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은 에둘러 말하는 은유와 함께 살아갑니다!

저는 지식의 창조와 공유과정을 에둘러 말하기 위해서 지식생태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지식생태학은 지식을 관리 대상으로 보면서 불특정 다수와 빠르게 지식을 공유하려는 서구적 지식경영의 개념이 갖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찾는 과정에서 만들어낸 조어입니다. 서구적 지식경영은 지식을 지식창조 주체와 분리 독립시켜 공유하고 습득할 수 있다는 개체론적 지식관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개체론적 지식관은 지식은 지식 소유자와 분리․독립시켜 마음대로 공유할 수 있다는 발상입니다. 예를 들면 김치 담그는 노하우를 오리지널 노하우를 갖고 있는 사람과 분리․독립시켜 매뉴얼로 만든 다음, 지식관리 시스템을 통해 효율적으로 공유할 수 있다는 생각의 표현입니다. 그런데 지식관리 시스템에 저장되어 있는 김치 담그는 노하우에 관한 매뉴얼대로 김치를 담근다고 오리지널 김치 담그는 노하우를 갖고 있는 사람의 지식을 온전히 습득할 수 없습니다. 김치 담그는 노하우는 그 노하우를 갖고 있는 몸에 체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김치 담그는 노하우의 핵심을 손맛이라고 합니다. 손맛은 매뉴얼로 만들 수 없으며, 지식관리 시스템에 저장할 수 없습니다. 김치 담그는 노하우를 습득하는 방법은 오리지널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사람과 인간적 접촉을 통해 무수한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체득하는 방법 밖에 없습니다.

지식생태학은 관계론적 또는 생태학적 지식관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지식은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과 분리․독립시킬 수 없습니다. 정보는 정보 소유주의 의지와 관계없이 불특정 다수와 마음대로 공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식은 지식 소유자의 몸에 체화되어 있기 때문에 해당 지식을 습득하고 공유하기 위해서는 오리지널 지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과의 관계를 형성해야 합니다. 지식생태학은 지식창조와 공유과정을 생태계가 유지․발전되는 원리를 차용하여 은유적으로 표현한 개념입니다. 댐을 인위적으로 막아서 홍수를 조절하는 방법이 서구적 지식관리 시스템적 접근이라면 산에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 홍수를 조절하는 방법이 바로 지식생태학적 접근입니다. 은유법은 직유법과 다르게 다양한 설명과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 놓습니다. 직유법으로 표현하면 다르게 생각할 가능성의 문이 닫힙니다. 은유적으로 표현하면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메타포는 다양한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한 가지 정답(正答)이 아니라 여러 가지 현답(賢答)을 모색하게 만들어 줍니다.

메타포는 이연연상(二連聯想)을 통해 생각 너머의 생각을 촉진시켜 줍니다. 상상력의 핵심은 관계 없는 것처럼 보이는 두 가지 이상의 개념을 연결시켜 색다른 가능성을 모색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예를 들면 지식산부인과의사라는 말은 제가 추구하는 지식창조의 메카니즘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말입니다. 지식생태학과 산부인과학을 이종결합시켜 새롭게 조어한 개념입니다. 그런데 한 의사가 저 보고 의사라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의사 자격증을 습득하지 않았기에 의사라는 말을 쓰지 마라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대중을 상대로 의사도 아닌 사람이 의사라고 사기(詐欺) 치지 말고 사칭(詐稱)하지 마라는 주장입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주장에 말문이 막힌 적이 있습니다. 윤봉길 의사(義士)는 의사(醫師)인가? 의사 선생님은 그럼 선생님 자격증을 갖고 있는가? 구두대학병원은 그럼 병원인가? 구두대학병원을 차린 사람은 병원 설립 허가증을 갖고 있는가? 이런 반론으로 젊은 의사의 속 좁은 생각에 일격을 가한 적이 있습니다. 의사를 함부로 보지 마라는 주장과 함께 아무나 의사를 하면 안 된다는 억지 반론에 참으로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의사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한 초등학생이 그린 20년 후의 세계지도가 있습니다. 엄청난 상상력의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뛰는 멋진 지도를 트위터에 올렸더니 한 사람의 반론이 저를 아연실색케 했습니다. “영토 확장은 꿈이 아니다. 제국주의적 발상이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함부로 이런 지도를 아이들에게 그리게 해서는 안 된다는 반론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 지도를 그린 아이가 제국주의적 발상을 갖고 영통확장의 꿈을 그렸을까요? 상상초월의 이런 지도를 보고 영토 확장의 꿈을 꾸는 제국주의적 발상은 어른들의 틀에 박힌 생각의 결과입니다. 아이들은 제국주의적 발상을 갖고 이런 지도를 그리지 않습니다. 순진무구하고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상상력이 어른들의 고정관념이나 습관화된 생각의 틀에 막혀 무너지기 일쑤입니다. 상상은 “왜 안돼?”라고 말하면서 발칙한 도전을 하는 가운데 이루어지는 생각 너머의 생각입니다. 상상력의 꽃이 피기도 전에 안 된다고 생각하면 상상력은 거기서 죽습니다. 현실에 대한 걱정이 앞서면 상상력은 자랄 기회조차 갖지 못합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여도 가능성을 꿈꾸는 것이 상상력입니다.

내가 상상하면 현실이 됩니다. 상상하는 대로 미래는 다가옵니다. 우리가 어떤 상상을 하는지는 우리가 어떤 미래에 살아갈 것인지를 결정합니다. 인류의 한계는 상상력의 한계와 맞닿아 있습니다. 나의 미래도 내가 어떤 상상을 하는지에 따라 좌우됩니다. 나의 미래를 바꾸려면 내가 그리는 미래의 이미지를 바꿔야 합니다. 내가 꿈꾸는 미래의 이미지를 그린 다음, 그린 이미지를 그리워하면서 간절히 원한다면 미래의 이미지는 현실로 구현됩니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면 지금 여기의 한계와 제약조건에 막혀 다른 가능성을 모색할 수 없습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보다 ‘나는 상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이 인간의 본질적 성격을 더욱 잘 표현해주는 말입니다. 인간은 이성적으로 생각하기 이전에 미래에 대한 상상력을 먼저 발휘하기 시작했습니다. 인류 문명의 발전도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보다 비합리적으로 상상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현실적 한계와 제약조건을 뛰어 넘는 도약을 통해 이루어져왔습니다. 다른 상상을 하려면 다른 메타포를 동원해야 합니다. 직접 설명하는 직유법으로 보기에는 불가능해보이지만 다양한 대안을 꿈꿀 수 있는 은유법으로 현상을 바라보면 가능성의 문이 열립니다. 상상은 은유법과 함께 무한 도전을 가능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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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에서 교육공학으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Florida State University에서 Instructional Systems 분야의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즐거운 학습과 건강한 지식을 창조하여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을 5년간 경험한 후 현장에 현실이 있고 현실 속에 진실과 진리가 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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