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이렇게 추운데 지구온난화?

올 겨울은 꽤 추운 편입니다. 북미지역이 특히 심한 듯합니다. 캐나다 위니펙은 지난 12월 31일 화성 수준의 온도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화성탐사선이 보내온 화성 표면의 온도는 영하 29도였는데, 위니펙은 낮 최고 온도가 영하 31도였다고 합니다. 바람이 불어 체감온도는 영하 40-50도 수준이었고요.

지구 온난화에 비판적이던 사람들이 때를 잡은 듯합니다. 도널드 트럼프는 “이 값 비싼 얼어죽을 지구 온난화는 집어 쳐. 지구가 얼어붙고 있잖아”라고 했고, 미국 공화당 플레밍 의원은 “지구온난화는 요즘 그리 따스하지는 않네요”라고 했으며, 극우언론인인 러쉬 림보 역시 “바락 오바마, 빌 클린턴, 힐러리 모두 추운 길거리에서 앉아 지구온난화에 대해 발표하는 것을 보고 싶다”라고 했습니다.  폭스뉴스는 지구한냉화 아니냐고 논평했고요.

그렇다면, 이렇게 추운 날씨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반증이 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아니오”입니다.

우선 일회적인 사례가 추세에 대한 반증이 될수는 없습니다. 한두해 지구의 기온이 내려가기는 하겠지만, 장기적인 추세를 보면 지구의 온도는 명백하게 상승추세를 타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에서 추세가 중요하지, 수시로 변하는 주가는 무의미하듯 말입니다.

게다가 이례적으로 추운 날씨는 지구 온난화의 반증이 아니라 지구 온난화의 근거라고 합니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여름에는 더 덥고, 겨울에는 더 춥고, 태풍은 더 드세지게 된다는 것이지요. 실제로 여름인 남반구는 지독한 더위로 고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호주 노스 스트랫브록 섬은 54도나 기록했다고 합니다.

모든 자료가 일관되게 지구 온난화를 가리키고 있는데, 왜 미국의 보수진영은 지구온난화에 비판적인 것일까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과학적 사고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 이는 이들의 머리가 나빠서라기 보다, 지구온난화 여부가 미국에서 일종의 이념대결의 주제가 됐기 때문입니다.

어떤 주제가 이념대결의 소재가 되면, 그 분야는 객관적인 접근이 어려워 집니다. 이미 이념으로 결론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되면 정해진 결론에 맞춰 적극적으로 근거를 짜맞추기 시작합니다. 이런 편향을 동기화 확증편향(motivated confirmation bias)이라고 합니다. 앞에 “동기화”라는 수식어가 붙은 확증편향과 그렇지 않은 확증편향은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확증편향은 자신의 신념을 지지(confirm)해주는 정보나 근거를 무의식적으로 선호하는 경향을 말합니다. 그런데 동기화된 확증편향은 단지 선호할 뿐 아니라, 의도적으로 자신의 신념에 맞는 근거를 찾는 편향입니다. 동기화된 확증편향에 빠지면,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반증이 제시되면 이를 비판적으로 뜯어보고, 그 가치를 폄하합니다. 자신의 신념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적극적으로 찾습니다.

우리가 보기에 미국 보수진영이 굳이 지구 온난화를 부정하는 모습이 그리 현명해 보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결코 바보가 아니란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오히려 우리보다 훨씬 똑똑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 온난화에 관한 한 참 어리석습니다. 지구온난화의 문제가 보수와 진보의 이념대결의 주제가 돼버렸기 때문입니다.

한국사회는 어떨까요? 미국 보수진영처럼 명백하게 오류임에도 불구하고 상대 진영과 이념대결의 주제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맹목적으로 지지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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