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밥의 정치경제학과 문화인류학

 

밥의 원료인 쌀을 의미하는 한자 ‘미’(米)자는 열십자(十)를 중심으로 상단과 하단에 각각 여덟팔자(八)가 있는데 상단의 여덟팔자(八)는 거꾸로 뒤집혀 있고 하단의 여덟팔자(八)는 똑 바로 서 있다. 즉 쌀 한 톨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농부가 88방울의 땀방울을 흘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 정도로 쌀 한 톨이 생산되기까지 수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의미다. 매일 식탁에 오르는 밥의 원료, 쌀은 도대체 어떤 과정을 통해서 생산되는 것일까? 쌀에 관한 질문은 쌀이 탄생하기까지 농부가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를 알게 될 뿐만 아니라 쌀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른 봄에 논에 물을 대고 지반을 고르게 한 다음 볍씨를 뿌려서 싹을 틔우면 모내기할 수 있는 모가 탄생한다. 논에 물을 대고 모를 심을 수 있을 정도로 논바닥을 고른다. 이른 봄 모내기를 하면 모는 서서히 뿌리를 내리고 줄기와 가지를 뻗어 벼로 자라는 것이다. “사람의 손에서 컸던 어린 벼의 뿌리가 하늘과 땅과 바람의 자연스러운 기운을 감당하지 못하고 자신의 잎을 죽이고 자신의 줄기를 죽인다. 하루, 이틀, 사흘... 어린 벼는 이제 낡은 뿌리를 버리고 굵고 허연 새 뿌리를 하나둘 뻗어 내린다. 새로운 뿌리가 자라면서 땅을 단단히 부여잡을 무렵, 죽어가던 어린 벼는 다시 살아난다. 누렇게 떠가던 잎에는 짙은 녹색의 기운이 올라오고 배배 틀리던 줄기에는 단단한 심이 박힌다. 사람의 손에서 클 때는 볼 수 없었던 전혀 새로운 색이며 전혀 다른 힘이다. 바로 자연의 색, 자연의 힘이다. 자신을 죽이는 듯 한 몸살을 겪으며 어린 벼는 인위의 껍질을 벗고야 만다. 마침내 벼는 자연 그 자체로 돌아간다(참고: 한승오, 2007, 몸살: 한승오의 농사일기, 서울: 강, p.24)."

이처럼 하나의 볍씨에서 모가 자라고 모가 다시 벼이삭이 여물어 고개를 숙이기까지의 과정은 사계절의 자연의 기운을 먹으며 자란다. 이른 봄 볍씨를 뿌리고, 거기서 싹이 나서 모가 되며, 한 여름 뜨거운 뙤약볕, 천둥과 번개를 맞아가면서 벼는 무럭무럭 자라서 마침내 가을이 되면 자신을 키워준 자연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듯이 황금들녘의 벼 이삭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른 봄의 모내기와 가을의 벼 베기를 통해 황금들판은 긴 겨울을 맞이하기 위해 황냥한 들판으로 깊은 잠에 빠진다.
 

벼 이삭에 달린 볍씨를 타작을 통해서 얻은 다음 방앗간으로 가서 벼 껍질을 어느 정도 벗겨내는지에 따라서 쌀에 담겨진 영양소가 달라지는 원리를 영양학적으로 분석하는 실험을 할 수 있다. 먹기 좋은 흰 쌀밥보다 먹기는 좀 불편하지만 영양학적으로 현미쌀밥이 왜 더 좋은지를 쌀 껍질에 대한 영양소를 분석하는 자료를 토대로 하나 둘 씩 쌀의 영양학적 성분을 깨달아가는 실험인 것이다. 쌀의 다양한 용도를 생각해보는 공부다 많은 것을 깨닫게 해줄 것이다. 쌀은 밥을 만드는 재료일 뿐만 아니라 떡, 빵, 국수, 막걸리, 과자 등의 원료로도 다양하게 쓰일 수 있다. 쌀이 음식이나 음료 또는 주류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어떤 문화적 특성을 갖게 되었는지도 조사하고 분석하면서 쌀에 담긴 문화인류학을 공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쌀에 담긴 문화는 쌀이 재배되는 지역적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예를 들면 쌀이 자랄 수 있는 최적의 기후 조건 중에는 반드시 비가 많이 와야 되고 여름과 가을철에는 일조량이 풍부해야 된다. 이에 반해서 빵의 주원료인 밀은 비가 그렇게 많이 오지 않아도 되는 건조한 지역에서도 잘 자랄 수 있다.

빵과 밥의 차이는 무엇인가? 인류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왜 빵을 먹는 사람과 밥을 먹는 사람은 문화적으로 차이가 나는가? 문화적 차이는 사고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되는데 우리가 먹는 음식은 생각하는 사고방식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빵은 길을 만들고 밥은 마을을 만든다”는 책을 보면 빵은 이동하면서 먹는 개체형 음식이지만, 밥은 어딘가에 정착해서 모여 앉아서 먹는 정주형 음식이라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쌀을 문화인류학적으로 이해하면 쌀은 더 이상 밥을 만드는 음식재료를 넘어서 지리적 특징을 반영하고 있는 문화적 상품으로 새롭게 인식될 수 있다. 그리고 수입쌀에 비해서 왜 국산 토종 쌀이 더 비싼지, 쌀 가격결정과 유통 및 소비 촉진에 관한 정부 정책은 무엇인 등을 공부하면 쌀의 과학적 영양분석을 넘어서 쌀에 담겨진 정치학, 경제학, 경영학을 공부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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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양대학교에서 교육공학으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미국 Florida State University에서 Instructional Systems 분야의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삼성인력개발원에서 즐거운 학습과 건강한 지식을 창조하여 사람을 변화시키는 일을 5년간 경험한 후 현장에 현실이 있고 현실 속에 진실과 진리가 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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