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7일(음9월 29일) 새벽 6시 30분  동녘의 그믐달 - 곧 조금 더 밝아지면 그 모습이 사라진다

 

그믐달



                  김종태 




똑같은 눈썹달

네 어여쁜 눈썹을 닮은 눈썹달이란다

내 파리한 윗입술을 닮은 입술달이란다




너는 나를 큰꿈을 부풀면서 기다리는 초승달로 알겠지만

이미 나는 역할을 다한 그믐달인걸

어쩌겠니 한때는 나도 분명

초승달이었고 반달이었고

온통 네 청춘을 밝히는 보름달이었지만

낮에 뜬 반달로 되더니

이제는 네 잠든 머리맡

새벽 들창가에 잠시 서성이다가
이내 숨어버리고마는

그믐달이 되고 말았단다




네 눈동자만큼 빛나는 태양 아래

나는 늘 하늘 어디엔가 있지만

너는 나를 보지 못한다

눈 비비고 보아야 겨우 보일락말락이다

달은 밤에 그 뜻이 있다고 생각하는 네 앞에서

밤에는 뜨지 못하고

낮에만 하늘을 헤매는 그믐달 나는

온갖 기쁨 다 훔쳤다는 그 죄 하나로

이제 새로운 초승달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한다




너는 혹여 아직도 나를

너의 초승달로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분명히 어쩔 수 없이 나도 모르게

섣달 그믐달이란다




지고 나면 다음달에 새로 뜨는 초승달이 아닌

스무여드렛날밤도 기약 못하는

섣달 스무이레 그믐달이란다




1. 야생화 사진을 찍고 시를 씁니다
2. 우리것을 좋아하여 글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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