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가지 마


세상일에 쓸쓸함이나 허망함을 느낀 여인
바닷가를 찾아 모래톱에 섰다
철모르는 갈매기들은 물가에서 해바라기를 하면서
바닷물과 술래잡기를 하는데
여인은 순전한 마음에 갈매기에게 다가선다
그러나 번번히 갈매기는 일정한 간격 ( 여차하면 날아갈 거리 ) 을 두지
결코 여인에게 가까이 가지 않는다
가지 마
가지 마
난 너랑  이야기 하고  놀고 싶어
가지 마

길들여지지 않은 갈매기는 당연히 도망간다
갈매기를 모르는 여인은 계속 <가지 마>를 외치며  다가선다
결코 갈매기에게 해꼬지를 하지 않을 여인이라는 것을
나는 알지만 갈매기는 알 리가 없다
갈매기는 본능적으로 도망간다
오고가지 않는 단절의 소통이다
갈매기도 여인의 마음을 모르고 여인도 갈매기의 본능을 모른다

길들여진 사람과 사람의 사이는 아기자기하다
재미가 있고 즐거움이 있고 좋은 감정이 있고
만나면 힘이 솟고 기쁨이 넘치고 환희도 있다
그러나 길들여지지 않은 사이에는 공식적인 대화만 오갈 뿐
아무런 소통이 없다

길들여진다는 것
그건 습관이고 인식이고 이해이고 베품이고 공동소유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아무런 일이 없고 관계도 없고
사연이 생기지도 않고 행동이 반복되지도 않으면 우리는 남남이라고 한다
이웃사촌이라는 어휘처럼 아무런 친척관계가 없어도
자주 만나고 그런 만남이 습관이 되면 길들여지게 된다
상대를 모르게 되면 우리는 경계를 한다
상대를 알게 되면 우리의 경계심은 조금씩 무너진다
서로가 서로를 잘 알게 된다는 것은 길들여지기의 첫째 관문이다

잘 아는 사이에서는 몸과 마음의 이해와 베품이 일어난다
조금 다른 생각이나 행동이나 모습도 이해를 한다
상대에게 즐거이 무언가를 베푼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서 서로는 같은 생각과 같은 일과 같은 가치를 공유하게 된다
공유면적이 많아질수록 더욱더 베풀게 되고 이해를 하게 되고
서로의 인식이 일치하게 되며 아주 가까운 사이가 된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갈길을 따로 가는 사람 사이에서는
길들여질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저 갈매기와 저 여인처럼
소외가 일상이 되어버린 이 시대에
너와 내가  같이, 나처럼  외로운 너도, 너처럼 외톨이는 나도
서로를 조금씩 알고 가까와지도록 노력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무엇인가를 베풀어서 조금씩 가까와진다면

우리는 저 여인과 갈매기처럼
가지 마! 가지 마!   하면서 쓸쓸하게 살지는 않을 것이다
먼저 상대를 알자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자
인사동 어디에선가 참새와 다정하게 노는 사람의 이야기를 생각하면서
나는 오늘 반성을 해 본다

외롭고 쓸쓸해 하면서
가지 마!  가지  마!  하고 있지는 않은지…..



1. 야생화 사진을 찍고 시를 씁니다
2. 우리것을 좋아하여 글로 남깁니다
3. 시인의 눈으로 세상과 사물을 봅니다
4. 솟대문학 편집장을 하고 있습니다
5. 하모니카 강사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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