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End And End: 삶은 End가 아니라 And의 향연(1)

내겐 너무 친근한 End? 

인간이 요즘처럼 ‘확실한 시대’를 살았던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분 단위로 측정할 수 있을 만큼 정확한 시간 안에 비행기와 기차, 버스가 지구 곳곳으로 우리를 데려다주니까요. 출발 → 최단 직선거리 → 도착. 뉴턴의 법칙에 따라 이동 거리를 이동 속도로 나누면 시간이 나옵니다.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지 몰라도, 우리는 이제 어떤 조건 하에서도 출발 지점과 도착 지점을 최단거리로 연결하는 직선주로 위를 달리고 싶어 합니다. 산이 막고 있다면 터널을 뚫고 거대한 협곡이 있다면 다리를 놓는 한이 있더라도 말입니다. 확실하니까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는 세기의 대역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더 길고, 더 높고, 더 놀라운 다리와 도로와 철도가 건설되어 우리의 직선 행진을 가속화합니다. 정확하고 예측 가능한 현대문명의 세계는 점점 확장되고 있습니다.

언제나 정해진 요금만 치르고 예정된 시간만큼만 기다리면 끝. 우리는 편안하게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그런데 몸만큼 마음도 편안하십니까? 이 질문에 선뜻 고개를 끄덕일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그렇게 빠르고 정확하고 편안하게 가고자 하는 곳에 닿으면서도 우리는 항상 불안해합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 때문에 우리는 속도와 정확함과 편안함을 마음껏 즐기지 못합니다.

불안. 현대인의 심리를 이보다 더 정확하게 짚어주는 단어를 찾기도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확하고 예측 가능한 문명 속에서 우리는 왜들 그렇게 좌불안석일까요?

사실 우리는 배수의 진을 친 군사들처럼 살아갑니다. 밀리면 끝, 지금 여기서 뒤로는 한 발짝도 물러날 수 없으며 왼쪽이건 오른쪽이건 돌아갈 길은 없습니다. 긴장을 늦추거나 여유를 부릴 틈이 없습니다. 그랬다가는 영영 뒤처지게 됩니다. 다시는 올라서지 못하고 밑바닥 인생을 살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하늘을 가로지른 줄 위에 장대를 들고 선 것처럼 불안해합니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불안은 세계를 더 확실하게 연결하는 정보와 물자의 네트워크가 촘촘해질수록 더 짙어집니다. 언제 어디서 불쑥 경쟁자가 나타나 내 모든 것을 빼앗아갈지 모릅니다. 환경이 어떻게 뒤집혀서 내 입지가 흔들릴지 알 수 없습니다. 서울 강남의 샐러리맨 김종우 씨는 인도 뭄바이의 IT엔지니어인 찬드라굽타와 경쟁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가 개발하는 인공지능 사무용 소프트웨어가 김씨의 업무를 완전히 대체할 수 있으니까요.

‘만약 그렇게 되면 어떻게 하지? 끝이야. End.’

우리는 생존을 위해 사생결단 질주해야 합니다. 뒤처지면 끝이기에 사유에 빠질 여유는 없습니다. End에 몰리지 않기 위해 서슴없이 무자비해지기도 합니다. 어른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내 아이도 우리 아파트보다 못한 아파트에 사는 아이들과 함께 교육시킬 수 없습니다. 직장이나 교육 같은 거창한 것만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다른 동네 사람들이 우리 아파트를 가로질러 지나가서도 안 됩니다. 한두 번 봐줬다가 결코 되돌릴 수 없이 End. 집값 하락도 아주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수능시험이 끝나고 ‘아파트’는 조마조마해집니다. 단 한 번의 판가름이 끝나고 End를 선택하려는 아이들 때문에. 이젠 초등학생들마저 그렇다는 먹먹하고 부끄러운 이야기가 아무렇지도 않게 회자됩니다. 유치원 동창, 어린이집 동창이 평생을 결정한다고까지 하더군요.

맨 처음 입력된 값에 따라 직선으로 타깃을 향해 총알처럼 질주하는 인생. 중간에 아주 조금만 어긋나도 End. 잠시잠깐 한눈을 팔아서도 안 되고, 살짝 여유를 부릴 시간도 없습니다. 자원봉사마저 전략적이어야 합니다.

너무 강퍅한 것 아니냐고요?

나는 공고를 다니면서 용접을 전공했는데, 첫 번째 용접기능사 시험에서 보기 좋게 낙방했습니다. 왜 그랬는 줄 아십니까? 내 손에 익은 내 용접기가 아닌 시험장 전용 용접기를 써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용접의 성패는 온도 조절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낯선 용접기가 손에 딱 닿는 순간부터 몸이 조금씩 굳더니 결국엔 눈앞이 캄캄해지더군요.

‘얼마나 열심히 준비한 시험인데…….’

좌절과 절망이 나의 몸과 마음을 온통 점령해버렸습니다. End. 죽어버리고 싶었습니다. 엄마 아버지도 없는 천애고아가 공고생의 대입시험이라고 할 수 있는 용접기능사 시험에서 낙방하다니, 그것도 고작 용접기 하나 때문에.

《블랙 스완》의 저자이자 월스트리트의 이단아로 불리는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는 0.1퍼센트의 사소한 차이로도 예측 불가능한 격변이 일어난다고 단언합니다. 그러니 한 치의 빈틈도 없이 단속하고 찰나의 게으름도 용납하지 말아야 합니다. 한 사람을 만나도 나에게 도움이 될지 아닌지를 1분 안에 판단해 전략적으로 인간관계를 형성해야겠지요. 안 그랬다가는 End입니다. 타깃을 빗나간 총알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습니다.

그런데…… 이게 정말 맞습니까? 확실합니까?

출처: 유영만, 고두현의 ‘곡선이 이긴다'(리더스북)

한양대학교에서 교육공학으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Florida State University에서 Instructional Systems 분야의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즐거운 학습과 건강한 지식을 창조하여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을 5년간 경험한 후 현장에 현실이 있고 현실 속에 진실과 진리가 있음을 깨달았다.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