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눈곱재기창

 

 눈곱재기창(눈꼽재기창)이란 순 우리말로 참 아름다운 표현이다.
 눈곱재기창은 창문 내부에 다시 작은 창을 만들어 큰 창을 
 열지 않고도 슬며시 작은 창을 열고 내다보거나 요강 같은 작 
 은 물건을 들일 수 있게 만든 창이다. 서민들은  손바닥만한 
 유리조각을 끼워 붙여 밖을 내다볼 수 있게 하였다.
 한옥에서 창호지를 단정하게 바른 문에 붙인
 어른 손바닥만한 크기의 유리조각도 눈곱재기창이다.

 어느 바닷가의 작고 조촐한 횟집에 들어서니 
 가게 안쪽에 들인 작은 방 창문에 눈곱재기창이 눈에 번적 띄었다.
 사진에서 보듯이 주인은 유리창에 훈민정음해례본을 붙이고
 밖에서 기척이 나면 손님인가를 살피기 위해 부채꼴로 작은 창을 냈다
 이 얼마나 운치있는 꾸밈이랴.

 그 눈곱재기창과 훈민정음해례본 하나로 나는 그 집 주인의 기품을 엿불 수 있었다.
 


넘보라살이 뭐에요?


  국민학교 때 넘보라살이란 아름다운 말이 있었다. 보랏빛 너
머에 있는 빛이란 우리말이다. 언제부터인지 넘보라살은 흔적
도 없어지고 자외선이 생겼다. 옛날에는 염통, 콩팥, 살갗이라
고 배웠는데 이제는 심장, 신장, 피부라고 말해야 알아듣는다.
살갗이라 말하면 사람들이 다시 한 번 쳐다보며 이상하게 여긴
다.

 

  우리말사전 중 큰 것은 이십 몇 만의 올림말이 있다. 한 겨
레의 말로서 엄청난 숫자이고 문화국민이 아닐 수 없다. 그러
나 곰곰 생각해 보면 그 많은 말들이 순수한 우리말만은 아님
에 또 한번 놀라게 된다. 밖에서 들어와 우리말처럼 흔히 쓰는
외래어에는 한자말과 일본말과 서양말이 있다. 한자는 워낙 오
랜 역사를 통하여 우리 문화와 접했기 때문에 이질감이 적지만
똑같은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순수한 우리말이 있는데도 굳이
한자말로 표현하는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 언어생활에 일본말이 많이 있다. 전문직종에서 쓰는 말
들은 특히 일본말이 많다. 삼십오 년간 일제 밑에 있으면서 일
본말이 익숙한 나이 든 사람이 아직 많은 탓도 있겠지만, 새로
운 학문을 일본말로 배웠겠지만, 해방이 되면서 각종 전문분야
의 용어를 우리말로 바꾸었어야 했는데 일본말 그대로 남았고
또 일본용어를 써야만 전문가인 것처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일
본말을 쓰는 어떤 기술자에게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자기도 우
리말을 쓰고 싶은데 우리말로 된 용어를 쓰면 초보자인 줄 알
고 불이익을 준다고 한다.

 

  우리는 한국동란 후부터 재빨리 몰려드는 서구문물을 채 걸
러낼 여유도 없이 마구잡이로 받아들였고 이 과정에서 숱한 영
어가 쏟아져 들어왔으며 아직도 가능한 한 영어를 많이 써야만
지식인 티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지금의 우리말은 온통 잡동사니투성이가 되었고 순수한 우
리말로만 이야기하려면 어딘가 모르게 의미전달이 안 되는 것
같고 조금은 무식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사람이 있는 현실
은 참으로 가슴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훌륭한 사람들이 모여 회의를 할 땐 으레 브리핑을 하게 되
는데 지식층이나 정부와 관계된 브리핑괘도일수록 거의가 한
자로 쓰고 그것도 일본식 약자를 쓴다. 우리말은 고작 토씨뿐
이다. 겨레의 앞에서 겨레를 이끌어 가야 할 지도층의 우리말
에 대한 인식이 이러할진대 돈벌이에만 급급한 장사하는 사람
들이나 외국에서 시작된 새로운 현대문물을 받아들이는 분야
에 있는 사람들의 경우는 더욱 꼴불견이다.

 

  첨단과학, 대중문화, 광고, 매스컴 등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우리말이 설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잡스러운 외국어와 뿌리도
불분명한 트기말뿐이며 우리말을 외국어처럼  만들어 쓰기도
한다.  <터프하고 멜랑꼴리한 익지비션 이미지를 스터디하기
위해 디스플레이 풀코스를 마스터해 최첨단 노하우를 구비한
뉴스타일의 디자인 컨설팅회사>  이 얼마나 서글픈 우리말인
가.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지구촌은 하루  생활권이고 외국의
정보가 순식간에 우리의 안방에서도 볼 수 있는 시대이고 이미
한 나라는 자기나라 안에서만 자기들끼리 살 수 없는 시대인데
촌스럽고 또 국수주의적으로 우리글만을 고집한다고 하는 사
람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럴 때일수록 우리말을 지켜야 할 이유가 있다. 말
은 사람의 입에서 나오지만 그 사람의 생각을 좌우한다. 남의
나라 말을 쓸데없이 많이 하면 감정이나 생각, 생활태도, 가치
마저도 남의 나라 문화를 따라가게 된다. 말이 겨레를 떠나면
겨레는 생명을 잃게 된다.

 

  길을 가면서 간판을 보라.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의 이름을
보라. 신문에 끼어 들어오는 광고지를 보라. 화장품, 옷가게, 과
자 광고 등등 눈을 들어 어디의 무엇을 보나 순수한 우리말은
눈 씻고 찾아야 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온 나라가 조직적
이고 체계적인 우리말 살리기에 나서야 할 때이다.

 

  우리 겨레는 먹을거리는 신토불이  토종을 부르짖으면서도
말은 외국 것을 더 좋아하니 새로운 악습이다. 아직 순수한 우
리말이 약 사만 개가 남아 있다. 숨은 우리말을 더 찾아내고
새로운 말은 우리말로 바꾸는 일에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할 때
이다.

 

  우리말로 쓸 수 있는 것은 우리말로 써야 한다. 우리말이 점
점 사라져 가, 와, 는, 들, 등 토씨와 하다, 하고, 하니, 하면 등
어미활용만 우리말을 쓰게 되는 비극이 다가오기 전에.

 

             ——-  拙著  촌스러운 것에 관한 그리움  중에서 ——–

 

나는 묻고 싶다.
길거리 누구를 잡고라도 묻고 싶다.
사람의 평가가 영어를 잘하느냐에 달렸는냐고.
그 많은 회사사원들이 모두 영어를 통달해야만 회사생활을 할 수 있냐고.
우리나라 말이나 글은 모르쇠하고
영어만 잘하면 그 사람이 모든 일을 잘하는 것이냐고.
이제 막 한글을 깨치는 유치원생부터 영어를 가르친다고 나라가 시끄럽다.
중요한 시험에는 꼭 토익 토플 뭐 그런 것들이 필수이다.

 

나는 고개를 젓는다.
내가 영어가 약해서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다 잘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분명 영어전문가는 꼭 있어야 하지만
마치 영어관련시험이 사람을 선별하기 위한 시험 같다.
우리문학을 외국에 멋들어지게 번역 하나 제대로 못해
노벨문학상 하나 받지 못하면서 영어공부는 무지무지 잘한다.

나는 오늘 목에 칼이 들어와도 말할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에서 영어교육은,
그리고  사람을 평가하는 데 영어를 그리 높게 평가하는 사회풍조는
훗날 역사가 지적할 잘못이라고.
제나라 말이나 글도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을 나라나 경제의 기둥으로 삼아
무엇을 제대로 하겠냐고.

 

 

1. 야생화 사진을 찍고 시를 씁니다
2. 우리것을 좋아하여 글로 남깁니다
3. 시인의 눈으로 세상과 사물을 봅니다
4. 솟대문학 편집장을 하고 있습니다
5. 하모니카 강사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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