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좀 주소

입력 2008-05-25 06:59 수정 2008-05-28 08:33


 


 


물좀 주소

 

 

               한대수

 

 

물좀 주소 물좀 주소
목마르요 물좀 주소
물은 사랑이여 나의 목을 간질며
놀리면서 밖에 보내네
아 가겠소 난 가겠소
저 언덕위로 넘어 가겠소
여행 도중에 처녀 만나 본다면
난 살겠소 같이살겠소


아아아..................

물좀 주소 물좀 주소
목마르요 물좀 주이소
그 비만 온다면 나는 다시 일어나리
아 그러나 비는 안오네
물좀 주소 물좀 주소
목마르요 물좀 주소
물은 사랑이여 나의 목을 간질며
놀리면서 밖에 보내네

 

 

 

쌍팔년도 시절 그러면 사람들은 1988년을 생각하지만
실은 훨씬 그 이전이다
나보다 더 선배들이 쌍팔년도를 이야기 하는걸 보면
1988년이라는 말은 신세대들이 지어낸 이야기이고
혹설에 의하면 단기 4288년  즉 1955년도 이야기란다
그 시절  얼마나 힘든 시절이었으랴
쉽게 말하면 쌍팔년도는 옛날 아주 옛날을 말하는 것인데

 

지금으로 보면 쌍팔년도인 아주 옛날에
나도 제대를 했었다
의정부로 나와 다방에 들어갔다
겨울인데도 목이 말라 다방레지(그때는 그렇게 불렀다)에게
메모지에다가 <냉수한대접> 이렇게 적어 주었다
나는 목이 말라 시원한 물 한 사발 달라는 것이었는데
한참을 지나도 레지는 냉수를 주지 않았다
그때 음악이 이 <물좀 주소>가 나왔는데
알고보니 다방레지는 내가 냉수를 달라는 것을
한대수의 음악  <물좀주소>를 신청하는 줄 알고
그 종이쪽지를 뮤직박스 안으로 넣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때 유행했던 이 <물좀 주소>를 알게 되었다
그 얼마 전에는 한동안 <한번 보고 두 번 보고 자꾸만 보고 싶네>의
미인이 유행하던 쌍팔년도 이야기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또 갑자기 목이 마르디
물좀 주소  물좀 주소  물좀 주소
목말라요 물좀 주소
내 목은 타는데  물을 달라고 애타게 부르짖는데
물은 어디에도 없다
목이 타서 숨이 꼴깍거리는 수레바퀴자국 속의 붕어에게
동해의 용왕을 만나러 가는데 가서 이야기를 잘 해서
큰물을 주겠다던 장자의 비유도 있다
내가 필요한 것은 당장 마른 목을 축일 작은 물잔 하나면 족하거늘
나 죽고 나면 아마 양동이로 하나 가득 물을  주려나 보다

 

농사꾼에게 필요한 것은 늘 자주 오는 작은 비다
소나기도 아니고 홍수도 아니다
벼가 필요로 하는 것은 자주 내려주는 아주 간단한 작은 비다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은 늘 졸졸졸 흐르는
아주 작은 옹달샘이다
가뭄이 들어도 홍수가 나도 늘 변함없는 작은 옹달샘
늘 언제나 가까이에서 필요하면 즉시
한모금 목을 축일 수 있는 옹달샘
거기 샘가에 꽃한송이가 있으면 더욱 좋다
사람 산다는 거 뭐 별거인가

 

목이 마르다
목이 탄다
물좀 달라고 애원을 한다
물좀 주소
물좀 주소
목말라요 물좀 주소
졸졸졸 쉬임없이 흐르는 옹달샘이 그리운
내 마음 아직도  한겨울인 이 벌판에서 나는 외친다
물좀 주소  물좀 주소      물좀 주소

1. 야생화 사진을 찍고 시를 씁니다
2. 우리것을 좋아하여 글로 남깁니다
3. 시인의 눈으로 세상과 사물을 봅니다
4. 솟대문학 편집장을 하고 있습니다
5. 하모니카 강사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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