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도 요즘 맘이 설렌다.

봄을 가장 확실하고도 황홀하게 장식해주는 화사한 벚꽃이 훈풍과 함께 남녘에서 점차 북상 중이다. 눈처럼 하얗게 날리는 꽃잎, 밤이면 가로등 불빛에 물든 꽃구름 같은 모습이 운치를 더한다. 며칠 전 대학원 강의에서 우리 학생들은 야외 수업을 하자고 졸라댔다.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진도를 나가야하기에 단호히 뿌리치며 강의를 했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오늘도 난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시작하면서 좀 더 자고싶은 맘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졸린 눈을 비비며 생방송을 하러가기 위해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개나리, 목련, 진달래, 벛꽃의 어우러짐을 보는 것만으로 마치 한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 기분이 좋았다. 난 꽃향기를 맡고싶어 차 문을 열고 눈부신 햇살도 받고 봄꽃 내음도 흠뻑 받았다. 날씨가 주는 포근함에 차 안에선 김동률의 ‘기억의 습작’이 흐른다. 그런데 왜 이 감미로운 목소리를 듣고있자니 눈물이 나는걸까? 이 노래 가사를 음미하면서 얼마 전 보았던 뮤지컬 엘리자베스의 대사가 떠올랐다.

황제가 황후에게 ‘당신을 사랑하고 필요로 하니 돌아오라’는 간청에 황후는 ‘우리는 두 조각배처럼 잠시 만났을 뿐 목적지가 다르다’란 대답을 하며 황제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필자는 이 장면에서 펑펑 눈물이 쏟아졌다. 생각해보면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했던 반면 동시에 점점 황폐한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던 그녀에 대한 동정도 같이 작용한 것같다. ‘씨씨’라 불리는 오스트리아의 황후 엘리자벳은 상투적이지 않고 모든 편견에 맞서 싸운 현대적 여성이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이 원하는 모습대로 살기를 거부하며 관습을 중시하는 시대 속에서 밀려드는 강요와 압박에 저항했다. 사랑을 받기위한 가식보다 솔직하려 노력했고, 평범하기보다는 특별하려했다. 엘리자벳은 자유를 지키기위해 자신의 행복을 대가로 내 놓았다.

뮤지컬 ‘엘리자벳’은 어린 시절의 활기 넘치고 자유분방한 성격의 엘리자벳이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한 후 초월적 존재인 죽음 ‘토드(Tod)’와 마주하게 되며 앞으로의 불행이 시작된다. 이후 그녀는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스트리아의 황제 프란츠 요제프와 결혼을 감행하지만 결국 깊어가는 고부갈등과 본인을 옭아매는 황실의 삶에 고통스러워 했다. 토드는 이러한 그녀를 지켜보며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길은 죽음뿐이라 유혹하고, 남편과의 갈등과 아들 루돌프의 자살 등에 힘들어하면서 어디에도 안주하지 못하는 그녀.

그녀는 ‘나는 나만의 것’은 모든 사람들, 특히 여성들이 생각하는 것을 대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파란만장했던 그녀의 삶, 엄격한 왕정 관습에 굴하지 않고 스스로 확신에 찬 모습을 통해 합스부르크 왕가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들꽃은 그들에게 주어진 삶이 있다. 그가 장미를 보면서 자기 삶보다는 어떻게 하면 장미가 될까를 고민하면서 보낸다면 삶의 의미가 없어질 질 것이다. 지금 내 앞에 있는 것이 내 삶이다. 시위를 떠난 화살은 다시 돌아올 수 없다. 멈췄다가 다시 갈 수 없고, 힘을 잃는 순간에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이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2005년 스탠포드대학 졸업식에서 고 스티브잡스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여러분들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느라고 시간을 허비하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한 결과에 맞춰 사는 함정에 빠지지 마십시오. 다른 사람들의 견해가 여러분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가리는 소음이 되게 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의 마음과 직관을 따라가는 용기를 가지라는 것입니다. 당신이 진정으로 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마음은 이미 알고 있을 것입니다. 다른 모든 것들은 부차적인 것들입니다“

학교 캠퍼스에 흐드러지게 핀 봄 꽃을 느끼며 산책하는 중에  '난 과연 나만의 삶'을 살고있나?' 내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아나운서 이서영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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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내커 칼럼니스트 이서영
-프리랜서 아나운서(SBS Golf , YTN, ETN, MBC,MBC SPORTS, NATV, WOW TV 활동)
-국제 행사 및 정부 행사 영어 MC
-대기업 및 관공서 등에서 스피치, 이미지 메이킹 강의
-국민대, 협성대, 한양대, 서울종합예술학교 겸임 교수 및 대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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