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르고 나약한 者의 슬픔

입력 2004-02-01 14:13 수정 2004-02-01 14:13



앞에 앉아 있는 40대 중반의 남자는 10분이 넘도록 휴대용 전화로 게임을 합니다. 이상한 소리가 끊이지 않고 옆 사람의 귀를 자극하여 짜증나는 얼굴들이지만 아무도 말리지 않습니다. 얼굴과 옷차림새를 보아 하니 남의 말을 들어 먹을 사람 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 옆에서 10분이 넘게 통화를 하는 아가씨의 큰 목소리가 뒤섞어 지하철은 아수라장입니다. 내려서 다음 열차로 갈아 탔지만 거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04년 1월 25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세계 석학들과 경제인 정치인들이 모여 포럼을 개최하였습니다. 그루지아, 파키스탄, 나이지리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서로 명함을 주고 받고, 자기 나라 자랑을 하며, 국익을 위해 홍보를 하고, 먹고 살 길을 찾았습니다.




우리나라는 기자들만 갔습니다. 정작 가야 할 사람들은 그런 모임이 있는지 알지도 못했습니다. 안에서 싸우느라 거기까지 갈 생각은 하지도 못했습니다.




아니, 가 봐야 의사소통도 되지 않을 사람들이니까 아예 관심도 없습니다. 세계화를 외친지 10년이 지난 한국의 현실입니다.






중국과의 마늘협상, 일본과의 어업협상, 칠레와의 FTA협상, 미군 용산 기지 이전협상, 이라크 파병 협상, 어느 한 가지도 주도적으로 협상해서 이긴 적이 없습니다.




좁은 안방에서 자기네들끼리 싸우고 타협하고, 결론을 얻어 내는 것 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그렇게 힘들고 지루하고 곤란한 국제적 협상에서 뭐라도 한 가지 제대로 이루어 내기를 기대하는 사람 자체가 잘못입니다.






잘 생긴 사람이면 강도짓을 해도 용서하고 싶다고 하고, 몸매를 가꾸기 위해 수백 수천 만원의 돈을 들인다고 소문을 내면서, 어린 아이들에게 얼짱과 몸짱을 가르쳐 주며 돈을 긁어 부자가 됩니다.




생산적이고 국제적인 사업을 하는 분들은 널뛰는 환율과 목 죄는 규제로 인하여 모두들 다른 나라로 떠납니다.






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수천억 원의 돈을 풀어 댑니다. 국민의 세금을 마구 뿌려서 일자리가 늘어 난다고 믿는 국민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어차피 그 돈다발은 같은 식구들끼리 나누어 가질 거니까요.






기업은 내쫓고, 외국인 투자는 방해하면서 부정부패로 겉과 속이 썩어 문드러지는 사람들끼리 경제와 실업의 고통을 이야기합니다.






국정 최고 책임자는 나라 살림을 보살피며, 국민을 다스리며, 대내외 각종 현안을 풀어야 하는데, 집안 정치만 하고 있습니다.




거덜나는 나라 살림이나 빈 깡통이 되는 국가 안보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이 시장골목을 돌아 다니며 점심식사나 합니다.






전 지구를 돌며, 일본 미국 프랑스 중국 태국 대통령과 총리를 만나야 할 사람들이 맨날 여의도와 광화문, 과천과 대전만 쏘다니며 500Km 안에서 잘난 체 하고 있습니다.






정치인과 통수권자의 차이를 모릅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은 그저 반갑다고 인사만 합니다.






세계시민(Cosmopolitan)이 되어 세계인과 경쟁하려면 최소한 3개 국어 이상을 능숙하게 해야 합니다. 영어, 중국어, 스페인어, 아랍어를 활용하여, 말하고 쓰고 듣고, 의사소통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런 시대에 영어마을이 생겨 위화감이 조성된다고 걱정합니다. 지구상 인구 23%인 15억 명이 사용하는 한자(漢字)를 알면 좋은 나라, 한문을 배우기도 쉬운, 유사한 말을 쓰는 대한민국 젊은이들은 한글전용을 외칩니다.






한글은 제대로 아는지, 토론을 하게 하고, 자기소개를 시켜 보고, 업무 기획서를 한 장 쓰라고 해도 제대로 하는 게 없습니다. 대학에서 배우지 않았다고 핑계를 댑니다. 그런 것까지 가르쳐 줘야 배운다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학원에서, 선생님과 강사들이 가르쳐 주는 것만 배웠지 스스로 공부하는 능력은 키울 시간이 없었습니다.




얼짱과 몸짱과 명품만 쫓아 다니느라 바빴습니다.








얇고 재미있는 책만 팔린다고 합니다. 어렵고 두꺼운 책은 싫어한다고 합니다. 복잡하게 쓴 글은 지루하고 힘들어서 손이 가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 사람들이 단순하고 지저분한 공장 일은 싫어하고, 지방근무는 외면하면서, 지식근로자가 되고 싶다고 합니다.






지식은 원래 복잡하고 지루하고 어려운 용어와 시스템으로 얽혀 있습니다. 읽고 보기만 해서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깊이 생각하는 능력과 밤새도록 연구하는 인내심과 코피를 흘리며 1,000페이지 1만 페이지를 읽어도 잘 이해되지 않는 게 지식입니다.






10년 후의 CEO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문화가 다른 사람들을 함께 어울리게 하는 통합능력을 갖춘 예술경영자”가 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철학과 고전과 미술과 음악을 모르면서, 수학과 과학을 싫어하면서, 그래서 이공계를 기피하면서,




읽기 쉽고 외우기 쉬워서 골라 찍어 내기 쉬운 것들만 공부하면서 “예술경영”을 이야기 합니다.






그럼, 대책은 무엇이냐구요?




대책은 있습니다. 땀 흘리고, 눈물 흘리며, 피도 흘려 가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일하는 방법 이외에 대책이 있을까요?




이렇게 쉬운 걸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놀고 먹으면서 말로만 한 몫 하려는 사람들에게 일을 시켜야 합니다.






그런 일을 시킬 사람, 힘 없는 국민 이외에는 없습니다.




결국, 이 모든 게 국민의 수준입니다.
(사) 한국강사협회 회장 역임, 코리안리 재보험(주), 데이콤ST 근무, (주)스카우트 부사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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