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봉길 의사(義士)는 의사(醫師)냐?

입력 2011-08-24 23:56 수정 2011-08-24 23:56
웃지 못 할 해프닝: 윤봉길 의사(義士)는 의사(醫師)냐?
지식산부인과의사라고 사기(詐欺) 치지 마라!

얼마 전에 트위터에 저를 소개하는 프로필에 ‘지식산부인과 의사’라는 말을 보고 의사라는 합법적 절차를 거쳐 정당한 의사가 되지 않았으면 의사라는 말을 쓰지 말라는 참으로 허무맹랑한 댓글을 만난 적이 있다. 그 친구의 요지는 “지식산부인과 의사...? 이건 좀 아니지 싶습니다. 아무리 자기홍보 시대라지만 의사가 아닌 사람이 앞뒤 없이 '의사'라고 자신을 알리는 것은 명백히 대중에 대한 사기 아닙니까?”라는 감정적 비난의 글에 담겨 있다. 나는 진짜 의사가 아닌데 지식산부인과 의사라는 말을 쓰고 있으니 자기홍보의 한 형태로 의사라는 말을 써서는 안된다는 논조였다. "~~한 의사를 지향하시고자 하신다면 의사면허 취득이라는 적법한 절차를 거치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현재 같이 '의사'라고 알리고 다닌다면 '사칭'이 맞습니다.“ 지식산부인과 의사 면허를 취급하는 공식적인 기관도 없는 상태에서 지식산부인과 의사가 되기 위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서는 절대로 의사라는 말을 써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제가 사용하는 지식산부인과 의사라는 말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내 멋대로 지어낸 이름이라는 비난과 함께 의사 사회 전체에 대한 도전이라는 주장을 보면서 참으로 한심한 의사도 많다고 생각했다. 공개된 모든 프로필에 '산부인과 의사'라고 공개하고 다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의사의 전문성을 얼마나 가벼이 여기면 그냥 자기 맘대로 '의사'라고 밝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으며, 그런 발상 자체가 놀라울 뿐이라고 혀를 차듯 몰아세우는 시점에서는 참을 수 없는 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감정적으로 대응을 할 경우 나도 같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잠시 머리를 식히고 차분하게 그리고 논리적으로 대응논리를 펼쳤다. 하지만 이 젊은 의사는 그대로 막무가내로 무조건 의사라는 말을 당장 쓰지 말라는 일관된 주장만을 펼칠 뿐 자기 생각의 오류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제가 산부인과 의사라고 사칭해서 산부인과 진료행위를 한 적이 없고 다만 지식산부인과 의사라는 메타포를 사용해서 지식임신, 지식낙태수술방지법, 지식 자연분만법 등과 같은 지식의 창조 과정을 산부인과학을 원용하여 비유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젊은 의사는 막무가내로 무조건 의사라는 명칭사용을 중단해야 된다는 주장만을 반복할 뿐이었다. 심지어 젊은 의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의사 커뮤니티 회원들을 대상으로 전체이메일로 의견을 여쭤보고 단계적 공론화를 시키겠다고 주장과 함께 "좋은 게 좋은 거지"식으로 넘어가며 의사의 전문성을 무시하는 풍토에서는 올바른 의료가 실현되기 힘들다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펼치고 있었다. 의사도 아닌 사람이 의사라고 사칭해서 사람들을 현혹하며 입에 풀칠하는 사람들에 대한 어떤 대책을 자신이 운영하는 커뮤니티의 다른 원장님들과 함께 대안을 모색해야겠다는 공지를 한 적도 있다.



젊은 의사의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비난의 글에 저를 팔로우하는 트워터리언들의 동조가 뒤따랐다. “사람들은 샤갈을 색채의 마술사라 부르지만 아무도 마술사라 생각하진 않죠. 의사분들은 "의사"라는 단어가 비유적으로 사용되는 것조차 용납하지 못하시나요?”라는 글을 올려 샤갈이 마술사가 아니라 화가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비유법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더욱 확연하게 알리는 방법을 쓰고 있다. 윤봉길 의사(義士)라는 말을 쓰는데 의사(醫師)와 한자는 다르지만 윤봉길 의사도 의사라는 말을 쓰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구두대학병원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구두를 닦는 사람들은 대학병원 설립 허가증을 갖고 있느냐는 반문을 던져보지만 여전히 젊은 의사는 의사라는 말을 어떠한 상황에서도 써서는 안 된다는 몰상식한 주장을 반복할 뿐이다. 나아가 내가 사용하는 지식산부인과 의사라는 말은 의사를 우습게 보는 처사일 뿐만 아니라 의사의 전문성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어처구니없는 몰지각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누가 몰상식하고 몰지각한지를 다시금 되새겨보자고 했다. 하지만 안하무인격으로 막무가내 자기주장대로 무조건 의사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라는 주장을 반복하다가 저를 팔로우하는 다른 트위터리언들의 공세가 만만치 않자 조용히 꼬리를 내렸다. 이번 트위터에서 일어난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의 전문가들이 보여주는 자화상을 본 것 같아서 씁쓸하기만 했다.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의사라는 합법적 자격증을 소유하고 있지 않는 이상, 의사라는 말을 사칭(詐稱)하면서 대중들을 상대로 사기(詐欺) 치지 말라는 일관된 주장을 펼치는 것을 보면서 참으로 세상에는 상식이하의 전문가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전문가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으로 다른 사람의 꿈을 쏘아 떨어뜨리게 만드는 재주(?)가 남보다 탁월한 사람이다. 자신의 전공하는 전문분야를 누군가가 비판하거나 영역을 침범한다는 판단이 들면 인정 사정 없이 공격하는 풍조는 우리시대의 정치적 자화상이기도 하지만 전문가들의 자기 밥그릇 챙기기와 자기 이익에 도움이 되지 않으면 무저건 거부하거나 반대하는 성향을 대변한다.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한 무리에 속한 사람들이 다른 무리의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비난하거나 공격하는 것을 당동벌이(黨同伐異)라고 한다. 역지사지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음은 물론 자기 주장만 반복할 뿐 상대가 왜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추호의 아량과 관용도 베풀지 않는다. 오로지 자기 주장만이 옳은 것이고 상대는 나와 다른 의견이 아니라 틀린 주장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전문가는 자기 분야의 전문성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전문 분야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그 사람이 지니고 있는 전문성도 함께 존중해주는 사람이다. 전문가일수록 깊이 있는 지식과 능숙한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과 따뜻한 관심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전문가일수록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전문 지식과 안목으로 해당 분야에 대해서 다른 사람이 지니고 있는 아픔을 사랑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가는 기능적 전문성만을 추구하는 지식기술자도 아니요 자신의 전문성을 판매하는 지식 장사꾼도 아니다. 전문가는 남다른 해박한 식견과 안목으로 보통 사람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일 뿐만 아니라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타인의 아픔을 보듬어 주고 기꺼이 그 사람을 위해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다. 이런 점에서 전문가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의 탁월성을 추구하는 수준을 넘어서서 윤리적 의무감과 책임감으로 덕을 쌓아나가는 사람이다. 즉 전문가의 전문성은 기술적 탁월함과 더불어 윤리적 책임의식과 덕목으로 무장한 사람이다.




한양대학교에서 교육공학으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Florida State University에서 Instructional Systems 분야의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즐거운 학습과 건강한 지식을 창조하여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을 5년간 경험한 후 현장에 현실이 있고 현실 속에 진실과 진리가 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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