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리 이야기

입력 2009-03-17 06:00 수정 2009-03-17 09:22




명태 새끼를 노가리라고 한다
술안주로는 싼편이다
대부분 구워서 먹는데
이 집은 노가리찜으로 나온다

흔히 옛날에 비속어로
거짓말이나 허풍 떠는 것을 노가리라고 했다
옛날에는 명태가 너무 흔했기 때문에 노가리는 하찮았다는 말 같다


이 새벽 노가리를 푸는 재미처럼 재미있는 가정을 하나 해본다
상상으로 내가 노가리가  되어 본다
동해바다에서 신나게 놀다가 어부에게 잡혔다
그게 노가리 운명이기에 도리가 없는 것이다
명태로 잡히나 노가리로 잡히나 운명이다

어시장에서 손길을 기다리다가 어느 손에 팔려서
주방 도마를 칠성판 삼다가
하얀 접시에 올라 최후심판을 받을 때
어떤 사람은 <맛이 뭐 이래> 하고 한점 들다 말았고
다른 사람은 <야! 맛이 무척 좋다> 뼈만 남기고 다 먹었다 라고 치자

당신이 노가리가 되었을 때
어느 신세가 되고 싶을까
한점 뜯기다가 쓰레기통에 쳐박혀 흙속에 파묻히기를 원할까
알뜰살뜰 다 먹혀 그 사람의 힘이 되고 살이 되기를 원할까
어차피 노가리 운명이라면 대부분 노가리의 소임을 다하고 싶을 것이다

이제 노가리에서 사람으로 돌아간다
조물주가 내게 부여한 운명대로
살뜰살뜰 내 한 몸 한 점도 남기지 않고 다 바친다
주어진 내 운명에 도전을 하든 순응을 하든 그건 문제가 아니다
어느 경우라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사랑도 마찬가지이리라
이별 두려워 이목 두려워 아픔 두려워
아무 것도 다하지 못하고 어정쩡 맴돌기만 하거나
요것조것 재고 계산하고 내숭 떨고 자존심 챙길 것이 아니라
이왕 하려거든 사랑에 온몸을 다 맡기고 모두 바칠 일이다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하던 오늘이란다
오늘을 함부로 버리는 자는 일생을 함부로 버린단다
어제의 부귀영화만 꿈꾸거나  내일의 환상만을 쫒는 바보는 되지 말자
오늘 이 한 날 오늘에 내 모든 몸과 마음을 다 바치는 것이
내가 이승에 태어난 운명과 역할이라고 혼자 다짐해 본다

1. 야생화 사진을 찍고 시를 씁니다
2. 우리것을 좋아하여 글로 남깁니다
3. 시인의 눈으로 세상과 사물을 봅니다
4. 솟대문학 편집장을 하고 있습니다
5. 하모니카 강사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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