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의 비상조치 해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어떤 이들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하고, 다른 이들은 비상조치의 후유증이 커질 수 있으니 더 늦기 전에 준비하여야 한다고 한다.

  먼저, 공격적 경기부양책을 계속하고 오히려 더 과감한 부양책이 펼쳐져야 한다는 주장은 “돈이 많이 풀렸어도 돈이 돌지 않고 있다.” “자칫 하다가는 ‘90년대 일본과 같은 장기불황에 빠질 수 있음을 경계하여야 한다.” 유동성 과잉에 따르는 거품 재 확산 같은 부작용은 DTI  같은 행정규제로 대처하며 경제의 아랫목만 아니라 윗목까지 골고루 따뜻하게 될 때까지 확장정책을 계속하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다음, 비상해지 조치 즉 소위 출구전략을 선제적으로 준비하여야 한다는 주장은 ‘08.10 이후 취해진 조치들로 이제는 시장이 상당히 진정되었다. 또 기업연쇄도산 위험도 없어지는 등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였다고 본다. 그 동안 취해졌던 여러 위기 대응 시스템 중 특히 통화정책의 경우 제 때에 정상화가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거품 재확산, 구조조정 부진, 도덕적 해이 등 후유증이 더 파괴적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외신에서도 아시아 각국의 금융시장이 “두려움이 뒷걸음치고 탐욕이 고개를 들기 시작하였다”고 전하고 있다. 유동성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는 이야기다.

  하여간 현안문제인 탈출전략 시행과 관련하여 다음 세 가지는 반드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① 지난번의 비상조치는 유동성 과잉 때문에 초래된 사태를 다시 유동성 확대로 막으려는 고육지책이었다. 유동성 확대로 말미암아 발생한 거품이 소멸되면서 초래된 사태를, 다시 유동성을 무제한 공급하여 위기를 벗어나자는 궁여지책이었다. 그러니 경기가 회복되고 돈이 돌아가기 시작하여 통화유통 속도가 빨라질 경우에는 가공할 물가상승 압력이나 더 무서운 거품 생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② 경제지표는 공동변화 현상을 나타내며 변화한다.
모든 경제현상은 동시에 또는 시차를 두고 서로 연관성을 나타내며 변하는 공동변화(co-movement) 현상을 나타낸다. 시장에서 금리, 주가, 환율 같은 가격지표는 물론 유동성, 외화보유고 같은 총량지표도 불가분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변화하는 것이지 따로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정책목표를 달성하고자 한 지표를 억누르거나 띄우면 다른 지표가 흔들려 반드시 그 대가를 지불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어떤 지표를 무리하게 끌어올리거나 내리기보다는 가급적 적정수준을 이탈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일이 중요하다. 한 지표가 이탈하기 시작하면 다른 지표들까지 연속적으로 교란시키기 때문이다.

  ③ 거시정책과 미시대책이 상충되면 혼란이 초래된다.
  쉬운 예로 탈도 많은 “부동산 대책” 관련 파동을 보자. 정부는 행정도시, 혁신도시 등을 만든다며 천문학적 규모의 토지 보상금을 풀고, 이에 더하여 중앙은행은 유동성 완화를 거듭하여 거품이 확산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을 조성하였다. 거품이 꿈틀거리자 궁리 끝에 조세제도에 이리저리 덧칠과 땜질을 하여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이렇게 앞뒤가 서로 엇갈리는 시책은, 좌회전 신호를 깜박이며 실제로는 우회전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혼란과 갈등을 증폭시켰다. 거시정책과 미시대책의 상충되어 거품은 거품대로 커져가고, 사회의 갈등은 갈등대로 꼬여 갔다. 한마디로 선무당이 사람 잡는 형국이 되었다.

  긴급조치는 긴급한 상황에서 일시적 수단이지 오랫동안 지속시키다가는 작용보다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 한방 처방에서도 비상(砒霜)과 같은 극약처방은 목숨이 경각에 처했을 때 단 한 번에 그쳐야 한다.
증권감독원에서 증권제도연구실장, 조사부장, 조사연구국장 등을 역임하였다. 미시간 주립대 객원연구원, 이코노미스트, iweekly 편집위원을 역임하였으며 성도회계법인 부회장, 현재 선인장학재단 이사,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비즈니스 워치 금융전문위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