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먹지 말고 물처럼 살아라! 

7080세대에게는 <아침이슬>이라는 노래로 널리 알려진 작곡가 김민기 씨가 있습니다. 요즘 광고나 다큐멘터리의 내레이터로, 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열심히 활동하는 양희은 씨가 불러서 크게 히트를 했지요. 물론 이상한 이유로 금지곡이 되는 바람에 음반이 많이 팔리지는 않았지만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대학가 술집에서는 이 노래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 김민기 씨가 만든 노래 가운데,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봉우리>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나는 그 노래를 아주 좋아합니다.

늘 높은 봉우리만을 생각하고, 오직 그곳에 오르기만을 바라고, 마침내 혼자서 그 봉우리에 오른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 길이 끝나질 않는 겁니다. 봉우리는 또 다른 봉우리로 이어진 고갯마루일 뿐이었던 것이지요. 그 길이 어디에서 끝나는 줄 아십니까? 바다입니다. 봉우리만 바라보고 살아온 그 사람은 생각합니다. 봉우리란 애초부터 없는 것 아닐까, 우린 결국 모두 바다로 가는 것 아닐까?

내가 <봉우리>를 좋아하게 된 까닭이 조금은 짐작이 되실 겁니다. 나는 전쟁을 하듯 정신없이 봉우리를 가리키고, 거기를 향해 돌진하고, 정복하여 깃발을 꽂으며 살아왔습니다. <봉우리>는 오직 목표만을 바라보고 그것을 향해서 질주하듯 살아온 나의 시선을 바다로 돌려주었습니다. 

백천학해(百川學海), ‘모든 시내가 바다를 배운다’는 뜻입니다. 모든 시내가 바다를 향해, 즉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간다는 의미입니다.

물은 직선을 고집하지 않습니다. 바위를 만나면 뚫고 지나가려 하지 않고 유연하게 돌아갑니다. 그렇게 굽이굽이 흘러서 결국은 바다에 닿습니다. 그러고는 다시 하늘로 올라가 비로 내려옵니다. 가장 낮은 곳으로 가서 다시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지만, 그 높은 자리에도 결코 오래 머무르지 않습니다.

부드럽게 순응하면서도 결코 멈추지 않는 물, 성공했어도 자만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물, 바다에 이르렀으나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시금 처음의 마음으로 시작하는 물.

내가 늘 추구했던 지식, 교육, 배움이란 결국 물의 자세였습니다. 배움은 스스로를 낮추지 아니하고는 불가능합니다. 오만하게 자꾸만 배제하고, 오직 자기가 생각한 것만이 옳으며 그것을 향해서만 가야 한다고 고집해서는 그 무엇도, 그 누구에게도 배울 수 없습니다. 그렇게 얻은 지식은 선입관 이상이 되기 어렵습니다.

배움이란 And에 And를 거듭해야 하는 극단적인 포용의 과정이기도 합니다. 마치 바다가 세상의 모든 오물을 다 받아들이는 것과 흡사하지요. 세상의 모든 물을 다 받아줄 수 있는 가장 낮은 곳에 있기에 그런 고난을 당할 수밖에 없지만, 바다는 세상에서 가장 많은 생명을 키우고 가장 깊은 지혜를 담고 있는 가장 커다란 그릇입니다.

자신을 낮추는 배움은 문자와 이성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인생의 모든 희로애락을 담고 아름다움과 추함까지 어우를 수 있지요. 기쁨을 함께하기는 쉽지만 아픔을 받아주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보다 낮은 곳에 있어야 합니다. 자세를 낮추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에 겸손하게 귀를 기울여야 상대의 아픔을 헤아리고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의 인생도 물의 여정을 닮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물은 흘러가다 웅덩이를 만나면 다 차기를 기다렸다가 앞으로 나아갑니다. 결코 서두르지 않습니다. 오늘 할 일을 못했다고 조급해하는 인간과는 대조적이지요.

물은 궁극적으로 바다에 도달해서 다시 하늘로 올라가겠다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는 바다의 물이 수증기로 변해서 올라간 것입니다. 결국 가장 높은 곳에서 떨어지기 위해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것이지요. 궁극적인 목적지인 바다에 이르러 하늘로 올라가고자 하는 꿈은 기나긴 여정 내내 흔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순간순간 매일매일 흐르는 물에게는 오늘 도달할 곳과 내일 도달할 곳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오늘 흘러가지 못하면 참고 기다렸다가 때가 되었을 때 다시 흐르면 됩니다.
물은 빨리 흐를 때도 있고 멈춰 고여 있을 때도 있고 천천히 흐를 때도 있습니다. 좁은 길을 만나면 물살이 빨라지고, 넓은 강을 만나면 산천초목을 다 굽어보면서 유유자적 흘러갑니다. 수심이 얕고 물길이 좁은 곳에서는 요란한 소리를 내지만, 깊고 넓은 곳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없이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지요. 흔들리지 않는 꿈이 있기에 가능한 여유입니다.

오늘 비록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더라도 궁극적인 목적지를 잊어버리지 않으면 됩니다. 우리가 경계할 것은 ‘목표’가 흔들린다고 ‘목적’까지 흔들리는 것입니다. 오늘 이루지 못한 목표는 내일 달성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목표를 통해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을 잊지 않는 굳은 자세입니다.

곡선형 인간은 흐르는 물처럼 언제든 속도와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사람입니다. 천천히 흐르지만 자신이 무엇을 위해 사는지 분명하게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혹시 실패와 좌절을 인생의 장애물이라고, 폭파하고 뚫어버려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요? 만약 그것을 폭파하거나 뚫지 못하면 End를 선언하실 건가요? 이제는 물처럼 느긋하게 그것들을 관망하며 And를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한양대학교에서 교육공학으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Florida State University에서 Instructional Systems 분야의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즐거운 학습과 건강한 지식을 창조하여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을 5년간 경험한 후 현장에 현실이 있고 현실 속에 진실과 진리가 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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