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스페인의 소, 한국의 개미

소가 붉은 색 깃발을 향해 달려든다.
투우사는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소의 등에 칼을 꽂는다.
소는 죽을 때 까지 칼을 맞아 가며 깃발을 향한 진군을 멈추지 못한다.투우사와 소를 연상시키는 현장은 한국에도 많다.
가장 피비린내 나고 그 적나라함이 소름끼치는 곳이 증시다.
증시에서의 투우사는 외국인이고 소는 개미들이며 기관은 구경꾼이다.특히 한달에 한번씩 있는 옵션만기일(매월 2번째 목요일)에는 흘러 내리는 피가 강물을 이룰만 해 진다.
대개 옵션 만기일의 승자는 기관과 외국인이고, 죽어나가는 쪽은 개미떼들이다.
12일에도 그랬을 것이다.그 목요일 아침, 4마녀의 날, 몇 군데서 전화가 왔다.
옵션하는 친구들이다.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물어왔다.<콜 265와 262.5, 풋 262.5를 중심으로 양매도 하라.
양매도 하는 데 증거금이 부족하면 콜 260, 풋 265를 반드시 같은 숫자로 매수하라.
양쪽 262.5의 매도 숫자가 많을 것을 잊으면 안된다>고 일러줬다.코스피 지수가 오를만큼 올랐으므로 1930선을 뛰어 넘을 것 같진 않았고 외국인이 현.선물을 벼락같이 내다 팔 것 같지도 않았으므로.장이 서고 얼마 되지 않아 K부장이 “콜 265를 0.27에 10개 샀습니다”하고 전화를 해 왔다.
전화를 받을 때 보니 0.33이어서 수익을 내고 있었다.
<잘했다>고 칭찬한 다음 3분 차트를 보고 있었다.
외국인이 선.현물을 계속 사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코스피는 10포인트 넘게 상승해가고 있었다.돈이 없으면 팔 수 없으니 사게 된다.
옵션 시장에서는 1500만원이면 계좌를 틀 수 있지만 이돈으론 1개도 팔 수 없다.
자금 부족으로 개미들은 대개 사는 쪽이다.이날 코스피는 11시 12분 2017.48포인트까지 오른 다음 12시30분부터 하락, 오후 1시 31분에는 1995.16포인트까지 떨어졌다.
장이 끝났을 때는 2004.06.
이날 개미떼들은 콜을 18470 계약, 풋을 38455계약을 샀다.
외국인은 콜을 7134 계약, 풋을 3191 계약을, 기관은 콜을 12084 계약, 풋을 38143 계약 각각 팔았다.죽는 것은 조조군사라더니 「죽는 것은 언제나 개미들 뿐이구나」 싶어 한숨이 절로 나왔다.
K부장은 어떻게 됐을까?
결론적으로 K부장은 투자한 돈 135만원을 전부 날렸다.
회사일에 몰두했으므로 팔 시기를 놓쳐 그렇게 된 것이었다.콜 265는 0.83까지 갔으므로 이때 팔았다면 400만원으로 튀겼을 것이다.
그리고 같은시각, 풋은 바닥이었으므로 262.5를 0.11 정도(0.10까지 갔으므로)에 샀더라면 (오후에 1.17까지 갔으니까), 그리고 잘 팔았다면 3000만원이 넘는 거금으로 만들수도 있었으리라.
그렇지만 이런 경우는 개미들에게는 불가능한 찬스다.
신의 영역이라할 이런 기회는 외국인을 중심으로 한 선물 투기꾼들이 기획하여 만들어 내는 영역이므로.장이 끝났을 때 콜 262.5, 265는 모두 죽었다.
풋 262.5는 0.17.
양매도를 착실하게 잘했다면 짭잘한 수익을 냈을 것이다.
양매도를 잘하면 90% 이상 수익을 낼 수 있지만 많은 돈이 필요하다.적은 돈으로 모험하는 개미들은 대박에의 욕심에 얽매인다.그래서 남는 결과는 끊임없는 쪽박뿐인 것이다.
안타깝고 답답하고 너무 분하지만 그것도 운이니 어찌하랴. 

연세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경제신문 산업부 기자로 활동하면서 명리학을 연구하여 명리학의 대가로 손꼽힌다. 무료신문 메트로와 포커스에 '오늘의 운세'를 연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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