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를 사랑하라!

입력 2011-01-19 20:18 수정 2011-01-19 20:18


물음표(?)를 사랑하라! 느낌표(!)는 그 다음에 따라 온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지 않으면 그 사람을 진정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사물에 대한 각별한 사랑 없이 사물을 이해할 수 없다. 사랑은 상대에 대한 관심과 배려로 사연을 들어보는 것이다. 사람과 사물의 사연을 깊은 관심을 갖고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사람, 사물, 사랑 모두 나름의 사연을 갖고 있다. 물음표에 대한 사랑도 마찬가지다. 물음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그 물음을 통해 나오는 답을 사랑할 수 없다. 누군가를 목숨 걸고 사랑하는 것처럼 자신이 던지는 물음표에 목숨을 걸지 않으면 질문도 하찮을 뿐만 아니라 거기서 나오는 대답에도 관심과 애정이 가지 않는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사연을 알아야 하는 것처럼, 물음표에 담겨진 사연을 알면 알수록 그 물음을 사랑할 수밖에 없다. 왜 이런 물음으로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는지, 어떤 문제의식 때문에 이런 물음이 제기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스스로에 물어봐야 한다. 세상을 향해 물어보기 전에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스스로 제기한 물음에 대한 진지한 성찰 없이 그 다음 단계로 진입하지 못한다. 물음은 세상을 향해 내가 던지는 질문의 그물이다. 묻지 않고 답을 찾으려는 발상은 그물을 던지지 않고 고기를 잡겠다는 생각과 다르지 않다. 물음표를 뒤집어보면 낚시 바늘처럼 생겼을 알 수 있다. 다른 고기를 잡고 싶으면 낚시 바늘을 바꿔야 되는 것처럼 다른 답을 얻으려면 다른 질문을 던져야 한다.

 

물음표(?)를 아래로 잡아당기면 느낌표(!)가 된다. 물음표의 소원은 느낌표(!)를 찾는 것이다. 그렇지만 물음표가 찾는 답이 막연해 보인다고 물음표를 아래로 잡아 당겨 바로 느낌표를 만들 수는 없다. 직선의 느낌표는 곡선의 물음표가 낳은 자식이다. 느낌표는 물음표가 이런 저런 시도 끝에 마침내 찾은 즐거움과 창조의 증표다. 물음표는 생긴 대로 곡선의 여정을 즐긴다. 물음을 제기하고 이렇게 시도해보고 저렇게 시도하면서 깨달음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대인들은 물음표를 가슴에 품고 미지의 세계로 떠나면서 만나는 깨달음의 여정을 즐기지 못하고 있다. 물음표를 가슴에 품기도 전에 누군가가 또는 어디선가 답을 알려준다. 생각의 호흡이 점점 빨라지고 짧아지고 있다. 모르는 건 참지 못하고 기다리는 것은 더욱 참지 못한다. 아쉬움이 없어지고 기다리면서 누군가를 또는 무엇인가를 그리워하는 시간이 없어지고 있다. 문자를 보내면 즉시 답변을 해야 하며, 원하는 자료는 즉시 찾지 못하면 참지 못하고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면서 기다리는 시간은 설레는 시간이다. 그 시간에 그 사람에 대해서 많은 것을 상상해본다. 예전에는 상상 속의 그 사람과 함께 놀면서 기다리는 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 편지를 우체통에 넣고 다시 나에게 답장이 올 때까지의 시간은 참으로 아름다운 기다림이었다. 이젠 보고 싶은 사람은 당장 봐야 되고, 찾고 싶은 자료도 지금 당장 찾아야 속이 시원하다.

 

사회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사람들의 생각도 빨리빨리 하게 된다. 다른 대안을 생각할 겨를과 물음 없이 다음 단계로 진입하려고 한다. 메타포와 이미지가 갖고 있는 의미를 상상해보기 전에 바로 답을 원한다. 물음표 없이 바로 느낌표를 갖고 싶어 한다. 물음 끝에 찾은 느낌이라야 감동적이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생각하는 힘이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답이 보이지 않는 물음표(?)와 함께 시작된다. 물음표는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통해 호기심과 궁금함을 해소하는 상상력의 증표다. 불확실함과 애매함 속에서 물음표는 방황을 하다가 때로는 원하는 답을 찾지 못해 좌절과 절망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물음표는 그래도 물음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전과는 다른 물음을 제기해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보기도 하고, 물음의 성격과 방향을 바꿔 이전과는 다른 질문을 던져보기도 한다. 가던 길이 막히면 멈춰 서서 마침표(.)를 찍고 다른 대안을 모색하면서 복잡한 마음을 달래보기 위해 쉼표(,)를 찍기도 한다. 멈춤은 포기하고 앉아서 쉬는 게 아니다. 검도의 중단겨눔처럼 멈춰있지만 치열한 긴장감이 감도는 순간이다. 멈춤은 다음 단계로 진입하기 위한 암중모색의 시간이자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는 전략 구상의 시간이다. 멈추지 않고 계속 앞만 보고 달리면 오히려 오래 달리지 못한다. 가끔 쉼표의 여유를 찾아 그 동안의 여정을 돌이켜 반성해보고 이전과는 다른 방향과 방법으로 대안을 모색하지 않으면 진짜로 멈춰서 전진할 수 없다.

 
한양대학교에서 교육공학으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Florida State University에서 Instructional Systems 분야의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즐거운 학습과 건강한 지식을 창조하여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을 5년간 경험한 후 현장에 현실이 있고 현실 속에 진실과 진리가 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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