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몰라

입력 2013-11-18 10:44 수정 2013-11-28 10:06
“선배, 시간 좀 내 줘요.”후배의 전화를 받고 의아했다.10년? 아니 20년쯤?그렇게 오랜시간 연락없이 지냈던 사이를 생각하면 별로 만나고 싶지 않았다.아들이 한의과 대학 합격했다며 떠들고 다녔었음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차관보? 차관까지 지냈던가? 얼굴조차 가물가물 하건만」, “사주하나 풀어 주세요”하는 대목에선 「웃는 얼굴에 침 밷을 수 없다」는 심정이 되고 말았다.
알고 지낸다는 것은 엄청난 인연이다.숙명적인 기운이 연결 돼 있음을 알 수 있다.명을 뽑으면서 수험생 기분이 됐다.「손자일까? 아무래도 그렇겠지. 무슨 문제가 있나?」
명은 기축(己丑)년, 정묘(丁卯)월, 갑인(甲寅)일, 갑술(甲戌)시, 대운 2.
일단 명은 신왕하다.그러나 기운이 목.화.토(木.火.土)에 편중돼 있다.계절적으로 수기(水氣)는 별 필요치 않으나 금기(金氣)는 부족하다.축과 술 중에 있는 유금(酉金)은 없는 듯 하다.조상지업이 중(重)하고, 초년 대운 병인(丙寅)은 위기다.「27세 상반기를 지나야 정신 차린다」이니 문제다.더욱이 내년은 갑오(甲午)다.또 2월 4일 이후는 병인(丙寅)이니 조상의 덕 쌓음이 없으면 살기 어렵다.
인연이 있는 스님만나 출가를 하거나 영어권(라틴어권)으로 입양시켰으면 반전의 기회를 잡는 것이 될지 모를 일이다.
후배는 앉은 채로 인사했고, 손을 내밀었다.따귀를 때려주고 싶은 것을 참았다.「악수를 해야 하나?」고약한 기분이 됐다.
“그 사주, 어때요?”<손주냐?>“예”<뚱뚱한가?>“비만 체질이긴 해요.”<집에서 키우기 힘든데, 해외입양하면 안될까?>후배는 묘한 얼굴로 변했다.
드디어 후배가 신세한탄을 시작했다.「며느리는 이대 나온 의사였는데 손주 낳은 뒤 이혼했고, 그런뒤 아들은 술에 절어 살다가 술집여자랑 살림 차렸다가 복상사 했으며 손자는 얼마전 심장판막증 수술해 병원에 있다」면서 “살기는 하겠느냐”고 물었다.비극적 현상에서도 절손(絶孫)을 우려 하는 듯 했다.그런 가운데서도 며느리를 원망했다.「악독한 년이 집에 들어와서 그렇게 됐다」고 했다.아들은 「선배놈들이 술 많이 먹여서 그렇게 됐다」고 했다.오로지 남의 탓만 하고 있었다.
손자가 뚱뚱한데 심장판막증이면 내년 병인(丙寅)월을 넘기기 어렵다.「내새끼 죽어도 남줄수 없다」란 생각이면 달리 묘수를 생각할 수 없다.손자의 명에서 갑인(甲寅)일주가 년 기축과 갑기합(甲己合), 축인암합(丑寅暗合)으로 천합지합이 된다.또 월(月) 정묘와는 상관양인이 되니 부모자리는 불구의 뜻이 있다.시(時), 갑술은 속세를 떠나 스님이라도 되어서 마음 다스리고 조상의 업이나 지우면서 살라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후배는 일찍이 자신의 것은 똥도 아까워 남 못주는 성격이었다.빌딩이 몇채 있다는 소문이 돌만큼 토색질도 엄청했다.뇌물 많이 챙기고 쥐어짜기 잘해서 챙긴 돈을 위에도, 정치권에도 뿌렸으니 그만한 자리까지 갔을 터였다.
흘러내려가는 강물을 거꾸로 되올라가게 할 수는 없다.위에서 부은 물은 아래로 아래로만 흘러가는 법이다.자연의 순리나 운명의 순리나 크게 다를바 없는 것을....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명리학을 연구하여 명리학의 대가로 손꼽힌다. 무료신문 메트로와 포커스에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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