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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확산과 간헐적 단식

혁신은 필요합니다. 혁신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직도 아프리카의 사바나에서 사자나 하이에나의 눈치 보며 살아야 하는 종에 머물러 있었을 테니까요. 돌을 깨 도끼로 만든 혁신에서 불을 다루는 혁신, 풀에서 곡물을 얻어내는 혁신, 맹수를 가축으로 길들이는 혁신 등 인류사는 혁신의 연속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육체노동을 기계에 떠넘기는 혁신을 이루더니 이제 정신노동마저 기계에게 맡기는 혁신이 진행 중에 있습니다.

 

혁신이 인류사에 필수이긴 하지만 혁신은 확산에 일련의 과정을 거치게 돼있습니다. 에버릿 로저스의 유명한 혁신확산(diffusion of innovations)이 그 과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혁신이 나오면 처음에는 혁신가(innovator)들이 채택하고, 이어 조기채택자(early adopter)가 받아들인 다음, 초기다수(early majoriry)를 통해 대중적인 확산이 시작되고, 이어 후기 다수(late majority)에 의해 사회 전반에 퍼지게 됩니다. 그러다가 지체자(laggard)마저 혁신을 채택함으로써, 새로운 기술의 확산이 완성됩니다.

 

혁신가는 혁신을 처음 시도해 보는 사람들입니다. 혁신의 부작용에 대한 위험부담을 최초로 감수하는 사람들입니다. 이 부류의 사람들은 다방면의 역량이 필요합니다. 혁신을 이해할 수 있는 지적능력, 혁신을 감지할 수 있는 사회적 연결망, 및 혁신이 부작용을 이겨낼 수 있는 다양한 능력이 필요합니다. 혁신가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경제적으로 풍요로워야 할 뿐 아니라 실패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기회에 대한 환희에 더 민감한 성격이어야 합니다.

 

초기 채택자는 혁신가를 통해 일정 정도 검증된 혁신을 시도해보는 집단입니다. 혁신의 대중적인 확산에 핵심역할을 합니다. 다수에게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권위와 함께 사회적 연결망을 함께 갖춘 사람들입니다.

 

초기 다수가 혁신을 채택하기 시작하면 그 혁신은 사회에 확신이 본격화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혁신이 초기 다수에 의한 채택 여부가 그 혁신의 사회적 확산의 성공 여부에 대한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혁신이 초기 채택 단계서 초기 다수 단계로 이행하지 못하고 도태됩니다. 이는 혁신에 대한 사회적인 여과장치(filter)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혁신은 초기 다수 단계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저항을 겪게 되는데 로저스의 혁신확신 이론에서는 5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1) 기존의 것에 비해 우월성이 그리 크지 않다. (2) 기존에 영위해 오던 삶의 양식과 호환성(compatibility)이 떨어진다. (3) 너무 복잡하거나 난이해서 채택이 어렵다. (4) 시도해볼 기회가 없다. (5) 혁신을 관찰해볼 기회가 없다 등입니다.

 

간헐적 단식은 인류사의 중요한 혁신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식사에 대한 파라다임적 전환을 요구하니까요. 산업혁명을 통한 생산의 혁신이 인류에게 풍부한 식량을 공급하는 것이 가능해 졌지만 동시에 영양의 과잉공급이라는 부작용도 초래했습니다. 인류의 몸은 늘 식량공급이 부족했던 시기에 그 근간이 형성됐습니다. 따라서 인류의 몸은 식량이 부족한 상황에는 잘 적응하도록 돼 있지만, 식량이 풍부한 상황에는 잘 적응하지 못합니다. 비만, 당뇨 등이 바로 그 풍요의 부작용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혁신이 시도됐지만, 그 중 가장 혁신적인 방식이 간헐적 단식입니다. 간헐적 단식의 핵심은 섭취 열량을 일정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하는데, 그 방법으로써 규칙적으로 끼니를 거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하루에 아침, 점심, 혹은 저녁 중 한끼를 넘긴다거나, 혹은 주말에 하루나 이틀을 잡아 끼니를 거르는 것입니다.

 

이런 접근은 기존의 식사 파라다임과는 일치하지 않습니다. 소량이라도 끼니는 거르지 않는 것이 식사의 파라다임이었습니다. 따라서 간헐적 단식을 한다는 것은 식사의 파라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것인데, 이는 혁신의 확신이론에 따르면 호환성의 문제에 해당합니다. 현대인류는 하루 3끼를 먹는 문화를 만들었는데, 식사는 단순히 영양을 보급하는 기회일 뿐 아니라 사회적 유대를 형성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런 규칙적으로 식사를 거른다는 것은 자칫 사회적 유대형성의 기회마저 놓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난이성에도 해당합니다. 굶는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고통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간헐적 단식에 익숙해지면 한끼 굶는 고통은 사라집니다. 대신 물을 많이 마시게 됩니다. 물의 섭취가 느는 것은 간헐적 단식의 또 다른 이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혁신으로서의 간헐적 단식에는 저항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 일간지가 30대의 한 헬스트레이너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간헐적 단식 No! 유산소 운동 No! 근력 운동은 Yes!”도 혁신의 저항에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커버스토리씩이나 되는 기사를 작성하면서 겨우 단 1명의 트레이너말을 전한 것은 너무나도 기사를 “편하게” 쓴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간헐적 단식에 대해서는 의사 중에도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으니, 어느 한 트레이너만의 저항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간헐적 단식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연구가 꽤 많이 진행돼 있습니다. 국내학자들의 연구를 찾아 볼 수 있는 연구데이터베이스인 RISS에서는 간헐적 단식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찾아 볼 수 없지만, 해외학자들은 많은 연구를 축적해 놓았습니다. 구글스칼라로 간헐적 단식을 의미하는 Intermittent fasting을 검색어로 찾아보면 상위에 “Intermittent fasting dissociates beneficial effects of dietary restriction on glucose metabolism and neuronal resistance to injury from calorie intake”란 논문이 나옵니다. 간헐적 단식의 효과는 열량을 줄임으로써 생기는 이익과 열량섭취로 인한 신체손상의 저항력을 향상시키는 이익이 있는데, 이 둘은 서로 독립적인 효과라는 것입니다. 학술지 PNAS 2003년 100권 10호에 실린 연구입니다. PNAS는 상당히 권위 있는 학술지 중 하나입니다.

 

그 외 간헐적 단식에 대한 과학적 연구에 대해 제가 전에 소개한 글이 있으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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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헐적 단식과 심장

201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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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헐적 단식, 할까 말까?

2013.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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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저는 올 초부터 간헐적 단식을 하고 있습니다.  몸이 좋아졌습니다. 무엇보다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하루에 3시간은 절약하는 듯 합니다. 하지만 간헐적 단식을 엄격하게 실천하지는 않습니다. 식사란 게 사회적인 성격이 강해서 먹어야 할 때도 많은데, 이때는 거부하지 않고 즐거움 마음으로 먹습니다. 간헐적 단식의 또 다른 장점은 모든 식사시간이 즐거워진다는 것입니다. 입맛이 없을 수 없습니다. 입에 들어가는 모든 것이 맛있어 집니다. 맛집을 찾아 다닐 필요가 없어지는 셈입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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