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의 세계에는 약육강식과 상호수혜(mutual benefit)의 두 가지 삶의 모습이 있다” 미시간대학 자연사박물관에 들어서면 바로 눈에 띄는 이 표어는 동물의 세계보다 우리들 인간사회에 더 커다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세상에서 강자만이 살아남는 적자생존과 서로 돕고 돕는 공생관계 중 어느 쪽이 문명의 진화와 발전에 더 많이 기여하였는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이 둘은, 언뜻 대립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만 생각하면 서로 떼래야 뗄 수 없는 보완관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농경사회와 같은 단순재생산 사회에서는 정글의 법칙에 의한  약육강식보다는 서로 협력하는 상호수혜가 인류의 삶을 보다 여유 있게 만들었을 것이다. 생산물이 제한되어 있을 때에는 되도록 여럿이 나누어야 재화의 효용가치를 크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확대재생산 사회에서는 적응하는 자만이 살아남는 적자생존 원칙에 따른 인센티브 효과가 생산성을 높이고, 뛰어난 사람들이 큰돈을 버는 과정에서 경제의 성장과 발전이 추구된다. 생산성 향상이 지속되어야 늘어나는 인구도 먹여 살리고 삶도 더 윤택하게 할 수 있다.

  경제사회에서 적자생존과 공생관계의 논리적 틀을 생각해보자.
먼저 적자생존 세계에서는 경제활동의 목표가 이익극대화를 통한 생산극대화에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이윤이, 사회 전체의 입장에서는 생산이 중요하다. 이 세계의 경제 강령은 시장 가격기구(價格機構)에 의한 「정글의 법칙」이다. 값싸고 품질 좋게 인식되는 상품만이 팔리는 냉정한 시장에서 개인의 이윤 추구 동기에 의하여 창출된 부가가치가 결국 사회전체의 이익으로 귀착된다.
   그리고 지나치지 않은 불균등은 경제적 동기를 유발하여 성장의 동력으로 작용한다. 토지 노동 자본 같은 생산요소들이 부가가치 형성에 기여한 대가로 시장에서 지불되는 몫이 제1차 분배다.
  다음, 공생관계는 경제활동의 최종 목표를 효용극대화에 둔다. 경제의 대원칙은 「한계효용 체감법칙」이다. 쉽게 말하면 고급호텔의 상어지느러미 찜보다 장바닥의 순대국 한 그릇의 효용이 때로는 몇배, 몇십배 더 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제1차 분배의 결과 초래되는 불균형을 보완하는 제2차 분배가 활발할 때 효용극대화가 이룩된다. 조세, 사회보장기구에 의한 보정적 재분배는 사회의 총효용을 크게 하는 중요한 경제적 가치를 가진다.
  제2차 분배는 경쟁에서 패배한 사람에게는 「패자부활의 기회」를, 경쟁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최소한의 보호막이 된다. 그러므로 생산극대화를 위해서도 사회안전망을 통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위한 재분배는 불가피하다. 특히 오늘날과 같은 불확실성 시대에는 누구나 빈곤층이 될 수 가능성에 논리적 바탕을 둔다.

  제1차 분배시장 왜곡은 누군가의 초과 손실과 동시에 누군가의 초과이익을 발생시켜 전체 생산성을 저하시킨다. 경쟁가격 즉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하여 움직여야 할 시장이 가이드라인, 담합, 노조 압력 등 「보이는 손」에 의하여 일그러질 경우 시장가격기구가 훼손되며 그 사회의 총생산은 쪼그라들고 결과적으로 총효용도 감소한다.
  또 제2차 분배 즉 보정적 재분배가 과다하면 근검절약 등 각 경제주체들의 경제적 동기를 상실하게 하여 삶의 기반을 근원적으로 흔들리게 할 수도 있다. 일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사회에서는 총생산도 총효용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경제적으로 공생관계는 효용극대화, 적자생존은 생산극대화의 명제를 가진다. 그런데 생산 없는 효용은 불가능하고, 효용 없는 생산 또한 무의미하다. 그럼으로 사람사는 세상에서 적자생존과 공생관계는 서로 보완 관계에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생산극대화와 효용극대화의 관계에서 형평은 능률을  해치지 않으면서, 능률은 형평을 보완하면서 추구될 때 최고선(the supreme good)이 될 수 있다.
  

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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