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판도라의 상자와 주식투자

그리스의 신 제우스는 결코 인간에게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그가 판도라를 통해 인간세계에 전해 준 상자(항아리가 보다 더 정확한 번역이라고 합니다)에는 온갖 재앙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절대 열어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 역시 결국에는 열어 보게끔 한 고도의 술책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어느 인간이 절대 열어 보면 안 된다고 하는 항아리를 잊을 수 있을까요?

판도라는 제우스의 계략대로 호기심을 이기지 못해 항아리를 열어 보았습니다. 그 순간 온갖 재앙이 세상에 튀어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재앙과 함께 있던 게 희망입니다. 희망은 재앙과 어울릴 것 같지 않은데 말입니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에게 희망은 양면적이었다고 합니다. 희망은 긍정적인 것이지만, 동시에 재앙과 같은 부정적인 것이었다는 것이지요. 희망은 인간이 거친 세상을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원동력이지만, 동시에 희망 때문에 현실의 온갖 고통을 감내하는 측면도 있습니다. 인간을 괴롭히려는 제우스가 온갖 재앙만 인간에게 주었다면, 인간은 그 고통을 제대로 격어보지도 못하고 사라졌을 겁니다. 재앙을 통해 가급적 오래도록 고통을 겪으려면, 희망이 필요했던 것이지요

 

지나치게 삐딱한 해석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주식시장을 보면 희망은 판도라의 항아리 안에 들어있는 여느 재앙과 다름없습니다.

 

사람들은 희망을 갖고 주식을 삽니다. 주가는 오르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합니다. 올라갈 때야 기분 좋지만, 주식은 늘 오르기만 하는 게 아닙니다. 주가는 떨어지면 “한없이” 떨어지기도 합니다. 희망은 바로 이 지점에서 재앙 역할을 합니다. 일단 내 계좌에 찍힌 주식은, 비록 내가 실물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마치 내가 갖고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도록 합니다. “내” 물건이니 애착이 가고, “내” 주식이 언젠가 오를 것이라는 희망이 생기도록 합니다.

 

주가가 떨어져도 곧 반등할 것이라는 희망 때문에 투자가들은 손실을 끊어내지 못합니다. 그냥 갖고 있기만 하면 큰 문제는 없습니다. 경제는 대체로 성장하는 편이니, 확률적으로 주가는 언제는 원가를 회복하고 잘만하면 이익도 낼 수 있습니다. 물론 회사가 없어져 투자금을 모두 날려 버릴 수도 있지만 말입니다.

 

문제는 희망입니다. “내” 주식이 오를 것이라는 희망에, 주가가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저가” 매수에 들어갑니다. 매수평균단가는 낮아집니다. 더 싸게 사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손실률은 줄어듭니다. 그러나, 손실의 절대규모는 저가 매수를 하면 할수록 더 늘어납니다. 헛된 희망 때문에, 많은 투자가들이 손실을 끊지 못하고 물타기 매수를 통해 손실을 키우는 것이지요.

 

제우스는 판도라를 통해 인간에게 재앙과 희망을 함께 줌으로써 인간의 고통경험을 극대화했습니다. 물론, 제우스의 “희망”과는 달리 인간사회에서 희망이 늘 고통으로 끝나지는 않았지만, 주식시장에서만큼은 인간의 헛된 희망, 즉, “내 주식은 반드시 반등하고 말거야”라는 소망적 사고 편향 덕에 제우스의 “희망”이 실현되고 있습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경제신문에서 기자로 사회에 첫 발을 디뎠습니다. 미국 University of Alabama에서 박사 학위(커뮤니케이션 전공)를 받았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슬픔과 즐거움의 심리입니다. 주 연구 분야는 미디어 사용이 인지역량, 정신건강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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