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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K와 제2롯데월드

Y2K는 서기2000년을 의미합니다. 서기 2000년은 천 년이 마무리되는 해라 특별하기도 하지만, Y2K가 특별했던 이유는 컴퓨터가 연도를 끝 두 자리만 인식하도록 프로그래밍 돼 있었기 때문입니다. 1999년은 99라고 입력해 놓았는데, 2000년이 되면 00으로 바뀝니다. 실제 세계에서는 새로운 한 해가 열리지만, 컴퓨터는 2000년을 1900년으로 인식하게 됩니다. 이를 Y2K버그라고 합니다.

 

Y2K버그는 심각한 위협이었습니다. 핵발전소, 공항, 병원의 컴퓨터가 오작동할 가능성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Y2K버그 해결을 위해 막대한 금액을 투자했습니다. 그리고 1999년 12월 31일 숨죽이며 2000년 1월 1일을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막상 2000년 1월 1일이 되자 아무런 문제없이 지나갔습니다. 이를 두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Y2K 투자를 쓸데없는 낭비였다고 비판합니다. 심지어 새로운 정보시스템을 팔아먹기 위한 사기극이었다고까지 비난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만일 Y2K버그에 대비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됐을까요? 정말로 사회적 혼란이 발생했을까요, 아니면 별 문제없이 지나갔을까요? 우리는 Y2K버그의 문제를 미리 대비했기 때문에 알 수 없습니다. 2000년 1월 1일을 무사히 넘겼기 때문입니다. 정부, 금융 등 사회기간을 담당하는 기관은 대부분 최신형 시스템으로 교체했기 때문에 재앙을 피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Y2K대비 투자의 효용이 있습니다. 바로 그 다음해인 2001년 9/11테러의 피해를 미국 내로 국한시킬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9/11테러로 상당량의 금융정보가 유실됐지만, 대부분 24시간 이내에 복구됐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신속하게 금융정보를 복구할 수 있었던 것은 Y2K에 대비하느라 주요 금융기관들이 1999년에 집중적으로 정보시스템을 최신식으로 바꿨기 때문입니다. 만일 이전 시스템을 유지한 채 9/11테러가 발생했다면, 유실된 금융정보를 복원하는데 일주일 이상 걸렸을 것이라고 합니다. 일주일간 미국 금융시장이 멈췄다면 지구에는 무슨 일이 벌어졌을까요? 대공황이 터졌을 겁니다. 9/11은 범 세계적 규모의 테러가 됐을 뻔한 겁니다.

 

지금 새삼스레 Y2K버스를 말하는 이유는 제2롯데월드 문제를 말하기 위함입니다. 헬기사고로 제2롯데월드 문제가 다시 부각됐습니다. 서울공항의 정면에 있어 항공기 이착륙에 걸림돌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헬기사고와 같은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롯데 측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미 51층이나 지은 상태인데 말입니다. 안보라는 관점에서 보면, 제2롯데월드는 건축허가가 나지 말았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는 돌이킬 수 없는 사실입니다. 국민의 정서는 공사중단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서일 뿐이니다. 롯데는 합법적으로 건축허가를 받았고, 이를 근거로 거액을 투자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공사를 중단할 때 입을 손해는 막대할 겁니다. 강제로 공사를 중단 시키는 것은 더 큰 문제입니다. 법질서의 부정에 해당하니까요.

이 문제는 롯데가 해결의 실마리를 쥐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제2롯데월드 문제를 접근할 때, 롯데는 비용의 관점이 아닌, 기업의 생존이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만일 제2롯데월드에 항공기가 충돌하는 사고가 생기면 어떻게 될까요? 
 

롯데의 수뇌부가 제2롯데월드 공사를 지속해야 할지, 지금이라도 중단해야 할지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 고려해야 할 요소는 만일 사고가 났을 때 경험할 감정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사고가 났을 때 상황을 생생하게 상상해 봐야 합니다. 그런데 이 부분이 쉽지 않습니다. 해석수준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심리적으로 먼 일(시간적, 공간적, 사회적으로)에 대해서는 추상적으로 처리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투사편향도 있습니다. 즉, 현재의 기분으로 미래의 효용을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오류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사고를 구체적으로 떠올리며, 그때의 어떤 감정에 처할 지 생생하게 느껴봐야 합니다.

 

현재의 제2롯데월드는 롯데에 잠재적인 위기요소입니다. 그리고 이 위기는 일단 발생하면 대단히 심각한 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층수 조정에서 오는 비용과 만일 사고가 났을 때의 비용 중 어느 쪽이 클까요?

인류는 대비했기에 Y2K재앙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덤으로 9/11테러의 피해도 크게 줄일 수 있었고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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