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포춘지는 2009년중 산업계의 가장 황당한 짓거리 21개를  선정하였는데, 그 첫째가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 로이드 블랭크페인의 "나는「신의 일」을 하고 있다"는 발언이다. 미국의 금융실패 파문이 세계 금융위기로 또 경제위기로 확대되어 전 세계가 고통을 받는 상황에서 그 파렴치한 태도에 대한 비웃음과 분노가 크다는 뜻일 게다.

  정부실패와 시장실패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2008 "세계경제위기"에서 우리는 어떠한 교훈과 학습효과를 얻어야 하는가?

  먼저 정부가 잘못하여 일을 그르치는 정부실패를 들여다 보자. FRB 의장 “그린스펀의 서류가방에 무엇이 들어있는가?”에 관심이 쏠려 있는 동안에 유동성은 넘쳐나게 되고 거품은 잉태되어 자라났다. 그는 신비스러운 모습으로 전세계의  이목을 받으며  금리를 자꾸 자꾸 내리고 유동성을 풀어 자산시장의 거품을 점점 키워갔다. 끝내 거품이 터지면서 세계경제는 비틀거리고, 그 자신은  “실패한 경제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다.

  당시 세계경제는 중국특수로 값싼 상품이 넘쳐나고, 생산자와 소비자 간에 직거래가 늘어나는 유통혁명, 원자재 절약형 산업(IT)의 발전, 기술혁신에 따른 생산성 향상, 부의 편재로 인한 소비수요 위축, 정보화에 따른 재고수요 감소 등으로 수요가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과잉 상황에 직면하였다. 그리하여 유동성이 팽창되어도 물가가 크게 동요하지 않자 각국 중앙은행은 통화금융정책이 성공한 것으로 오판하고 유동성 공급을 계속 확대시켰다.

  공급과잉 상태에서는 돈이 풀려도 실물투자가 확대되지 않고 그저 풀린 유동성이 여기저기 떠돌게 마련이다. 범람하는 유동성이 산업생산 부문으로 이동하지 못하고 자산시장으로 몰리면서 이리저리 거품이 커져가는 것은 하등 이상한 일이 아니다.

                                         ☞ 졸고 "인플레이션과 거품은 다르다 " 참조

  이에 2009 노벨상 수상자인 폴 쿠루그만과 오하이오 주립대 스티븐 세체티 교수 등 여러 사람이 유동성 과잉이 가져오는 부작용을 우려하여 2000년 초중반 “중앙은행은 물가안정 만이 아닌 자산시장의 거품형성에도 책임을 져야한다”고 반복하여 경고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각국 중앙은행 대부분은 “물가안정과 경기안정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였다."
  다음 시장이 꼬여서 문제를 일으키는 시장실패를 들여다 보자. 특히 미국 금융시장에서는 자산의 연속적 유동화 즉 “증권화의 증권화(securitization)”를 반복한 결과, 시장이 가늠하지 못할 크기의 유동성을 팽창시켰다. 월스트리트 종사자들은 유동성 없는 자산을 연속적으로 유동화 시키는 과정에서 남다른 자만심과 탐욕을 느꼈는지 모른다. 꼬리에 꼬리를 문 유동화가 지속되면서 꼬리가 몸통을 삽시간에 흔들어 쓸어트릴 위험을 외면한 까닭도 그 오만과 욕심 때문이 아니겠는가? 서브프라임, 베어스턴스, 리만 사태의 전개과정을 보면 위험관리가 애초부터 없었거나, 거의 불가능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또 각국의 감독기구에서도 이를 금융혁신으로 오판하고 이를 방치하거나 오히려 새로운 금융기법 내지는 금융공학으로 바라보는 잘못을 저질렀는지도 모른다. 그 결과 금융시장 위험측정과 감독이 사실상 어렵게 되어 시장의 혼란이 초래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돌이켜보면 "신비한 경제대통령"과 "시장 엘리트"들이 벌인 그  "신의 일"이 결과적으로 수많은 기업을 도산시키고 사람들의 일자리를 잃게 한 것은 "악마의 유혹" 때문이었다고 할 수밖에 없다. 사람사는 세상에서는 오만과 탐욕 그 자체가 바로 악의 근원이며 악마의 손짓이 아니겠는가?
  안타깝게도 이러한 시행착오는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민간부분이나 공공부문이나 한꺼번에 큰 성과를 내려는 단기업적주의에서 벗어나지 어렵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도 IMF 구제금융 사태를 초래하여 많은 사람들을 헐벗게 한 그 장본인들 어느 누가 최소한의 책임을 지는 일은 차치하고 도덕적 의무감이라도 느끼는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수치감은 커녕 멀쩡한 사람들을 도리어 훈계하려드는 우스꽝스러운 광경들도 벌어지고 있는 형편이다.

  문제의 핵심은 정부실패, 시장실패에서 오는 경제적 시련과 아픔은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이 아니라, 죄 없는 기업과 가계가 치른다는 점이다. 정책이나 시장이 무리하게 돌아가는데 그 부작용을 미리 예상하고 대처하지 못하면, 가계나 기업은 가만히 앉아 있다 경제적 패자가 되기 쉽다. 정책 실명제와 사후평가제가 절실한 이유가 여기 있다.

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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