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 안정성과 유연성

입력 2009-12-15 09:00 수정 2011-10-15 10:45

  아마 보통사람 가운데 일자리 걱정을 하지 않는 사람은 지구촌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자기 자신은 몰라도 실업자 아들딸을 두고 태연할 어버이가 어디 있겠는가? 이 시대 최대 현안인 고용불안의 직접 원인은 생산성 향상으로 일자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경제성장에 따른 빛과 그 그림자인가?

  무엇보다 생산과정에 종사하는 인력이 남게 되는 현상은 피할 수 없다. 지속적 생산성 향상으로 과거보다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이, 더 좋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혼자서도 전 세계 의식주 관련 공산품 수요를 충당하고도 남는데, 그 중국은 아직도 거대한 유휴노동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유통과정에서도 생산자와 소비자의 직거래가 활발해지는 유통혁명이 계속되고 있다. 중간상들이 끼어들 자리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와인 1병을 남미 포도주 제조공장에 직접 주문하여 마시게 될 날도 머지않을 것이다.

  또한 관리과정에서도 정보처리기술 발달로 중간관리자의 일이 줄어들고 있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환경에서 여러 단계를 거치게 되면 의사결정이 더디게 되는 점도 중간관리자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이와 같이 경제적으로 사용자 우위의 노동시장이 형성되어 가는 반면에 사회적으로는 근로자 권리가 신장되는 환경에서, 사용자는 유연한 노동시장을 원하고, 근로자는 안정된 일자리를 원하게 되었다. 어쩌면 노동시장의 부조화와 불협화음은 피해 갈 수 없는지도 모른다.

  그리고지금과 같은  일그러진 노사관계는 과거 독재정권이 성장위주의 정책을 펼치면서 헌법에 보장되어 있는 노동3권의 싹조차 억누른 데에 대한 반작용도 하나의 원인이 아니었는가 생각해보아야 하다. 또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강성 노조활동이 경영자들을 필요이상으로 피곤하게 하면서 비정규직을 선호하는 환경이 조성된지도 모른다. 

  자본축적보다 기술축적이 더 큰 경쟁력이 되어가는 세계에서 인적자원의 중요성은 무한대로 커지고 있다.

  일자리 안정성을 확보하여 근로자들이 일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갖게 하는 일도 중요하다. 고용불안을 줄이는 일은 사회가 안정되기 위한 핵심사항이다. 소득이 높더라도 일자리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행복지수가 올라 갈 수 있겠는가?

  또 유연성을 확보하여 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여 인력의 이동성을 높이는 일도 중요하다. 시장이 경직되어 노동시장 이동성에 제약을 받으면 우수 인재들이 기득권을 버리지 못하여 더 좋은 일자리가 있어도 자칫 놓치기 쉽다. 개인은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놓치고, 사회는 사회대로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지 못하게 된다.

  그런데 노동시장 문제는 구호로서 되는 일도 아니고 특별한 묘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근로자들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고용안정과 동시에 노동시장 유연성을 확보하는 황금분할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저 애정을 가지고 큰 시각으로 대처하는 수밖에 없다.

  먼저, 재래식 산업의 일자리를 억지로 늘리려는 노력보다 새로운 산업 즉 미래의 부가가치 창출 과정에서 가능성을 찾아야 한다. 기존의 의식주 산업보다 삶을 윤택하게 하는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찾아내야 한다. 예를 들어 청소년들의 재능을 조기에 발굴하고 그 능력을 키워내는 산업, 또 노령사회에 절대 필요한 예방의학 같은 것들이다.

  다음, 사회안전망을 확충하여 완충지대를 넓혀가야 한다. 자칫 일자리를 잃으면 바로 낭떠러지에 떨어진다는 불안의식이 극단적 행동으로 몰아가는 것은 아닌지 대승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 다음, 모든 일이 그렇듯이 노사관계 또한 일관성 있는 기준에 따라 대처하는 일이 중요하다. 우는 아이는 젖 물리고, 가만히 있으면 무시하는 행태가 강성노조의 원인이 되지는 않았는가 큰 시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지금까지도 그랬지만, 미래의 기업경쟁력, 국가경쟁력의 핵심은 인적자원에 있다. 그리고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함께 안정성 확보를 통한 노사상생 내지 공생관계는 우리나라가 선진사회로 진입하기 위한 필요조건임을 강조하고 싶다.

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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