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 세계는 금융시장 회복이 실물경기 회복으로 연결될지 여부와 함께 이미 예고되어 있는 인플레이션 내지 거품 압력에 어떻게 효과적으로 대처하는가에 관심이 쏠려 있다. 급격한 유동성확대와 그 후유증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인플레이션과 버블을 혼동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물가상승과 거품은 다른 것으로 이에 따른 가계와 기업의 경제적 선택도 엇갈리고 정책방향도 달라져야 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대응하지 않으면 혼란과 부작용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은 (대체적으로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일반 물가수준이 높아지고 일단 상승한 물가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을 말한다. 인플레이션은, 막걸리에 맹물을 타면 타는 만큼 싱거워지듯이, 돈을 풀면 화폐의 가치가 희석되어 구매력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이와 달리 거품(bubbles)은 특정 자산시장으로 쏠림현상이 일어나 대상자산의 본질가치(fundamentals)와 관계없이 가격이 높게 형성되다가, 삽시간에 급락하다가 급기야 본질가치 이하로 하락할 가능성이 커지는 현상을 말한다. 비이성적 탐욕이 넘쳐 특정 자산시장으로 돈이 몰려들어 터무니없이 가격이 오르다가, 어느 순간 두려움에 휩싸여 유동성이 급격히 흩어지면서 거품이 사라지고 결국 맨살까지 들어난다.

  인플레이션은 물가지수가 상승하는 것으로 그 크기를 바로 알 수 있지만 거품은 그 크기를 제대로 가늠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거품을 측정하려면 먼저 대상 자산의 본질가치부터 측정하여야 하는데 그 것이 어렵다. 예컨대 삶의 터전인 아파트 값의 본질가치가 얼마인가를 평가할 기준이 있는가? 또 기업의 현재와 미래가치를 반영하는 주가의 높고 낮은 정도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사람도 이 세상에는 없다. 마찬가지로 중앙은행 같은 전문가들에게 물어보아도 한국경제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해야 할 적정이자율 수준이 얼마인지를 대답해주지 않는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가격이 높다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더라도, 유동성 확대에 의한 인플레이션(헤지) 현상인지, 유동성 쏠림에 의한 거품현상인지, 아니면 이 둘의 복합현상인지는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 만약 거품이 크게 끼었다면 학군폐지, 금융제한, 세금부과 등 가수요 억제대책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현상이라면 유동성 흡수가 선행되어야지 미시적 대책으로는 오름세를 잠시 주춤거리게 할 뿐이다. 불어나는 헐크의 몸을 이리저리 새끼줄로 묶어 보았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가계나 기업의 입장에서도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거품이 초기단계를 지나 이미 크게 형성되었다면 매각하거나 최소한 신규매입을 중단하여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현상이라면 오히려 반대로 실물자산 보유를 확대하여야 화폐가치 하락에서 오는 손실을 피해 갈 수 있다. 인플레이션 열차를 탔을 때는 시베리아 대륙을 횡단하는 것처럼 참을성 있게 기다려야 본전을 찾을 수 있지만, 거품 열차를 탔을 때는 폭탄이 터지지 전에 미리 뛰어내려야 살 수 있다.
  그러므로 물가와 자산가격이 상승할 때는 인플레이션 현상인지 아니면 거품현상인지를 냉정하게 파악하고 대처하여야 가계와 기업은 스스로 제 살길을 찾아가고, 정부는 정책 실기를 막을 수 있다.

  참고로 어떤 자산의 적정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이 발견되면 자본주의 사회는 지탱하기가 곤란해진다고 한다. 적정가격이 세상에 알려지는 순간 더 이상 거래가 형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생활필수품은 좀 비싸더라도 일정량을 소비하여야 하고 반대로 아무리 헐값이라 하더라도 일정량 이상은 소비할 수 없다.
  그러나 금융상품, 부동산 등의 자산은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빚을 내서라도 사려 할 것이며, 가격이 내릴 것이라고 판단하는 사람들은 밑지더라도 팔려고 할 것이다. 이렇듯 사람들 간에 판단이 엇갈리면서 매매가 형성되고 결과적으로 시장경제는 활기를 띄게 된다.

  그러니 확실한 근거도 없이 정확한 지식도 없이 그저 애국심(?)만 가지고 실물시장, 금융시장에서 가격을 끌어당기려는 일은 “반풍수가 집안 망친다.”라는 속담처럼 정말 위험한 일이다.
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