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 갈게, 저녁 같이 먹자.>“예.”혜경이 남전무의 전화를 받은 시각은 금요일 오후 4시께였다.「어디, 여행이라도 가자고 하면?, 만약 월요일까지 들러 붙으면?」 혜경은 불길한 생각을 떨쳐 버리듯 도리질하며 「그럴 순 없는 노릇」이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저녁 먹고 늦게까지 노는 것은 좋다.그렇지만 반드시 돌려 보내야 한다」
간혹 남 전무는 금요일 저녁부터 월요일 출근때까지 혜경과 같이 보냈다.남 전무는 혜경이 실연하고 죽으려고 했을 때 만난 남자다.지금의 까페 「자화상」도 남전무가 마련해 줬다.손님도 많이 데려왔다.자화상은 어쩌면 남전무의 가게랄 수도 있었다.
혜경이 영문과 다닐 때 의사(수련의)를 사랑했다 결혼을 앞두고 시아버지 될 사람을 만났다.상견례에서 만사가 깨져 버렸다.서울의대 수석입학이라는 꼬리표를 단 실력에다 곱상하게 생긴 아들과는 너무나 다른 아버지였다.지방의 조폭 출신인 그 아버지는 아들을 미끼로 완전히 한 밑천 잡으려 작정하고 있었다.혜경의 집은 먹고 살 만은 했지만 병원을 차려 줄 정도는 아니었다.말도 잘 통하지 않을 수준이었으므로 그 아버지는 도중에 아들의 손목을 나꿔채 밖으로 나가 버렸다.그러고는 그만이었다.
혜경이 술이 취해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어떠하리...」이방원이 정몽주에게 수작건 시조를 읊조리며 다량의 수면제를 털어넣었다.골목의 쓰레기통 옆에 고꾸라져 있던 혜경은 남전무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집으로 들어갈 용기도 염치도 없었다.
자연스럽게? 남전무의 숨겨둔 애인이 된 혜경은 차츰 속물로 변해갔다.특히 술 취하면 밤일을 굉장히 밝히는 여자로 돼 가고 있었다.그러면서 점점 남전무에게는 싫증이 났다.20년이나 나이 차이가 나는 남전무와 지겨워 질 무렵 새로운 파트너가 생겼다.자화상의 지배인이었다.공부만 빼면 나무랄 데가 없었다.몸짱, 얼짱인 지배인 없이는 못살만큼 변해갔다.
지배인과 잠을 잔 뒤로는 더욱더 심해졌다.심지어는 「그러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남전무가 죽어서라도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었다.「털어 놓고 얘기를 해 버릴까?」가게?돈번 것?다 주고서라도 벗어나고 싶었다.세상 천지에 지배인만 있으면 그만이었다.
남전무와 저녁을 먹고 자화상으로 출근(?)했다.어쩌지 못하고 팔짱을 끼고 들어서게 됐는데 지배인이 눈을 흘기며 보고 있다.혜경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눈초리가 섬뜩했다.순간 혜경은 「그래, 가게를 정리하고 떠나자」고 결심했다.지배인과 함께 「어디로든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버리자」고 작정했다.
남전무는 지지(地支)에 사.오.미(巳.午.未) 화국(火局)을 이룬 미월생 을목(乙木)일주에 정해시(丁亥時)생이다.혜경은 자(子)월, 병인(丙寅)일주에 신묘(辛卯)시 생이다.
남자 여름 을목 일주는 노는 것, 잔머리, 경망함이 심하다.다만 수기(水氣)가 넉넉하면, 또 금(金)이 있으면 좋은 팔자가 된다.겨울 병.정.화(丙.丁.火)일 여자는 특히 시가 묘.축 일때는 팔자가 센 법이다.대체로 2.3차례 개가는 기본인 경우가 많다.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명리학을 연구하여 명리학의 대가로 손꼽힌다. 무료신문 메트로와 포커스에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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