다. 노욕을 가지거나 치기를 부리기 쉬운 그 연세에 그와 같은 결단을 내리기가 얼마나 어렵겠는가 한참 생각해보게 된다. 더군다나 고향 언덕이나 유명대학 교정에 이름 석자를 새기는 일도 없는데…

  후진국, 후진사회일수록 거부들의 기부활동이 서민이나 중산층에 비하여 절대금액에서도 부진한 까닭은 무엇인지? 아마도 이 같은 현상은 정당치 못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사람이 많다는 하나의 반증인지도 모른다.

  정경유착, 담합, 내부자거래, 중소기업 뜯어먹기, 탈세 같은 부당한 방법으로 살얼음판을 건너면서 축적한 부를 남을 위하여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인가? 아니면 지저분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하는 과정에서 손상된 체면이나 자부심 같은 것을 물질로 채우려는 보상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인가? 아무리 쌓고 쌓아도 허기진 그 욕망의 세계, 그 완성될 수 없는 바벨탑에 대한 미련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선진사회 특색의 하나는 부의 축적이 개인의 능력보다는 오히려 사회발전의 덕택이라고 생각하는 부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부의 대물림에 집착하지 않고 공동체로부터 받은 것을 다시 사회에 반환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부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생각건대, 땀 흘려 일하는 그 자체가 커다란 기쁨이며 비할 수 없는 행복이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부를 일군 사람의 한사람”인 워런 버핏도 젊은 사람들에게 “돈을 많이 버는 일보다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인생에서 일 자체의 기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사회의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하면서 쌓아 올린 부는 자랑스러운 열매다. 그리고 일하는 과정 자체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면 그 결과에 대해 미련과 집착할 까닭이 줄어드는 것은 뻔한 이치다. 그러니 그 기쁨과 자랑을 사회가 더 밝아지기를 고대하며 사용할 때, 그 기쁨과 자랑의 금자탑은 더욱 커지고 빛나게 된다.

  주변에서 보면 남모르게 자선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밝고 여유롭게 비치는 까닭은 무엇인가? 이는 아마도 자신이 포기한 조그만 효용의 대가가 다른 이에게는 몇 배 큰 효용을 줄 수 있다는 확신과 그에 따른 기쁜 마음 때문이라 생각된다. 사실이지 우리가 시각을 조금만 넓게 하면 기부행위를 통하여 사회의 총효용을 확대하는 일은 생산증대와 똑 같은 결과를 가져오는 부가가치 창출의 또 다른 방법이다. 땀 흘려 번 돈의 효용을 가능한 크게 하는 일이야말로 경제적 동물의 경제적 행위라고 생각하면 답이 그냥 나온다.

(☞ 졸고 “돈과 행복의 함수 ”참조)

 한 번 잘못 판단하면 누구든 낭떠러지로 떨어질 수 있는 불확실성 시대에 자선활동은 너와 나를 위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위한 한 갈래” 길이다.

  세금 마일리지, 기부 마일리지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남을 많이 도운 사람들이 뜻하지 않은 일을 당하여 생계의 위협을 받을 경우 그 동안 쌓아온 마일리지로 일정 수준의 생활을 보장 받는 다면 사람사는 사회는 한층 밝아질 것이다.

  영원히 미완성인 바벨탑과 빛나는 금자탑 사이에는 무엇이 있는가? 아마도 무지와 탐욕의 늪이 있을 것이다. 백 냥짜리 금자탑이 만 냥짜리 바벨탑보다 더 가치 있다는 깨달음만 가진다면  누구나 풀쩍 건너뛸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있다.

  “윤 할머니 오래 오래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모두 새해 운수대통 하십시오. 몸도 튼튼, 마음도 튼튼하시기를 빕니다. 그리하여 빛나는 금자탑도 세우시기 바랍니다.

 

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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