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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리더십보다 릴레이션십에서 나온다

기적은 ‘리더십’보다 ‘릴레이션십’에서 나온다

칠레 광부들이 만들어낸 기적은 리더 한 사람의 업적이 아니다. 언론에 알려진 몇 사람이 발휘한 리더십에 힘입은 바가 크지만, 우리는 좀 더 차원 높은 리더십을 발견할 수 있다. 그들은 리더십을 넘어 릴레이션십(relationship)으로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냈다.

전설적인 미국의 농구 감독 우든은 팀의 스타는 팀이라고 했다. 농구는 한 사람의 스타플레이어나 재능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는 팀플레이임을 지적하는 말이다. 이 기적의 이야기 역시 우르수와를 비롯한 소수의 리더가 만들어낸 ‘리더십 스토리’라기보다 33인의 광부가 믿음의 연대망으로 엮어낸 ‘릴레이션십 스토리’다. 리더십도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그 영향력이 행사되는 릴레이션십의 다른 이름이다.

물론 33인의 광부들이 처한 시련과 역경을 극복하는 데는 우르수아라는 작업반장의 리더십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우르수아는 매몰된 초기 자신의 리더십으로 33명을 이끌어가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이때 최고령자이자 광부들의 정신적 지주인 마리오 고메스는 33인의 광부들이 하나의 공동체로 뭉치는 과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광부들에게는 아버지 같은 존재였다. 50여 년 동안의 광부 경험으로 체득한 생존지혜는 다른 광부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그는 어린 광부를 다독이는 한편 3인 1조로 역할을 분담하고 불침번을 운영했다. 마리오 고메스가 정신적 지주로서 삶의 스승이라고 한다면 광부 세계의 목사라고 불리는 호세 엔리케스는 종교적 믿음으로 광부들에게 매일매일 희망 비타민을 공급한 영적 스승이었다. 그리고 우르수아의 리더십을 도와준 또 한 명의 결정적인 광부는 마리오 세풀베다였다. 두려움과 공포심으로 지친 동료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광부세계의 비공식적 개그맨이자, 명랑 쾌활하며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을 지닌 타고만 오락반장이었다. 그는 항상 궂은일을 도맡아 하면서 솔선수범했다. 세풀베다의 낙천적인 유머 리더십은 암울한 지하 광산에 긍정의 기운을 퍼트렸다.

우르수아를 정점으로 형성되는 33인의 광부들이 맺은 인간적 관계는 각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스스로 찾았기 때문에 가능했다. 닥터 하우스라는 별명과 꼬마 책벌레라는 별명을 동시에 갖고 있는 호니 바리우스는 동료들의 건강을 돌보면서 의료 상담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물론 그는 의사는 아니었지만 그가 의사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 광부들은 정신적 고통과 질병으로 많은 고생을 했을 것이다. 69일간 일기를 써온 빅토르 세고비아는 엔리케스의 설교와 광부들의 일상을 소상하게 기록함으로써 33인의 광부가 지하 갱도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를 알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대행했다.

이 밖에도 플로렌시오 아발로스는 33명 중에서 가장 먼저 구조된 광부로서 ‘지하의 카메라맨’이었다. 사진촬영 마니아인 그는 지하에서 동료 광부들의 모습을 촬영해 지상으로 올려 보냄으로써 광부들에 대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어 모으는 데 성공했다. 또 ‘광부 시인’으로 통하는 빅토르 사모라 땅속 생활 69일간의 역경을 시심(詩心)으로 녹여내면서 두려움에 떠는 광부들에게 희망의 빛을 불어넣었다. 33인의 광부 중에서 가장 나이가 어린 지미 산체스는 갱도 내의 이산화탄소 농도, 습도와 온도를 매일 측정하고 분석해서 광부들의 생활환경을 도와주는 환경 조사원의 역할을 수행했다.

이런 많은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 덕분에 우르수아는 빠른 속도로 신뢰를 회복하고 작업반장으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었다. 초기의 혼란을 수습한 우르수아는 먼저 식량 배급량과 시간을 책정해 엄격하게 지켜나갔다. 또 가장 연장자들의 잠자리를 최대한 편안하게 배려하는 등 구성원의 나이와 조건에 따라 당시 역할을 구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정확한 판단력으로 원칙을 지키고, 각자의 개성과 능력에 따라 역할을 분배하고, 끝까지 소임을 다했던 우르수아의 리더십은 동료들의 도움에 힘입어 시간이 갈수록 더 큰 영향력을 미치게 되었다. 그는 지상으로 올라오는 순서를 정할 때 조난자들 모두가 다른 사람들에게 순서를 ‘양보’하는 희생정신을 발휘하게 만들었다.우리는 산호세 탄광의 영웅은 몇 명의 리더가 아니라 33명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33명 모두가 만들어간 관계의 조화가 69일간의 땅 속 생활을 견디게 해준 힘이었다. 리더십은 리더 한 사람이 앞서나가거나 어디를 가리키는 게 아니다. 암흑에서는 성급하게 앞서가면 일행을 잃어버리고, 손가락으로 가리켜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마음을 움직이는 리더십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릴레이션십에 영향을 미치고, 또는 그런 릴레이션십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과정이다. 그 뜨거웠던 기적은 33명 광부 모두의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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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The 33: 세상을 울린 칠레 광부 33인의 위대한 희망’이라는 책에 나올 해설의 일부입니다

한양대학교에서 교육공학으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Florida State University에서 Instructional Systems 분야의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즐거운 학습과 건강한 지식을 창조하여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을 5년간 경험한 후 현장에 현실이 있고 현실 속에 진실과 진리가 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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