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과학상의 공동 수상자에 유진 파마가 포함된 것을 두고 논란입니다. 저도 그 논란을 소개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 경제학자는 과학자인가?

  - 노벨상 탄 행동재무학 

이번에는 파마를 변호하는 글을 소개합니다. 유진 파마와 같은 대학의 존 콬레인 교수가 시카고대학에서 간행하는 시카고부스에 기고한 “유진 F. 파마, 효율적 시장, 노벨상(Eugene F. Fame, efficient markets, and the Nobel Prize)”입니다.

 

요지는 효율적 시장이라고 할 때 효율은 학문적 의미의 효율이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의미의 효율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는 사회과학 방법론에서 다루는 내용인데, 과학적 개념을 정의할 때, 그 정의는 명목적 정의입니다. 즉, 학문에 사용되는 개념정의는 연구자가 임의로 “나는 이 용어를 이러 저러하게 사용하겠다”라고 선언하는 것이지, 개념이 실제를 온전하게 반영해야 한다거나, 혹은 일상적으로 쓰이는 의미를 반영해야 하는 것이 아니란 것입니다.

 

파마가 말한 시장의 효율성이란 정보가 반영되는 효율성입니다. 자산의 가격은 순간 순간마다 미래의 가치에 대한 모든 가용한 정보가 반영된다는 것입니다. 만일 자산이 시장가격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신호가 발생하면 미래 가치는 현재시점에서 올라갈 것입니다. 거래주체들이 경쟁적으로 그 자산을 사들이려 하기 때문입니다.

 

아래 오른쪽 그래프가 효율적 시장 가설을 설명한 것입니다.



콬레인 교수는 파마가 아인슈타인보다는 다윈에 가깝다고 합니다. 아인슈타인처럼 논리를 따져 이론을 도출한 게 아니라, 다윈처럼 수많은 자료를 섭력해서 일반적인 유형을 찾아냈기 때문입니다. 복잡다기한 금융현상에서 아주 간결한 효율적 시장의 원리를 찾아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 원리를 뒷받침하는 실증적 근거도 제시했고요.

 

콬레인 교수는 파마의 효율적 시장이론에 따르면 아무리 날고 기는 금융 전문가라도 시장 수익률이 원숭이보다 나을 수가 없다면서, 사람들이 착각하는 이유가 성공스토리만 알려지기 때문이라고합니다. 수익률 “대박”나 펀드와 투자가가 뉴스에 나오지, “쪽박 찬” 펀드매니저가 조명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스타가 눈에 잘 보이는 것일 뿐이지, 아무리 전문가라도 전반적인 투자수익률은 시장평균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지적은 일정부분 사실을 반영합니다. 수익률 “대박”이란 뉴스를 보고 펀드 가입했는데, 반토막난 사연이 한둘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이 설명대로라면 각종 투자상담가나 PB들은 모두 사기꾼인 셈입니다.)

 

그러나 콬레인 교수가 간과한 게 있습니다. 시장은 효율적이기는 하지만, 정보가 순간적으로 시장에 반영되는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로버트 쉴러 교수의 지적대로 시장은 장기적으로 효율적입니다.

 

시장의 효율성에서 효율성은 정보의 효율성이라는 파마의 정의를 따를 때, 정보의 확산은 일정한 유형이 있습니다. 에버릿 로저스가 제시한 혁신의 확산곡선입니다. 정보의 확산에 편차가 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파마와 콬레인 교수의 믿음과는 반대로, 정보의 가격이 결코 저렴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급정보일수록 비싸고, 심지어 평범한 사람들은 그 정보에 접근조차 할 수 없습니다. 설사 정보가 저렴하더라도 확산에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습니다. 사회연결망의 구조때문입니다. 모든 노드가 서로 연결된게 아닙니다. 아래 그림은 사회연결망에 대해 소개한 "6단계"에 나온 내용입니다. 이런 연결망의 구조 때문에 정보의 유통에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습니다.







 

설사 노드가 집중된 허브가 있지만, 그 허브에 모든 정보가 집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정보가 시장에서 미래가치를 반영하는 와중에 과잉반응 현상도 발생합니다. 이런 과잉반응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자산에 대한 과대평가가 이뤄집니다.

 

이런 이유로 실제 정보가 미래가치에 반영되는 모습은 위쪽의 콬레인이 제시한 그래프보다는 아래 제시된 수정된 그래프에 더 가깝습니다.





1번의 뉴스 발생시점에서는 소수만 정보를 공유하다가(정보의 시장반영 속도가 느린 구간), 2번의 정보가 허브(예: 대중매체)에 도달하는 시점에서 급격한 속도로 확산됩니다. 3번 단계에서는 지체자(Laggard)들이 시장에 참여하면서 과대평가가 이뤄졌다, 반작용으로 4번 단계에서 과소평가가 이뤄집니다. 탐욕과 공포가 진정되면서 주가는 5번단계에서 서서히 시장은 가치를 반영하게 됩니다.
 

사회 연결망의 구조와 인간의 감정적 반응은 이런 유형이 반복될 수 밖에 없도록 만듭니다. 따라서 정보에 먼저 접근할 수 있거나, 정보에 먼저 접근하지는 못하더라도 시장이 과잉반응하는 순간을 이용할 수 있는 투자자는 초과수익을 거둘 수 있게 됩니다. 전자는 기관투자가들이 주로 활용하고, 후자는 일반투자가들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파마의 효율적 시장가설은 근본적으로 맞습니다. 그러나, “순간적”이란 수식어를 “장기적인”으로 바꾸어야 합니다.

 

관련글:

  - 투사편향과 내년 증시전망

  - 투사편향의 실증적 근거

  - 인간은 합리적이다. 장기적으로!

  - 판도라의 상자와 주식투자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