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노벨 경제학상공동수상자에 효율시장가설 주창자가 포함된 여진이 꽤 오래 가는 듯 합니다. 효율시장가설에 반하는 근거가 수도 없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효율시장가설을 고집한 사람이 어떻게 노벨상을 받을 수 있냐는 것이지요. 오진한 의사가 노벨상을 받는 것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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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흔히 노벨 경제학상이라고 하지만, 실제 명칭은 노벨 경제과학상(Prize in Nobel Economic Sciences)입니다. 물리학상에는 물리과학상이라고 하지 않으면서 경제분야에만 “경제과학”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는 경제학 전반은 진실을 추구하는 학문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일 겁니다.

 

경제학이란 학문 전반이 진실을 추구하는 과학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경제학자를 불편하게 하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미국 하버드대학 경제학과 라지 채티 교수가 그 불편한 마음을 담아 경제학을 변호하는 글을 뉴욕타임즈에 기고했습니다. 제목은 “맞아요, 경제학은 과학입니다(Yes, Economics is a science)”입니다. (반증에도 불구하고 가설을 수정하지 않는) 유진 파마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고 해서, 경제학 자체를 비과학으로 모는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입니다.

 

체티교수는 경제학이 과학인 근거로 과학적 연구방법을 채택한 실증적인 경제학 연구를 제시했습니다. 실업급여와 실업률 사이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그 사례입니다. 실업급여지급 기간이 긴 지역과 짧은 지역의 근로시간을 비교했는데, 긴 지역의 근로시간이 더 길었다는 내용입니다. 이런 연구는 과학적 방법론에서 사용하는 실험처치집단과 통제집단의 비교에 해당합니다. 2008년 미국 오리건 주에서 저소득층 의료보조금을 지급사례도 들었습니다. 당시 오리건 주는 예산이 부족해 추첨으로 수혜대상을 정했습니다. 경제학 연구진은 주정부의 자료를 분석해, 의료보조금을 받은 사람과 받지 못한 사람의 의료서비스 이용과 복리를 비교했습니다. 실험처치집단과 통제집단을 무작위로 구분하는 과학적 연구방법에 해당합니다.

 

뉴욕타임즈에 이 글이 나가자 반론이 이어졌습니다. 변호사인 데이빗 로웰은 자연과학과 달리 경제학은 연구자와 연구대상 모두 연구결과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고 지적하면서, 자연과학만큼 엄밀하게 과학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같은 논지로 메사추세츠 대학 경제학과의 아서 매콴 교수도 연구자가 이념과 사회적 가치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점을 들었습니다.

 

보다 현실적인 비판은 2008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만에서 나왔습니다. 그의 블로그에 “경제학은 과학일지 몰라도 경제학자 다수는 과학자가 아니다(Maybe Economics Is A Science, But Many Economists Are Not Scientists)”라는 글을 통해서입니다. 체티가 제시한 대로 경제학 연구는 과학적으로 이뤄지지만, 다수 경제학자들은 그 과학적 연구를 무시한다는 겁니다. 실업급여 지급하면 근로자들이 놀고 먹는 시간이 늘기 보다 근로시간이 증가한다거나, 의료보장제도가 국민의 건강과 복리를 증진한다는 실증적인 근거가 있어도 경제정책에 반영하지 않는 현실은 무엇이냐는 것이지요.
 

2013년 노벨경제학상 공동 수상자인 로버트 쉴러 교수도 “경제학은 과학인가?(Is Economics a Science?)”란 글로 경제학 과학논쟁에 참여했습니다. 쉴러 교수는 경제학은 현실의 사회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과학보다는 공학에 더 가깝다고 지적합니다. 과학의 목표는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에 대한 이해”인 반면, 공학의 목표는 “세상의 현실적인 구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쉴러교수는 계량경제학의 수학적 모델 추구가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물리학 역시 실증적인 근거보다는 측정이 불가능한 이론(예: 초끈이론)에 매달리는 경우가 있지 않냐는 것이지요.

저는 폴 크루그만이 핵심을 짚었다고 생각합니다. 경제학이란 학문은 과학적 방법론을 적용하고 있지만, 경제정책은 과학적 연구를 무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게 써머타임이라 불리는 일광절약제도입니다. 미국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은 전기절약을 명목으로 써머타임제도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모두 피곤해하고 싫어하는데도 말입니다. 더구나 일광절약제도는 전기를 더 낭비한다는 점을 제대로 증명한 연구가 있는데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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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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