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똥

입력 2008-07-17 06:58 수정 2008-07-17 11:14




















 


옹기종기 아주 깔끔하면서도
도란도란 재미있게 꾸민 작은 정원이다
그러나 이 꽃들이 있는 장소가 어디인지를 알면
깜짝 놀랄 것이다
이 꽃들은 우리가 흔히 아는 땅에 있는 꽃들이 아니다
화장실 - 적나라하게 표현하여
뒷간의 지붕에 만든 꽃밭이다
아름답게 느꼈던 사람들도 화장실 지붕이라면 인상을 찌푸릴 것이다
뒷간이 어때서......

 

가장 필요로 하고 소중한 곳이면서도 푸대접을 받는 곳이 뒷간이다
그래서 말만이라도 아름답게 위장을 하려고 화장실이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몇년 전  강남케이블티비에서 출연해 달고 요청이 왔다
무슨 이야기를 할까요 했더니 옛날 풍물에 대하여
출연자가 아무 것이나 마음대로 골르란다
똥이야기 할께요
아마 그 방송국사람들 기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약속을 했으니
태연하게 한 이십분 똥이야기를 냅다 해댔다
공교롭게도 집안사람 친구들이 그 방송을 보고 소문을 내서
똥박사라고 한때 좋지 않은 유명세를  탔다

 

그때의 방송이야기인즉 똥이 똥이라서  즉 더러워서
피하고 쉬쉬하고 더러우니까 깨끗히 처리해야한다는 현대의 생각일 뿐일 때
즉 똥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고리가 끊어질 때 똥은 더러운 물건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똥이 잘 발효가 될 때 똥은 더없는 귀중한 거름이 되고
깨끗하게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였다
우리는 수세식화장실장치를 거쳐
정화조라는 미명하에 똥을 그냥 마구 버리고 있다
그리고는 화학비료를 쓰고 있다
자연은 돌고 도는 것
우리 몸에서 나온 똥이 다시 발효과정을 거쳐
식물의 영양소가 되어 다시 우리의 식탁에 오를 때
정말로 우리는 자연과 어루러지며 사는 것이다
 


화장실 지붕을 꽃밭으로 만든 이 건물을 볼 때
이 얼마나 아름답고 발랄하고 재치있는 생각이랴
우리 속담에 <뒷간에 갈 적 마음 다르고 올 적 마음 다르다>란 말이 있다
똥친 막대기처럼 쓸 때는 소중하게 쓰고서
볼일 다 보고 나서는 더럽다고 피하고 손가락질 한다
이 얼마나 유치찬란한 생각이랴
지금은 형을 형이라,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시대가 아니고
똥을 똥이라 부르지 못하는 시대이다
언어미화시대이다
대가리는 짐승등 동물의 머리를 일컫는다
사람들은 대가리가 비속어인 줄 알고 새대가리 닭대가리라 부르지 못하고
새머리 닭머리라고 부른다
멸치대가리도 그들은 멸치머리라고 부를 것이다
인간의 머리만을 머리라 부르는 것이 정상이다
짐승과 인간의 머리를  모두 머리라 칭한다면
그것은 인간을 무시하는 어법이 된다

 

새똥 닭똥 개똥 소똥 이것이 아름다운 우리말이다
조변, 계변, 견변, 우변 이렇게 불러야 점잖고 예의바르다고 생각한다면
개똥 같은 소리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개똥은 개똥이다
똥은 똥이다
변자를 붙이면 향기로와지고 우아하고
똥자를 붙이면 더럽고 냄새나고 천박하다고 생각한다면
초등학교 다시 배워야 한다

 
1. 야생화 사진을 찍고 시를 씁니다
2. 우리것을 좋아하여 글로 남깁니다
3. 시인의 눈으로 세상과 사물을 봅니다
4. 솟대문학 편집장을 하고 있습니다
5. 하모니카 강사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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