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갈망은 엄청났다.
때때로 그것은 전율, 황홀과도 같았다.
생각만 그랬다.
행동은 달랐다.
늘어진 채로 무기력했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잘 되지 않는 걸 어떻게 한담」
화가 지망생인 J(제이)는 명화를 그려야만 한다는 강박관념과 소망의 뒤섞임 속에서 혼돈을 일으켰다.여전히 부질없는 나날이 계속 되고 있다.
탈출구를 어떻게 찾아야 할까?
흐릿한 날씨를 꼭 닮은 것 같다.
「비가 올 것 같은데…」
J는 머리를 대충 추슬러 모자 속으로 밀어 넣곤 골목을 벗어나 오르막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골목으로 발길을 잡았다.
골목의 끝자락엔 화가 지망생들이 살아서 꿈틀대는 언덕이 있다.
숨통이 트이는 곳은 그곳 밖엔 없는 듯 하였다.
그들 틈에 섞여 화가인 채 하는 용기 조차 나지 않는다.J가 언덕으로 이어지는 입구에 왔을 때 빗방울이 떨어졌다.
「우산을 챙겨야 하나?」  했다가  「귀찮다」며 그냥 나섰었는데 비를 맞아야만 할 것 같았다.
「그 따위 것 몰라」 했던 행동에 대한 후회는 없었다.
비를 맞으며 그냥 걷든지 카페에라도 들어가 실없이 커피라도 한잔하며 비를 피하든지 해야 했다.
그렇지만 비를 맞는 것도 싫고 부질없는 커피 한잔도 싫었다.앞에 깡통이라도 놓여 있으면 발길질이라도 하면 시원할 것 같았다.
그런데 J의 모든 생각을 덮어 씌워버리는 듯한 일이 벌어졌다.
「같이 가요」하며 근사한 청년이 우산 속의 동행을 권유했다.
향수 냄새가 은은했다.
「참 잘 생겼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 말 없이 우산을 쓰고 걷기만 했다.이윽고 그들 앞에 핑크 빛 카페가 나타났다.
이층의 아담한 카페에는 담쟁이 넝쿨이 기어 오르고 입구의 차돌로 된 보도블록은 오래오래 사랑의 얘기를 간직해 온 듯 했다.
J는 그날 이후 자신이 희망해온 명화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청년은 아주 가난한 천재 화가였다. J는 화가지망생에서 모델로 삶의 지도를 바꿨다.둘은 동거를 시작했다.
곧 딸이 태어났다.
J는 딸에게 자신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줬다.
J가 두 번째 아이를 가졌을 때, 추운 겨울(1월 24일) 남편이 폐결핵으로 저 세상으로 갔다.
J는 남편의 장례식(1월 25일)을 치른 다음날 그들이 사랑을 가꿔왔던 아파트 옥상에서 떨어져 남편의 뒤를 따랐다. (1월 26일)그들은 지금 프랑스의 라세즈 묘지에 나란히 묻혀있다.
청년은 이탈리아 천재화가 모딜리아니.
J는 몽파르나스 로톤드(카페)에 모달리아니와 사랑을 나누며 몽마르트의 언덕을 팔짱 끼고 다녔던 잔느 에뷰테른.
모딜리아니 없이는 숨쉴 공간을 찾지 못하고 숨 쉴 의미를 느낄 수 없었던 잔느 에뷰테른이 큰 모자를 쓰고 1917년의 모습인 채로 명화(名畫)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명화와 슬프고 아름다운 사랑의 얘기가 감동으로 뒤섞여 올 때 마다 되새기게 되는 운명에 대한 생각. 모딜리아니가 다시 태어나면 어떤 삶이 될까? 모딜리아니의 망사주(亡四柱)는 기미(己未)년, 정축(丁丑)월, 신사(辛巳)일, 임진(壬辰)시.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명리학을 연구하여 명리학의 대가로 손꼽힌다. 무료신문 메트로와 포커스에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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