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사편향과 내년 증시 전망

입력 2013-11-03 13:48 수정 2013-11-03 13:50
내년 봄에 휴가를 어디로 떠날 것인가? 알래스카의 시원한 얼음을 즐길까, 아니면 발리의 따스한 햇살을 즐길까?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그 결정을 하는 계절이 겨울인지 혹은 여름인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사람들은 현재의 감정 상태를 기준으로 미래의 효용을 예측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상태를 미래에 투사(project)해서 생기는 오류라고 해서 투사편향(projection bias)라고 합니다.

 

투사편향은 최근에 제시된 개념입니다. 2003년 카네기멜론대학의 로웬스타인 등이 경제학 계간지(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18권 4호에 "미래 효용을 예측의 투사편향(Projection Bias in Predicting Future Utility)"란 제목으로 발표하면서 그 개념이 정립됐습니다.

 

비록 투사편향에 대한 학문적 논의는 늦었지만, 우리는 이미 일상에서 투사편향을 인지하고, 이를 피하기 위한 다양한 삶의 지혜를 갖고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배고플 때는 장을 보러 가지 않는다는 상식입니다. 배고픈 사람은 현재 배고픈 상태를 기준으로 미래의 효용을 판단하기 때문에 식료품뿐 아니라 기타 상품도 필요이상으로 많이 구매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투사편향은 금융시장에도 적용될까요? 금융시장도 인간이 움직이는 곳이므로 투사편향의 예외가 발생할 리가 없습니다. 2006년 투자지(Journal of Investing) 15권 2호에 “위험감내, 투사편향, 생생함, 및 자산가격(Risk Tolerance, Projection Bias, Vividness, and Equity Prices)”란 제목의 논문이 이를 검정했습니다.

 

1,355명의 주식투자자를 상대로 위험감내 태도를 조사했는데, 그 날의 주식시장의 종가에 따라 위험감내 태도가 달랐습니다. 종가가 상향이면 더 많은 위험을 감내하려 했습니다. 반면 종가가 하향이면 위험을 감내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연말이 다가오니 증권업계는 내년 증시에 대한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전망이 모두 장밋빛입니다. 한 경제지는 기사를 “'2014'라고 쓰고 '강세장'이라고 읽는다"고 틀지웠습니다. 신한, KB, KTB, LIG, 키움, 동부, HI 등 7개 증권사의 내년 코스피 지수를 전망한 보고서를 소개하는 기사입니다.

 



내년에는 시장에 돈이 더 많이 유통될 것이고, 기업도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기 때문이란 겁니다. 돈이 돌고, 경기도 좋으니 강세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측한 것은 논리적입니다.

 

그러나 증권업계의 내년 지수 전망이 투사편향의 결과는 아닐까요? 코스피지수는 지난 8월 1800대에서 2000대까지 상승했습니다. 두달만에 200포인트나 오른 겁니다. 이런 상승장이 만들어낸 감정상태가 내년 지수 예측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요?

 

내년 지수를 예측하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시점이 지난 6월 2000대에서 1700대로 곤두박질치던 분위기에서 작성했더라고 같은 전망을 했을까요?

 

양적완화는 내년에 축소될 전망입니다. 신흥국(emerging country)에 풀렸던 돈이 선진국으로 다시 돌아가겠지요. 신흥국의 위기가 또 불거질 겁니다. 한국은 예외라고 하지만, 내년에 실제로 양적완화 축소가 실행될 때, 한국에서 돈이 빠져나갈지 아닐지는 알 수 없습니다. 또한 원화강세가 유지될 텐데, 수출기업들은 그만큼 영업이익률이 줄어들 것이고요. 중국경제는 여전히 불안합니다.

 

이런 부정적인 요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의 경제가 성장할 것이기에, 경상수지 흑자국인 한국 역시 그 흐름을 함께 탈 것이라고 전망한 것입니다.

 

결국 부정적인 요소와 긍정적인 요소가 혼재한 상황에서 긍정적인 요소에 무게를 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내년 증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투사편향이 아니기를 바라지만, 그 가능성을 전적으로 무시해서는 안될듯합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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