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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최단거리, 미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최단거리, 미소  

서양 사람들과 동양 사람들은 여러 면에서 다르다고 합니다. 나도 유학시절에 그런 차이를 많이 느꼈습니다. 나에게 제일 인상적이었던 건 웃는 방법이었습니다. 서양인들은 입으로 웃고, 동양인들은 눈으로 웃습니다. 처음에는 서양인들의 미소가 어찌나 가식적으로 느껴지던지 적응하기 힘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자꾸 보니까 또 익숙해지더군요.

전자메일이나 문자메시지에서 쓰는 이모티콘에서도 동양과 서양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서양 사람들이나 그들과 함께 일을 하는 분들은 미소를 표시할 때 이런 이모티콘을 씁니다. 🙂 어떤가요? 참 신기하게도 입매를 강조했지요? 반면 동양권에서는 눈매를 강조합니다. ^^

하지만 이렇게 모양이 다른 웃음에도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웃으려면 눈이건 입이건 곡선이 되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직선은 두 개의 점을 가장 가깝게 이어주는 방법이지요. 그런데 두 점을 직선으로 연결하면 화난 표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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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사람 사이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겉으로는 가까워 보이지만, 마음속 거리는 전혀 가까워지지 않습니다. 두 사람을 연결하는 최단거리인 직선은 오히려 두 사람 사이를 더욱 멀어지게 만듭니다. 사람과 사람의 마음을 가장 가깝게 연결하는 선은 곡선입니다. 두 점을 이은 직선의 가운데를 아래로 부드럽게 잡아당기면 아래와 같이 웃는 표정이 됩니다. 곡선에서 웃음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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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가 아름다운 이유는 곡선의 정의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곡선(曲線)’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는 “모나지 아니하고 부드럽게 굽은 선이나 점이 평면 위나 공간 안을 연속적으로 움직일 때 생기는 선”입니다. 백과사전에는 “수학에서 곡선은 연속적인 점들의 집합으로, 어떤 공간 안에 존재하는 1차원적인 도형”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런 정의에 비추어 보면, 세상의 모든 선은 굽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곡선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두 점을 지나는 선을 그어보라고 하면 사람들은 보통 둘을 연결하는 선분을 긋습니다. 선분은 직선의 부분집합이 됩니다. 그런데 직선은 두 점을 지나는 가장 짧은 곡선일 뿐입니다. 두 점을 지나는 선은 사실 무궁무진합니다. 직선도 넓은 의미로는 곡선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겠지요.



사전적 정의나 수학적 정의는 곡선의 속성을 논리적으로 분석해서 그 의미를 전달해주지만, 곡선에 담긴 삶의 의미나 인간적인 애환이 가슴으로 와닿지는 않습니다. 우리네 삶의 애환을 문학적․철학적으로 포착하는 시인이나 소설가 또는 철학자가 바라보는 곡선은 다릅니다. 이들이 발견한 곡선의 의미는 아름다움입니다.

우리말 ‘아름다움’에는 상처와 아픔, 보듬어 안음, 내면에 감춰진 충실함, 무언가를 아는 것 등 네 가지 뜻이 차곡차곡 포개져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연인지 몰라도 이들 네 가지 뜻 모두가 곡선의 이미지와 참 잘 어울립니다. 

소설가 박상륭에 따르면 아름다움은 ‘앓음다움’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천영희 시인은 아름다움이란 ‘상처가 피워낸 꽃’이라고 했습니다. 상처를 알고 슬픔을 삭인 사람만이 아름다움을 꽃피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름다움은 앓고 난 뒤의 ‘사람다움’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아파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 아픔의 넓이와 깊이, 종류와 성격은 제각각 다르겠지만, 그것이 아름다움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정호승 시인은 상처가 스승이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상처로부터 배우는 사람이 아픔으로부터 아름다움을 만들어냅니다. 강수진의 발레가 아름다운 것은 그녀의 발이 겪은 수고 덕분이지요. 그녀의 ‘발’은 상처투성이지만, 덕분에 그녀의 ‘발레’는 비할 바 없이 아름답습니다.

‘인생의 굴곡’이란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곡절 없는 인생 없다’고도 하지요. 인생을 살다 보면 생각처럼 바르고 곧게만 뻗어가지 못하고 실패하거나 좌절을 맛보게 마련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십시오. 우리가 제일 성숙해지고 인간적으로 겸손해진 게 언제였는지. 우린 결국 곡선 속에서 아름다움을 얻는 것 같습니다.  

아름다움은 또 포옹을 의미하는 ‘안다’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안다’에 명사형 접미사 ‘음’이 붙어서 ‘안음’이라는 말이 생겼고, 여기에 다시 운율적 매끄러움을 더하는 요소가 붙어 ‘아름다움’이라는 말이 탄생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우리는 모두 따뜻한 가슴을 갖고 있습니다. 내 품의 따뜻한 온기가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는 관계, 이것이 아름다운 관계입니다. 안음의 대상은 사람만이 아닙니다. 자연 삼라만상 모든 것이 뜨거운 가슴으로 보살피는 애정과 관심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가슴으로 느끼는 감성적 느낌이 머리로 분석하는 논리적 앎을 이깁니다. 상대방을 이해한다는 것은 곧 상대방의 아픔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아픔을 가슴으로 안아줄 때 비로소 아름다운 관계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곡선이 직선과 가장 다른 것은, 곡선은 무언가를 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직선으로 정리되어버린 강은 많은 것을 그냥 흘려보내지만, 자연스럽게 굽이굽이 흐르는 강물엔 많은 식물과 물고기가 풍성한 생태계를 이루지요. 곡선은 안을 수 있어서 아름답습니다.

출처: 유영만, 고두현의 곡선이 이긴다 중에서

한양대학교에서 교육공학으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Florida State University에서 Instructional Systems 분야의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즐거운 학습과 건강한 지식을 창조하여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을 5년간 경험한 후 현장에 현실이 있고 현실 속에 진실과 진리가 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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