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물망초

 

  

남자는 잊혀진다는 것을 그리 치명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남자는 주변의 사물과 어떤 관계를 갖느냐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그 주변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관계와 역할은 비슷한 것 같지만 아주 다른 개념이다. 사랑하는 남녀 한 쌍을 놓고 볼 때 여자는 자신이 <그 남자의 무엇이냐>가 중요하다.

 

 그러나 남자는 < 그 여자에게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 가 중요하다. 같은 방식으로 여자는 남자를 < 저 남자는 나의 무엇이냐> 가 중요하다. 남자는 여자를 < 저 여자는 나에게 무엇을 할까> 가 중요하다. 남자는 <역할>이 둘 사이의 관계의 척도가 되고 여자는 둘 사이의 <관계>가  무엇이냐가 둘 사이의 역할을 만들어 낸다. 남자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없다고 볼 때 자신의 존재를 불쌍히 여긴다. <어떤 역할>을 할 수 없으면 둘 사이의 관계를 의심한다. 그러므로 남자는 어떻게 하든지 <어떤 역할>을 하려고 능동적으로 발버둥을 친다.

 

  사랑한다는 것 – 그것은 여자나 남자에게 똑같이 지고지순한 명제이다. 그러나 그 사랑의 접근방식과 확인방법은 남녀가 완전히 다를 수가 있다. 어느 여류문인이 쓴 글에 다음과 같은 독백이 있다. [때때로 헤어지는 사람한테 마지막으로 물어보는 말이 <나를 사랑했나요?>이다. 옛날 어느 순간에는 누구보다 사랑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헤어지는 시점에서 과거의 감정이 왜 중요한가? 어떠한 이유이든 헤어지는 지금의 감정이 중요할 것이다.

 

 <그럼 지금은 사랑하나요?>라고 물을 것이다. 사랑하면 절대 헤어질 리가 없겠지. 물어보나 한 말을 사람들은 때때로 버림받았다는 심리적 불안감에 헤어나고 싶어 연인에게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확인을 해 본다. <나를 정말 사랑했나요?>]  이 말은 뒤집으면 < 나를 잊지 마세요> 랑 똑같은 말인 것이다. <물망초> <나를 잊지 마세요>    <나를 정말 사랑했나요?> 이 말은 모두 여자들이 하는 말이다.

 

  남자들은 그런 말을 좀체 하지 않는다. <있을 때 잘 해> 이 말은 당연히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하는 말이다. 여자들은 어떤 <관계>만 확인을 하면 만사 사랑 오케이이다. <저 남자는 나의 사랑이다> <나는 저 남자의 아내이다> < 나는 저 남자의 애인이다> 여자는 이 말이면 모두 해결이 된다. 행동이나 자세나 생각은 모두 그 말  뒤의 가치이며 부수조건이다.

 

그러나 남자들은 다르다. 여자나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둘이 <애인>이냐   <사랑>이냐 <남편>이냐가 결정된다. 그래서 남자들은 <애인>이라고 생각하면 <애인>의 역할을 하려고 몸부림을 친다. <어떤 역할>을 못 할 때 남자들은  <관계>를 의심하고 부정하고 깨려고 한다. 남자들은 <역할>을 늘 확인하고 싶어한다. 그 <역할> 속에서만 자신의 <관계> 즉 <존재>를 확인하기 때문이다. 여자는 사랑하는 남자를 보지도 만나지도 못하면서 몇 년  몇십 년씩 기다릴 수 있어도 남자가 여자를 못 기다리는 것도 따지고 보면 다 그 <역할> 때문이다.

 

 

  여자는 관념만으로, 또 <나는 누구의 무엇이다> 라는 <관계>에 대한 착각만으로도 사랑을 느끼고 행복해지고 사랑을 기다릴 수 있지만 남자들은 여자에게, 또 여자가 남자에게 어떤 <역할>을 할 때에만 사랑을 확신하고 존재를 느낄 수 있다. 이 엄연한 차이에서 남녀 둘의 행복과 불행이 교차된다. 물망초라는 외국의 화초를 보면서 남녀의 존재의 확인방법 또는 사랑의 접근방법에 대하여 곰곰 생각을 해 본다. 나는 과연 <물망초> 라고 할 수 있는가? 내 여자가 나에게 <물망초>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앞으로도 계속 여자에게 <어떤 역할>을 기대하고 주장해야 하는가?   참으로 어려운 숙제이다.  


                               

은희 물망초

  

 

 

 

 

 

 

 

 

 

1. 야생화 사진을 찍고 시를 씁니다
2. 우리것을 좋아하여 글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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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솟대문학 편집장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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