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우물하다 매몰될 수 있다!

전문가와 전문성이라는 말은 HR 분야의 핵심 단어이자 모든 HR 담당자가 고민하고 있는 주제가 아닐 수 없다. 분야별 전문가를 선발․채용하고 배치하고 육성하며 평가는 일이 HR의 핵심 업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누가 전문가인가, 전문가가 갖추어야 될 자질과 요건은 무엇인가, 그리고 이런 전문가를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과 주장이 제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누가 전문가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이 정확하게 제시되지 않는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전문가 자질과 요건의 문제와 전문가 육성 방법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누가 전문가인가에 대한 물음은 전문가가 보유하고 있는 전문성의 본질을 함께 물어보는 질문이다. 전문가와 전문성을 어떻게 정의하는지에 따라서 전문가를 선발하고 채용하며 배치하고 육성해서 평가는 방법상의 차이를 가져온다.

전통적인 의미의 전문가는 ‘한 우물을 파라’는 말이 시사 하듯이 한 분야에 깊이있는 경험과 식견, 지식과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을 지칭한다. 문제는 이런 전문가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전문가와 전문가가 소통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드러내고 있다는 데에 있다. 즉 자기 분야에 관해서는 해박한 지식과 스킬을 갖고 있으면서 전문가가 갖고 있어야 될 바람직한 자세와 태도에 대한 확고부동한 철학을 갖고 있어서 다른 전문가와 소통하는 것이 쉽지 않다. 미래 사회를 주도하는 리더는 한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전문성을 융합하는 창조적 리더다. 전대미문의 새로운 창조가 꽃을 피우기 위해서는 한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만으로는 역부족이다. ‘한 우물을 파다가 매몰될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창조가 이제까지 없었던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노력이라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이질적 정보나 사물을 융합하는 가운데 일어나는 결과라고 한다면 전문가와 전문성에 대해서도 이제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미래의 전문가는 자기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전문성을 보유하는 것은 기본이고, 나아가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근간으로 다른 분야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다른 분야의 전문성이 자신의 전문성과 어떤 점에서 융합할 수 있는지, 융합을 통해 창출하고자하는 지식의 본질과 방향은 무엇인지를 꿰뚫어 볼 수 있는 또 다른 안목과 식견이 필요하다. 한 마디로 자기 분야의 깊이 있는 전문성을 근간으로 다른 사람의 전문성도 남 다르게 활용할 수 있는 열린 안목과 식견이 필요하다. 전문성은 전문가 혼자만의 노력을 습득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전문 분야와의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주고받으면서 관계론적으로 습득되는 능력이다. 전문가가 전문적으로 문외한이라는 말 또는 전문가는 그것밖에 모른다는 비판을 듣지 않기 위해서 자신이 스스로 만든 높은 벽과 경계를 무너뜨리고 다른 전문가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할 때 다른 전문가와는 차별화되는 능통에 이르는 지름길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HR은 Human Resources를 의미한다기보다 Human Relationship의 약자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천연자원처럼 개발하고 활용한 다음 활용가치가 떨어지면 처분하는 자원이기 아니라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들어나가는 삶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인간관계 속에서 자리매김할 때 비로소 의미심장한 존재다. 한 개인의 능력은 다른 사람과 무관한 관계 속에서 길러지는 개체론적 역량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의 직간접적 영향력 속에서 육성되는 관계론적 역량이다. 한 사람의 능력은 진공관 속에서 발휘되지 않고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발휘된다. 비슷한 능력을 갖고 있어도 그 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어떤 인간관계 속에 놓여 있느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능력발휘를 요구한다. 관계가 끊겼거나 좋지 않을 때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도 그 사람의 능력은 별다른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HR을 ‘Human Relationship'이라고 재개념화시킬 수 있다면 앞으로 HRD 전문가는 개개인의 독창적인 능력을 독자적으로 습득하는 과정에 주력할 것이 아니라 복잡한 인간관계 속에서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전문성을 다른 사람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습득하는 과정에 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한양대학교에서 교육공학으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Florida State University에서 Instructional Systems 분야의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즐거운 학습과 건강한 지식을 창조하여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을 5년간 경험한 후 현장에 현실이 있고 현실 속에 진실과 진리가 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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