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모르는 게 약이다


흔히 쓰는 말 중에서  아는 게 힘이라는 말이 있다
21세기는 정보화시대이다
정보는 여러가지 앎음알이가 모아져 하나의 유익한 지적수단이 되는 것을 말한다
우리는 알기 위하여 십수년 세월을 배우고
영어단어 하나 더 알아야 취직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분명  안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무엇을 안다는 것은 재산이고 힘이고 정보이다

식자우환 (識字憂患) 이라는 말이 있다
① 알기는 알아도 똑바로 잘 알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그 지식이 오히려 걱정거리가 된다. 
② 도리를 알고 있는 까닭으로 도리어 불리하게 되었음을  이름. 
③ 차라리 모르는 편이 나을 때를 이른다.
또 기우(杞憂) 라는 말이 있다
하늘이 무너질까 땅이 거질까 근심걱정을 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서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다
과연 아는 게 좋다는 말인지 모르는 게 좋다는 말인지 구별이 안 된다

 

 

 

 

 

 

 

 

 

 

 

 

 

 

 

 

 

 

이 사진은 자동차를 타고 터널을 지나가 본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아는 사진이다
터널에는 자동차가 내뿜는 배기가스가 천정으로 모이게 된다
그 배기가스를 밖으로 배출시켜 주는 것이  저 사진에서 보는 배기팬이다
제법 긴 터널에는 꼭 저런 배기팬을 천정에 달아 놓는다
늘  저걸  보면서 과연 저게  효과가 있을지기 궁금하다
문제는 내가 학창시절이었던 수십년 전의 일이다

서울시 종로구 평창동(平倉洞)에서 성북구 정릉동(貞陵洞)까지 북악산을 관통하는 길이 810m의 터널이 북악터널이다
지금부터 몇십년 전 이 북악터널에서 저 배기팬이 떨어져서 마침 그 밑을 지나가던 택시운전사가 죽었다
배기팬을 천정에 고정시키는 장치가 느슨하게 풀어지면서 배기팬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진 것이었다
그 뉴스를 들은 나는 그때에는 학생이었고 주로 대중교통을 타고 다녔으니까 별 분제가 없었다
그러나 서른이 넘어서 내가 승용차를 몰고 다니면서 까마득히 잊었으면 좋았을 일이 생각이 났다
차를 몰고 터널을 지날 때마다 나는 공포에 떨어야 한다
북악터널에서 수십년 전 저 배기팬이 떨어져 죽은 택시운전사가 생각이 나서
배기팬 밑을 지날 때마다 모골이 송연하고 다리가 후들거리고 식은땀이 난다

요즘은 왜 그리 터널이 많은지 그리고 한번 터널을 뚫으면 왜그리도 긴지
나는 차를 몰고 터널을 지나기 전에는 살려주세요  하고 짧은 기도를 올리고
터널을 빠져나오면  휴우! 감사합니다  라고 기도를 드린다
어떤 사람들에게 폐쇄공포증은 있어도 대한민국 아니 세상에서 나 같은 터널공포증 환자는 없을 것이다
어느 누구에게도 그런 내색을 할 수도 없고 티를 낼 수도 없다
오로지 나 혼자만이 두려움에 떨어야 하고 혼자 모르는 척 해결해야 한다

배기팬을 가운데에 설치한 터널에서는 일부러 금을 밟을 정도로 가장자리로 운전을 한다
배기팬이 있는 곳에서는 일부러 속도를 늦추어서 앞차와 거리를 한참 띄운 다음
120 킬로미터의 속도로 잽싸게 통과한다
배기팬을 쳐다보면서 운전을 한다
그럴 때마다 꼭 하필이면 내가 지나갈 때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에 떤다
이 얼마나 잘못된 운전이랴 – 그러나 나도 도리가 없다
수십년간 나는 터널공포증에 시달린다
간혹 꿈에서도 터널꿈을 꾸면 꼭  그 팬이 떨어지는 꿈이다

몇십년 전의 그 사고 이후로  터널배기팬이 떨어졌다는 뉴스는 못 들엇다
그 사고 이후로 건설업자가  튼튼하게 공사를 할 것이다
그러나 그 사고 뉴스를 들은 수백만명의 청취자 중에서 왜 하필  나만  아직도
그 <사실>을 기억하고  뇌리에 박아 이리도 고생을 하단 말인가
수십년 전에 습득한 어떤 <사실> 하나가 뇌리에 박혀 또 수십년 동안 나를 괴롭히느냐 이것이다
자동차를 타고 산길 굽은 곳을 달리다가 사고로 죽은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산길 굽은 곳에서는 나는 두렵지 않다
단지 터널배기팬만이 나를 두렵게 하는 것이다
이젠 안 떨어져! 몇십년 동안 안 떨어졌잖아! 절대 안 떨어져 ! 라고 주문을 걸어도 소용없다

이쯤 되면 아는 것은 병이고 모르는 게 약이다
패기팬이 떨어져 택시운전사가 죽었다는 그 뉴스만 안 들었어도
나는 평생  터널을 맘 편하게 지나다녔을 것이다
설령 그런 뉴스를 들었어도 <쯧쯧 공사를 잘할 것이지> 라고 털어버렸으면 이 고생을 안 할 것이다
그러나 어쩌랴 –  어디 그게 내 맘대로 되는가
나도 그걸  벗어버리려고 숱하게 고생 많이 했다
뇌리에 박힌다는것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어떤 사람의 되리에 어떤 사실이 박히면 그 사람은 평생  그 기억 속에서 살아야 한다
사랑하던 사람의 배신 때문에 이별이 뇌리에 박한 사람은 평생 그 기억 속에서 사는 경우도 있다
믿었던 사람의 배신 때문에 사업이 망했던 사람은 그 기억이 뇌리에 박힐 경우도 많다
우리 큰 아들은 다섯살 때 생선을 먹다가 가시가 목에 박혀 아주 잠깐 혼이 난 적이 있는데
그 뒤로 절대로 생선을 먹지 않는다타인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작은 실수나 아픔이나 상처나 실패

어떤 사람에게는 평생을 따라다니는 족쇄가 될 수도 있다

혹  주위에서 별 거 아닌 것 가지고 심각하게 생각하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
이상한 눈초리로 보지 말고 따뜻한 마음으로 감싸주고 이해해 주길 바란다
< 아! 저 사람도 터널공포증  같은 아픔이 있나 보구나 > 라고 말이다
아는 것은 힘이다 – 그러나 어떤 아는 것은 평생 벌이다
모르는 게 약이다
어떤 사람의 모든 것  –  일거수일투족을 다 안다고 해보자
그러면 좋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결코 좋은 약이 못 된다
습득한 사실 하나하나가 독약이 되고
안다는 그 사실 하나 때문에 지옥이 된다
모르는 게 약이다

세상 모든 것을 다 알려고 하지 말고 때로는
모르고 지나가도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
또 설령 안다고 해도 모르는 척  그냥 지나쳐 보는 것도
세상을 사는 지혜이다


1. 야생화 사진을 찍고 시를 씁니다
2. 우리것을 좋아하여 글로 남깁니다
3. 시인의 눈으로 세상과 사물을 봅니다
4. 솟대문학 편집장을 하고 있습니다
5. 하모니카 강사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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