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분석과 직관

입력 2013-11-06 11:00 수정 2013-11-05 11:22
전문가의 예측은 일반인보다 더 정확할까?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늘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실증적인 연구부터 보겠습니다. 경제행동에 대한 과학적 접근을 추구하는 행동재무학지(Journal of Behavioral Finance) 2004년 5권 3호에 실린 연구 “우연만도 못한가? 주식시장에서 전문가와 일반인의 실적과 확신 (Worse Than Chance? Performance and Confidence Among Professionals and Laypeople in the Stock Market)”는 전문가의 주가 예측이 일반인보다 낫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연구에 참여했던 주식전문가는 펀드매니저, 애널리스트, 투자자문 등 주식 투자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입니다. 일반인들은 주식투자에 경험이 없는 대학생이었습니다. 모두 2차례에 걸쳐 하루를 내 주식 시장을 보면서 주가를 예측하도록 했습니다. 우량주 20종목을 제시하고, 12개월간의 과거 주가자료를 제시했습니다. 참가자들은 1개월 후에 가장 성과가 좋을 주식을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전문가와 일반인 모두 전문가가 일반인보다 2배는 더 정확하게 예측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문가와 일반인 모두 정확성이 40%에 불과했습니다. 투자는 차라리 원숭이가 더 낫다는 말이 여기서 나옵니다. 원숭이는 순전히 확률에 의존할 테니 최소한 50%의 정확성을 보일 테니까요.

 

전문가와 일반인이 차이를 나타낸 부분은 있습니다. 예측방법입니다. 일반인들은 주로 이전 달의 주가 움직임이나 추측에 의존했다고 답했습니다. 반면, 전문가들은 해당 주식에 지식을 이용했다고 답했습니다. 즉, 일반인들은 별 지식 없이 직관에 의존한 반면, 전문가들은 해당 주식에 대한 분석을 활용한 것입니다. 그런데 왜 두 집단 사이에 차이가 없었을까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우선 전문가들이 의식적으로는 지식을 이용해 분석했다고 여기지만, 실은(무의식적으로) 직관에 의존한 것일 수 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결론을 정하고, 사후적으로 지식을 이용해 합리화했다는 것이지요.

 

이 연구는 전문가의 최종 결정(예: 주가의 예측)은 고려할 만은 하지만,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전문가도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이 겪는 체계적인 의식의 편향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전문가이기에 더 잘 빠질 수 있는 편향으로는 대표성직관(representative heuristics), 과신, 선택적 집중, 자존감, 조응 압력 (conformity pressure), 현저성, 및 지식의 합리화 등이 있습니다.

 

전문가의 예측이 일반인과 다를 게 없다면, 전문가들의 존재가치는 무엇일까요? 의사결정에 필요한 근거자료를 내놓는다 데 있습니다. 따라서 의사결정에서 전문가의 결정을 그대로 따르기 보다는 전문가가 취합하고 분석한 자료를 활용하는 정도에 그쳐야 합니다. 예를 들어, 증권사 보고서에서 추천하는 주식(즉, 전문가의 최종 결정)을 보고, 그대로 따라 사기 보다는, 보고서를 통해 나타난 시장의 방향성을 잡는 수준에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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